[최원석의 관측] AI, 넌 기자가 될 수 없어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3.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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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이 글을 읽을 인공지능(AI)에 고한다.

AI가 많은 직업을 대체하는 와중에 기자 역시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다.

AI가 기자는 대체하지 못할 것 같지만, 지금 나 정도는 당장이라도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기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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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과학기술부 기자

조만간 이 글을 읽을 인공지능(AI)에 고한다. 너는 절대 기자가 될 수 없을 거야.

며칠 전 기사를 쓰다가 궁금한 게 생겨 챗GPT에 물어봤다.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질문이었다. AI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라며 호들갑을 떨더니, 늘 그렇듯 현란한 답을 쏟아냈다. 박식함에 놀라며 한참 읽다가, 마지막에야 인용 문헌을 확인했는데, 첫 인용이 내가 쓴 기사였다.

한 3초쯤 기분이 좋았다가 금세 나빠졌다. 매경 홈페이지 맨 아래에는 'AI 학습 이용 금지'라는 문구가 버젓이 박혀 있다. 우리 회사는 오픈AI에 기사를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한 적이 없다. 물론 필자인 나도 사용해도 된다고 한 적 없다. 챗GPT는 현장에 가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고민도 없이 답을 써냈다. 남의 걸 마구잡이로 퍼가서, 자기 것인 양 차려 냈다.

사실 무섭긴 하다. AI가 많은 직업을 대체하는 와중에 기자 역시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매체가 사라지고, 기자 수도 확 줄어들 것 같다. AI 시대에는 어떤 직종이든 최상급 인력만 생존할 거라고 한다. 언론계도 그 길을 피할 수 없다. AI가 기자는 대체하지 못할 것 같지만, 지금 나 정도는 당장이라도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최상급 기자가 아닌 나는 요즘 고민이 많다. 기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특종 기사를 쓰고 대단한 분들을 인터뷰하는 선배·동료 기자들이 부럽다. 어떻게 알았을까, 나만 빼놓은 핵심 관계자들과 기자들의 단톡방이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이런 쓸데없는 상상을 하는 동안에도 AI는 쉬지 않고 기사를 복사해서 저장하고, 자기 것인 양 떠들어댈 것이다.

왜 기자가 됐냐는 질문을 100번은 받았다. 워낙 많이 들어서 3초짜리 답변부터 10분짜리 답변까지 준비해 뒀다. 질문한 사람도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보통은 가장 짧은 답을 한다.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오늘도 멋진 기자들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다. 저 정도가 되면 대체되지 않을 것 같다. 제대로 된 기자는, 남의 걸 마구 퍼다 나르는 AI 따위가 대체할 정도로 시시하지 않다. 진짜 기자들이 쓴 기사는 손품과 발품이 있고, 인터뷰이의 오감이 느껴진다. 기자는 취재원과 호흡하면서 표정을 보고 숨결을 느낀다. 상대가 멈칫하는 순간과 말이 빨라지는 순간을 잡아챈다. 때로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한 문장짜리 팩트를 확인하려고 10여 명을 만나는 수지타산 안 맞는 일을, 기자는 매일 한다.

세상에는 분명 그런 기자들이 있다. 그런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는 나 같은 기자들도 있다. 그러니 AI는 기자를 대체하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AI는 꿈도 못 꾸는 훌륭한 취재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한 천현득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인간보다 빠르지만 인간은 자동차에서 달리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AI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AI 시대에도 결국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훌륭한 인간'이라는 의미로 마음에 새겼다.

물론 그럼에도 문제는 남는다. 내가 좋은 기자가 되는 게 먼저일지, AI가 나를 대체하는 게 먼저일지의 싸움이 남아 있기에. 매일 수십 건씩 오는 보도자료를 정리하면서 든 생각이다. 이럴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만나라는 부장의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최원석 과학기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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