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있는데 운영 기준 없다"...지자체 기후예산 '제각각'

우다영 기자 2026. 3. 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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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제도가 일부 지역에서 도입되고 있지만, 관련 법 개정 지연으로 제도 확산이 제한적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적인 정책 집행을 위해 표준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나라살림연구소가 12일 발표한 「2026 지자체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 운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2026회계연도 재정사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작성했거나 작성 중인 지자체는 20곳으로 집계됐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는 예산과 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재정 운영에 반영하는 제도다. 「탄소중립기본법」 제2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분석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이미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2021년 「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을 개정해 제도 시행 절차를 마련했고, 2023회계연도 예산안부터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을 작성해 왔다. 현재까지 2023~2026회계연도 재정사업을 대상으로 총 네 차례 예산안이 작성됐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관련 제도 정비가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재정 운영에 직접 적용되는 「지방재정법」,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지방회계법」 등 관련 법률이 개정되지 않아 제도 시행의 법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자체 조례를 제정해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2월 기준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 운영을 위한 별도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30곳으로 조사됐다. 광역지자체 8곳과 기초지자체 22곳이다.

광역지자체 가운데서는 서울시, 부산시, 광주시, 경기도, 강원도, 충남도, 전북도, 전남도가 운영 조례를 마련했다. 기초지자체에서는 서울 은평구, 대구 달서구, 광주 남구, 대전 대덕구, 경기 성남시와 광명시, 전남 광양시 등 여러 지자체가 조례를 도입했다.

지자체 15곳, 아직 시행도 못 했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됐다고 해서 모두 제도가 실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운영 조례를 제정했지만 관련 법률 미개정이나 조례 시행 시점 문제 등으로 아직 제도를 시행하지 못한 지자체도 15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작성하고 있지만 '운영 조례'가 없는 5개 지자체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에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 시행 조문을 포함하고 있음. (자료: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나라살림연구소 작성)/뉴스펭귄

실제로 예산서를 작성했거나 작성 중인 지자체는 20곳이다. 광역지자체에서는 서울시와 부산시, 광주시, 경기도, 충북도, 전북도, 전남도, 제주도 등이 포함되며 인천시와 경남도는 일부 사업을 대상으로 예산서를 작성 중이다. 기초지자체에서는 서울 은평구와 금천구, 대구 달서구, 광주 남구, 대전 대덕구, 경기 성남시와 광명시, 경기 양평군, 충남 예산군, 전남 광양시 등이 예산서를 작성했거나 작성 중이다.

결산 단계까지 운영되는 사례는 더 적다. 2024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서를 작성한 지자체는 8곳으로 집계됐다. 광역지자체는 서울시, 광주시, 경기도, 제주도이며 기초지자체는 대전 대덕구, 경기 성남시, 경기 광명시, 전남 광양시다.

예산서를 지방의회에 제출한 지자체는 10곳이다. 서울시와 광주시, 경기도, 전북도, 전남도 등 광역지자체 5곳과 서울 은평구, 광주 남구, 대전 대덕구, 경기 성남시, 경기 양평군 등 기초지자체 5곳이 해당한다.

시민에게 예산서를 공개한 지자체 또한 많지 않아 투명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를 공개한 곳은 6곳으로, 광역지자체에서는 서울시와 전북도, 경남도가 공개했고 기초지자체에서는 대구 달성구, 광주 남구, 경남 거제시가 공개했다. 경기도와 전남도는 공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제도 도입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로 관련 법률 미개정을 지목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지자체가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제도 운영에 필요한 법적 기준과 절차가 지방재정 관련 법률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지자체 시행을 위해서는 지방재정법과 지방기금법, 지방회계법 개정을 통해 작성 대상과 범위, 작성 내용 등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2022년 탄소중립기본법 시행 이후 4년이 지났지만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제도 시행이 사실상 지자체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으며, 22대 국회에서는 현재 네 건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소영 의원, 허영 의원, 윤준병 의원, 이해식 의원 등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도 확산을 위해 표준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제도를 운영하는 20개 지자체 사이에서도 예산서 작성 방식과 공개 방식이 서로 달라 제도 운영에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는 공공 재정을 온실가스 감축 방향으로 운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작성 대상과 양식, 감축량 산정 방식 등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예산 편성 단계부터 기후 영향 분석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는 국제적으로 정부 예산 과정에 기후·환경 목표를 반영하는 '그린 버짓(Green budgeting)' 또는 '탄소인지예산(Carbon budgeting)' 정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를 예산 편성과 집행, 평가 과정 전반에 기후와 환경 요소를 통합하는 재정 관리 방식으로 정의한다.

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6개 OECD 국가 가운데 24개국이 예산 과정에 환경 또는 기후 요소를 반영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은 예산 항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표시하는 '그린 예산 태깅', 정책의 환경 영향을 분석하는 평가 제도, 환경에 부정적인 재정 지원을 점검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정과 기후 정책을 연결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아태재정협력센터가 분석한 「해외 주요국의 탄소인지예산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와 아일랜드,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여러 국가는 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예산을 편성할 때 각 사업이 기후 대응에 긍정적인지, 중립적인지, 또는 배출 증가와 관련되는지를 분류해 표시하는 방식으로 재정 지출을 관리한다. 예산안 제출 단계에서 각 부처가 사업의 기후 관련성을 함께 표시하는 '예산 태깅' 방식이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일부 국가는 기후 관련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사업별 가중치를 적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는 사업의 기후 관련성을 평가해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토대로 기후 관련 재정 규모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여러 국가에서는 예산 정보를 관리하는 통합 재정 시스템을 활용해 기후 관련 지출을 분류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정부 재정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충돌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기후 정책과 재정 정책을 연결하려는 목적이다.

프랑스·아일랜드...정부 예산 전체를 기후 기준으로 분석

대표적인 사례로는 프랑스의 '그린 버짓' 제도가 꼽힌다.

프랑스는 정부 예산 전체를 대상으로 각 재정사업이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등 환경 목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특히 경상예산과 투자예산을 모두 포함해 정부 재정 전체를 평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각 예산 항목은 기후에 긍정적인 지출, 중립적인 지출, 또는 기후 목표에 부정적인 지출 등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예산안과 함께 공개되며 정책 논의 과정에서도 활용된다.

아일랜드 역시 예산 과정에서 기후 관련 지출을 별도로 표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예산서에서 기후 대응과 관련된 지출 항목을 별도로 정리해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중기 재정 계획과 연계해 관리하고 있다.

탄소인지예산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도입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기후 재정 규모를 파악하고 국제 기후재원을 관리하기 위해 탄소인지예산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예산을 기후 기준으로 분류하면 정부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재정을 기후 대응에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 취약국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국제 기후 재원 관리와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국은 아직 '예산 분석 단계' 수준

이들 국가 사례를 종합하면 몇 가지 공통점이 나타난다. 대부분 예산 편성 단계에서 기후 영향을 평가한다. 각 부처가 예산을 제출할 때 사업의 기후 관련성을 함께 표시하는 방식이다.

또 제도 운영은 대체로 재무부 또는 재정 당국이 총괄한다. 재정 정책과 기후 정책을 연결하기 위해 예산 관리 체계 안에서 기후 정보를 함께 관리하는 구조다.

한국의 경우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아직 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지자체가 예산서를 작성해 분석하는 단계까지는 진행됐지만, 예산 편성 과정 자체에 기후 기준을 반영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관련 법률 개정과 표준 지침 마련이 이뤄질 경우 지자체 재정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얼마나 연계돼 있는지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