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사후 569년, 추앙받는 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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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연일 화제다.
이 때문에 단종의 최후가 서린 영월 청령포, 단종이 1457년 17세의 나이로 금고 된 상태에서 꿈을 꿔 창건했다는 태백산 금몽암과 이를 관리하는 사찰인 보덕사.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단종이 사후에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는 전승이 있다는 점이다.
단종은 왕에서 강등되어 노산군이 되지만, 죽어서는 신으로 추앙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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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산신으로 모시며 굿
왕위찬탈 세조의 창병설엔
조카 죽인 비극적 사건에
민중들의 바람 투영된듯

요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연일 화제다. 이 때문에 단종의 최후가 서린 영월 청령포, 단종이 1457년 17세의 나이로 금고 된 상태에서 꿈을 꿔 창건했다는 태백산 금몽암과 이를 관리하는 사찰인 보덕사. 이외 단종이 임시로 머물렀던 동헌인 관풍헌 등도 연일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단종이 사후에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는 전승이 있다는 점이다. 단종이 신이라고? 내용은 이렇다. 한성부 부윤을 지낸 추익한이 단종 사후 영월로 가던 길에 백마를 탄 단종과 마주치게 된다. 이때 '어디로 가시냐'고 묻자, '태백산으로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즉 단종의 최후는 청령포에서 끝나지만, 자신의 원찰인 태백산 금몽암으로 마무리된다는 얘기다.
오늘날까지 영월의 무속인들은 단종을 태백산 산신으로 모시며 굿을 한다. 단종은 왕에서 강등되어 노산군이 되지만, 죽어서는 신으로 추앙되는 것이다. 태백산은 중국의 장안(시안) 남쪽에 있는 진령산맥에 실재하는 산이다. 이 산이 당나라 때 장안에 유학했던 자장율사와 의상대사에게 깊은 영감을 주며 한국사 안으로 편입된다. 단군신화의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온 곳이 '태백산 신단수'이기 때문이다. 영월의 무속인들은 불교를 거쳐 하늘과 통하는 가장 신령한 산의 산신이 단종이라고 믿는 것이다.
단종과 관련해서는 또 하나의 신비한 이야기가 있다. 어머니인 현덕왕후가 왕위를 찬탈한 시동생 세조의 꿈에 나타나 '더러운 놈'이라며 침을 뱉었고, 이로 인해 세조는 거대한 종기로 인한 창병을 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세조의 창병은 진짜였다. 이 때문에 세조는 온천을 자주 찾았고, 상원사 문수동자상(국보) 안에서는 1984년 세조의 옷인 피 묻은 적삼(보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수온의 '상원사중창기'에는 세조와 친한 신미대사가 상원사를 중창해 세종의 병을 치료하려 하자, 정희왕후가 적극 후원하고 세조 역시 어의 몇 벌을 하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 오늘날까지 상원사에는 창병으로 고통받던 세조가 절 앞 계곡에 들어가 씻을 때, 어린 승려로 변신한 문수동자가 등을 밀어줬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왕조 국가에서 왕의 신체적 문제는 죽여서 입을 막아야 하는 극비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말로 유명한 사건 역시 이를 잘 나타내준다. 참고로 여기서 당나귀 귀의 주인공은 신라 제48대 경문왕이다. 불제자를 공공연히 표방했던 세조는 어린 승려를 헤치기 어려워 왕을 만난 것을 절대 비밀로 할 것을 요청한다. 그러자 어린 승려는 '왕 또한 문수동자를 만났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하고는 사라진다. 이렇게 현덕왕후의 저주는 해소되고, 세조의 창병은 낫게 된다.
그러나 현덕왕후는 문종을 낳은 직후 사망한다. 즉 죽은 사람이 15년 후 아들의 왕위 찬탈을 인지하고 시동생의 꿈에 나타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석연치 않다. 즉 여기에는 세조의 창병과 상원사 거둥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문종의 비극이라는 요소가 가미되며 이야기가 증폭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불교의 자비 속에서 세조가 허물을 벗고 거듭난다는 것이다.
17세로 사망하는 문종 역시 금몽암과 태백산을 통해 죽음을 넘어서는 초월자가 된다. 현실의 비극을 화해하고 모든 원망을 풀어주려는 불교와 민중의 의지가 발현된 결과다. 이로 인해 가장 비극적인 왕은 신으로 거듭난다.
신이 된 단종에게 숙부인 세조에 대한 분노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이렇게 맺힌 매듭은 또 다른 세계 속의 논리적 층위에서 화해(해원·解寃)되며 풀어지는 것이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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