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中전인대서 농촌연금 이례적 비판 "너무 적고 불공평"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지난 12일 막을 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농촌 주민이 받는 연금 액수를 놓고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올해 전인대 연례회의에서는 올해 기초양로금(연금) 인상 폭이 지나치게 작으며 특히 농민 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발언이 잇따랐다.
중국 정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도시·농촌 기초양로금의 월 최소 지급액을 20위안(약 4천원) 올린 163위안(3만5천원)으로 정했다. 인상폭 20위안은 3년 연속 동일하다.
하지만 일부 대표들은 기초양로금 수준이 농촌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마오쩌둥 시기 농촌건설 '모범'으로 칭송받았던 산시성 다자이(大寨) 마을의 지도자였던 궈펑롄 대표는 중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80∼90대 고령 농민들이 여전히 굽은 등을 하고 지팡이를 짚어가며 들에서 일하고 있다며 "그들은 나이 들고 더 일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생활비는 비싸다. (기초연금 수준이) 농부들에게 너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표인 비리샤는 농촌지역 70세 이상 노인들의 연금을 최소 400위안(8만6천원)으로 인상하고 의료보험 개인 부담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제안하다 목이 멘 듯 울먹이는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중국의 노인세대 농민들은 국가의 농촌 개혁·발전에 평생을 바쳤지만 이제는 늙어서 어깨에 짐을 짊어지지도, 손으로 물건을 들지도 못한다. 매달 100위안을 조금 넘는 연금으로는 생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고령화 중국 산둥성 지모의 한 농촌지역 주민들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yonhap/20260313165926333wuki.jpg)
레이마오돤 대표는 고령 농민을 위한 기초연금을 향후 3년에 걸쳐 500위안(10만8천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농민들이 국가 사회보장제도에 기여하는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노동력과 농업생산을 통해 사회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연례회의에서 이처럼 농촌 연금을 더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 대표는 10명을 넘는다고 연합조보는 전했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는 당정 지도부가 정한 계획안을 거의 그대로 통과시켜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처럼 대표들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은 도시 노동자들에 비해 농민들이 받는 연금 액수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연금 수령액은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기초양로금과 개인이 납부한 금액, 지방정부 보조금 등을 합쳐서 정해지는데 2024년 기준 농촌지역 연급 수급자의 평균 실수령액은 월 246위안(5만3천원), 도시지역 은퇴자들은 그 15배가 넘는 3천825위안(82만8천원)이었다.
SCMP는 도시연금이 급여에서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보험료를 기반으로 하는 데 비해 농촌연금은 소액의 개인 납부금과 제한된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격차가 생긴다며, 농촌연금 부족은 중국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NYT는 중국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농촌지역 노인의 평균 생활비는 80달러로 연금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더욱이 중국에서 농민연금을 받는 인구는 약 1억8천만명에 이르며 급속한 고령화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NYT는 중국 주요 관영매체들은 농촌주민 연금에 대한 비판에 대해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형편없이 적은 연금은 중국 경제의 거대한 불평등의 가장 분명한 사례이자 첨단기술 분야 발전에 가려진 뿌리 깊은 도전과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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