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산 이후 13년… 심형래, '디워2'로 두 번째 승부

김태현 기자 2026. 3. 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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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영구TV'로 돌아온 심형래. 재래시장 한복판에서 사람들을 끌어안고, 혼자 사는 집을 카메라 앞에 활짝 열었다. 전성기의 영광도, 파산의 상처도 담담하게 꺼내놓는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우먼센스] 1980년대 말, 대한민국을 웃음으로 뒤흔든 이름이 있었다. 이빨 하나 빠지고, 콧물 질질 흘리고, "영구 없다~"를 외치던 그 캐릭터. 심형래의 '영구'는 단순한 개그 캐릭터가 아니었다.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앉던 시절, 그는 그 시대의 슈퍼스타 그 자체였다. 톱 배우들이 1,500만 원을 받을 때 2억 원을 받았고, 4년 연속 연예인 세금 납부 랭킹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 시장을 향한 꿈으로 뛰어든 영화 사업은 179억 원의 빚과 파산이라는 상처를 남겼다.

사진=최준필(이오이미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심형래가 다시 무대 위에 섰다. 재래시장 한켠에 스피커 두 대를 놓고 영구 분장을 하고 나타난 그를 보고, 사람들은 처음엔 "가짜 아니야?"라며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곧 그가 진짜 심형래인 걸 알고 끌어안고 눈물까지 흘렸다고. 유튜브 채널 '영구TV'는 시작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아 조회 수 600만을 넘겼다. 대본도 없이 애드립으로만 굴러가는 이 채널엔 "전국 노래자랑보다 재밌다"는 댓글이 달린다. 영하 10도에도 얇은 한복 저고리 하나 걸치고 시장 무대에 서는 예순을 넘긴 남자. 심형래는 지금, 전성기보다 더 바쁘다.

유튜브 '영구TV'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유튜브는 생각도 안 했어요. 같이 활동했던 지인이 틱톡 회사를 만들었는데, 나보고 한번 해보라고 찾아온 거예요. 그래서 틱톡을 봤더니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생각한 게 '추억 여행'이란 콘셉트에요. <영구와 땡칠이>, <유머일번지>, 그게 벌써 40년 전 얘기잖아요. 그때 열 살이었던 분들이 지금 쉰 살이 넘은 거예요. 그분들이랑 같이 옛날 얘기 하면서 추억을 소환해보자, 해봤더니 반응이 엄청나더라고요. 구독자가 갑자기 확 늘면서 유튜브 채널 제안이 온 거예요. 사람들이 영구를 그렇게 찾는다기에, 지난해 12월 23일에 홍대에서 버스킹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뉴스마다 다 나왔어요. TV조선, KBS, YTN, 연합뉴스까지. "영구가 돌아왔다"고.

영구TV를 시작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보람이 있어요. 시작한 지 석 달도 안 됐는데 전체 조회 수가 600만이 넘었거든요. 다른 유튜버들이 10년 동안 쌓을 조회 수를 두 달 만에 한 거예요. 사실 나도 유튜브 하는 회사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막상 해보니까 조회 수 100명짜리 채널도 수두룩한 거야. 우리는 시작하자마자 관심도 받고 진짜 복 받은 거죠. 유튜브는 곳곳 재래시장을 찾아가 공연하는 '영구 오부리', 혼자 사는 사람 짝을 찾아주는 '영구보살' 두 코너로 운영 중이에요. 

재래시장에서 공연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최근 재래시장이 너무 썰렁한 거예요. 내가 어렸을 때는 시장이 테마파크였어요. 어머니와 시장 가서 인절미 먹고, 떡볶이 먹고 재밌는 것도 구경하면 그렇게 좋았어요. 그 어릴 때 추억이 이렇게 사라져선 안 되겠다 싶었죠. 내가 작은 힘이라도 보태서 재래시장을 한번 살려보자고 결심했어요. 처음엔 스피커 두 대 놓고 아주 작게 시작했어요. 근데 아줌마들이 영구 보고 막 끌어안고, 뽀뽀하고, 진짜 영구 맞냐고 손을 잡고 울고 그러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사람들이 이렇게 기다렸구나' 싶더라고요. 연말에 <영구 오부리>에 출연한 가수를 모아놓고 컨벤션 센터에서 큰 공연을 할 거에요. 거기서 1등한 사람에게 5,000만 원을 줄 생각입니다. 

사진=최준필(이오이미지)

재래시장을 살릴 계획도 갖고 있다고요.

재래시장을 특징에 맞는 테마파크로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어 오늘 방문한 인왕시장은 채소가 주력이고 유명해요. 그러면 채소를 활용한, 강점을 살린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보는 거에요. 샐러드, 야채튀김, 채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거죠. 그래서 외국인도 시장에 방문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영구 오부리>가 잘 돼 시장이 활성화되고, 시장 테마파크까지 잘 되고 나면 4년 뒤 서울시장에 나갈 거에요. 그때는 시장 상인들부터 저를 적극 지지해주지 않을까요?(웃음)

<영구 오부리>를 촬영하면서 영하 10도에도 얇은 옷 한 벌 입고 찍었다고 하는데요. 건강 비법이 있으신가요.

요즘 다이어트 중이에요. 탄수화물을 끊었거든요. 반찬, 국, 탕만 먹고 밥을 안 먹어요. 8킬로그램을 뺐어요. 배가 나오면 보기 안 좋잖아요. 따로 챙겨 먹는 영양제나 건강식품도 없어요. 대신 스쿼트를 하루에 100개씩 3세트 해요. 그게 전부예요.

사진=최준필(이오이미지)

집을 공개하신 것도 화제가 됐잖아요. 원래 집을 절대 안보여주셨다고.

타워팰리스 살 때도, 100평 넘는 집에 살 때도 한 번도 공개 안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혼자 사는 방 두 개 거실 하나짜리 집을 처음 열어서 보여줬어요. 어떻게 보면 제일 못 살 때 보여준 셈이죠. 근데 유튜브에서만큼은 가식 없이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냉장고도 열고, 요리하는 것도 보여주고. 사람들이 댓글로 저보고 "안타깝다"고 했어요.(웃음)

요리 솜씨가 꽤 된다고 하시던데요.

카레는 진짜 자신 있어요. 내가 잘하는 음식은 내가 해서 먹어야 직성이 풀려요. 내가 개발한 음식 중에 베이컨 겉절이가 있어요. <디워> 촬영 때 미국에서 직원들 데리고 갔는데, 다들 미국 음식만 먹으니 못 견디는 거야. 한인 마트에서 겉절이랑 베이컨을 사다가 섞어봤더니 애들이 "세상에 이런 음식이 있냐"고 난리가 났어요. 또 고등어 강된장도 있어요. 보통 강된장에 우렁이 넣잖아요. 나는 거기에 고등어를 넣어요. 고등어 살 속에 강된장이 배는데, 그걸 밥에 비벼먹으면 끝내줍니다. 개념을 완전히 바꿔서 만들어요. 

사진=최준필(이오이미지)

'영구'는 선생님께 어떤 존재인가요?

캐릭터가 굉장히 많았어요. 우뢰매의 에스퍼맨, 슈퍼 홍길동, 포졸, 품바까지. 그런데 영구는 그중에서도 꾸준하게 제일 애착이 가는 캐릭터예요. 대중이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지금 각설이들이 이빨 하나 빠뜨리고, 콧물 흘리고, 빨간 것 바르고, 가발 쓰는 게 전부 영구가 교과서예요. 달인 같은 코미디에서 분장도 따지고 보면 내가 했던 코미디의 변형이에요.

안면거상 수술을 결심하신 이유가 '옛날 영구의 모습을 찾고 싶어서'였다고요.

나이가 들고 얼굴이 처지니까 분장을 해도 영구 얼굴이 안 나오는 거예요. 영구가 좀 귀여워야 하는데, 분장해도 무서운 느낌이었어요. 예전 사진이랑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나더라고. 그래서 결심했어요. 아 이건 안 되겠다, 수술을 하자. 누가 권한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결정한 거예요. 요즘은 주변에 안면거상을 추천해요. 

전성기 이야기도 해주세요. 아파트 한 채가 500만 원이던 시절에 출연료를 2억 받으셨다고요.

톱 배우들이 1,500만 원 받을 때 내가 영구와 땡칠이로 2억 원을 받았으니까요. CF 하나 찍어도 8,000만 원씩 받았고. 세금 납부 랭킹도 4년 연속 1위였어요. 2위와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났죠. 그때 헬기 타고 행사 뛴 사람도 나밖에 없었을 거예요. 거제도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헬기를 빌려야 했거든요. 스케줄이 6개월치가 밀려 있었으니까요.

그 돈은 다 어디에 쓰셨나요?

영화에 다 들어갔어요. 그때 현대 아파트를 8,800만 원 주고 샀는데, 지금 시세가 50억이 넘었다고 해요. 그 돈으로 아파트 열 채 샀으면 500억 원이 됐을 텐데. (웃음) 그때는 돈을 너무 우습게 알았어요. 주머니에서 현금을 질질 흘리고 다녔으니까요. 감독들이 매일 돈 들고 출연해달라고 줄 서 있었으니까요. 

안면거상 수술 전 사진을 보여주는 심형래 감독. 사진=최준필(이오이미지)

파산 얘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영화사는 고정 비용이 너무 많이 나가요. 직원들 월급, 유지비 등등. 근데 다음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매출이 없잖아요. 내가 밤일, 새벽 행사까지 뛰어가면서 봉급을 줬는데, 사람들은 파산만 얘기하지 그 과정은 생각을 안 해요. 내가 제일 후회하는 게, 영화가 끝나면 직원들을 줄였어야 하는데 다 안고 가야한다고 생각해서 그걸 못했어요. 프로젝트별로 계약을 했어야 하는데. 이번에 <디워2>는 그렇게 할 거예요. 내 인생에 두 번의 실수는 없어요.

혼자 산 지 16년이 됐다고 하셨어요. 

나는 혼자 있을 때가 진짜 좋아요. 나만의 공간. 와이프도 어떻게 보면 남이고, 딸도 남이에요. 옆에 누가 있으면 아이디어를 짜기도 힘들어요. 제가 아는 유명 배우도 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가 제일 좋다고 했어요. 자기만의 공간, 그건 무시 못해요. 또 밤에 외로울 때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영구 오부리 애드립도, 영구보살도, <디워2> 시나리오도 전부 그렇게 나온 거예요. 절대 공짜로 나오는 결과는 없어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창조해내야 해요.

<디워2> 올해 제작발표회를 한다고 하셨는데.

이번엔 미국 메이저 영화사가 <디워2>를 전 세계 배급 하기로 했어요.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에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아도 메이저가 배급을 안 했잖아요. 사람들은 <디워>를 욕하지만, <디워>가 돈이 되니까 <디워2> 배급을 하는 거거든요. 아바타 2 10분의 1 비용으로 흥행작을 만들 거에요. 그게 나만의 노하우예요. 아무도 안 가르쳐줬지만, 내가 직접 터득한 거거든요.

<디워>는 작품성으로 욕도 많이 먹으셨잖아요. 돌이켜보면 억울하다는 생각은 없으셨나요. 

억울하다기보다 황당하죠. <디워>는 미국에서 2,277개 극장에 개봉하는 영화였어요. 헐리우드가 경쟁력 없다고 생각하면 극장을 안 내줘요. 그걸 왜 한국에서 욕을 할까요. 소니 컬럼비아 플랫폼에 가보면 다이아몬드 등급이 아바타, 스파이더맨 같은 메이저 영화들이고, 그다음 자리에 디워가 있어요. 쓰레기 영화가 플랫폼 최상위 등급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겠어요? 사실 나는 처음부터 그랬어요. 크리스마스 캐롤을 개그에 접목한 '달릴까 말까'를 처음 만들 때도 음악 하는 사람들이 전부 반대했어요. 그렇게 하는 게 어디 있냐고. 근데 됐잖아요. 영구와 땡칠이 기획할 때도, 용가리 치킨 캐릭터를 만들 때도 다들 안 된다고 했어요. 나는 늘 고정관념을 깨는 쪽으로 갔고, 늘 그게 맞았어요. 욕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어요. 근데 결과가 말해주잖아요.

사진=최준필(이오이미지)

앞으로 못다 한 꿈이 있다면요?

테마파크예요. 미국에 킹콩이 있으면 나는 용가리가 있고, 주라기 공원이 있으면 나는 티라노의 발톱이 있고, 슈퍼맨이 있으면 나는 우뢰매 에스퍼맨이 있어요. 유명 IP에 대응하는 콘텐츠가 있어요. 이걸로 테마파크를 만들면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다고 봐요. 전세계인이 용가리 책가방 들고 다니는 날이 올 거예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영구 많이 사랑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댓글에 "부자 되세요"라고 써주시는 분들 진짜 고마워요. 또 젊은 사람들 중에서는 우뢰매를 보면서 컸다고, 내가 개그맨인줄 모르고 영화배우로 알았다고 하는 분들 그런 댓글 보다보면 진짜 감동이에요. 그리고 혼자 사시는 분들, 영구보살한테 연락 주세요. 제가 좋은 분 소개시켜 드릴게요. (웃음)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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