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 키우기’ 열풍 불던 중국, 이젠 다시 지운다고?

박은하 기자 2026. 3. 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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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AI ‘오픈클로’ 별명 ‘랍스터’
무료 설치 행사에 1000명 몰리기도
양회 거치며 보안 문제로 경고받자
이용자들 프로그램 삭제 행렬 이어져
오픈클로 로고

중국을 휩쓴 ‘랍스터 키우기’ 열풍이 빠르게 ‘랍스터 지우기’ 바람으로 전환하고 있다. 개방형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오픈클로의 보안 문제에 대해 당국이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랍스터(바닷가재)는 중국에서 오픈클로를 부르는 별명이다. 오픈클로의 바닷가재 모양 로고에 착안해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일을 ‘랍스터 키우기(養龍蝦)’라고 표현한다.

중국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랍스터 키우기 열풍으로 뜨거웠다. 지난 6일 선전의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오픈클로 무료 설치 이벤트를 하자 프로그램 개발자는 물론 학생, 주부까지 1000명이 몰려들었다. 오픈클로는 설치 방법이 까다롭기 때문에 설치 대행 서비스도 생겨났는데 지난달 말까지 19.9위안(약 4300원)이던 비용은 이달 초 199위안(약 4만3000원)으로 일주일 새 10배로 뛰었다.

오픈클로는 오스트리아 공학자인 피터 스타인버거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사용자가 명령만 내리면 이메일 답장, 회의실 예약, PPT 작성, 코딩 등의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AI가 사무 업무에 본격 활용될 여지를 열었다고 평가받지만, 해킹에 취약하고 오류를 일으킬 경우 치명적인 보안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보안 이유로 사내 오픈클로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역시 지난달부터 오픈클로의 보안 우려를 경고했지만 호기심과 열광을 막지 못했다. 특히 오픈클로를 이용한 1인 창업은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선언한 AI 경제 전환과 들어맞는다. 리서치와 콘텐츠 제작 업계에서 앞다퉈 1인 창업자가 생겨났다. 장쑤성 우시시 가오신구 등 일부 지방정부도 보조금까지 지원하며 오픈클로 사용을 장려했다.

양회를 거치면서 중국 정부는 보안 문제에 힘을 실었다.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8일 정보유출과 시스템통제권 상실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권고했다. 공업정보화부와 국가인터넷응급센터 등 산하 기관들이 10일과 11일 재차 권고를 쏟아내자 오픈클로 탈출 행렬이 본격화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장쑤사범대, 안휘사범대, 주하이과기대 등 대학들이 학내 오픈클로 사용을 금지했다. 12일 한때 알리바바 산하 중고거래 플랫폼 셴위에서 ‘오픈클로 제거’가 검색어 1위로 올라왔다. 샤오훙슈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오픈클로 제거 서비스를 볼 수 있다. 오픈클로는 백도어(비정상적 접근을 가능케 하는 뒷문)를 남기지 않고 삭제하기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부 판매자들은 삭제 서비스를 299위안(약 6만4000원)에 판매해 설치보다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신경보도 ‘랍스터 키우기’에 먼저 뛰어든 사람들이 앞다퉈 ‘랍스터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고 13일 전했다. SNS에서는 설치·삭제 대행업자만 돈을 벌었다는 자조도 나온다.

랍스터 키우기와 지우기 소동에 긍정적인 평가도 따른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서 양회 기간 오픈클로 보안 문제를 제기했던 가오원 중국공정원 원사는 신경보 인터뷰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언어모델(LLM)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는데 딥시크 이후 바뀌었다”며 AI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친숙함이 이번 랍스터 키우기 열풍의 배경으로 짚었다.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의 혁신 생태계는 신속한 시행착오와 시의적절한 수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번 열풍을 AI 산업이 합리적으로 번영하는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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