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만점 착지’ 수수께끼…360도 도는 가슴뼈가 비결

김지숙 기자 2026. 3. 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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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상체 가슴뼈가 허리뼈보다 회전범위 넓고 유연해
고양이는 높은 장소에서 떨어져도 네 발로 착지하는 독특한 능력을 지녔다. 최근 고양이의 ‘만점 착지’ 비결이 고양이의 유연한 등뼈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히구라시 야스오/해부학 기록 제공

반려인이라면 고양이가 꽤 높은 장소에서 뛰어내릴 때도 네 발로 착지한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에게 고양이의 정위반사(고양이가 낙하 시 본능적으로 균형을 잡는 행동)는 진지한 연구 주제 중 하나다. 물리 법칙으로 보자면 공중에 있는 물체는 무언가 지지할 것이 없이 회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9세기 초부터 물리학·생체역학·수학적 모델링 분야 과학자들은 고양이가 어떻게 항상 발로 착지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고자 노력해왔다. 1894년 학술지 ‘네이처’에 관련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고양이의 ‘만점 착지’ 비결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최근 히구라시 야스오 조교수 등 일본 야마구치대 연구진은 그 비밀이 고양이의 척추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해부학 기록’에서 “고양이의 정위반사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척추의 부위별 유연성을 분석한 결과, 고양이 척추의 위 가슴뼈(흉추)는 허리뼈(요추)에 비해 회전 범위가 넓고 훨씬 유연해 비틀림에 최적화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낙하하는 고양이 문제’(Falling Cat Problem)는 두 가지 기계적 모델로 설명됐다. 첫 번째는 ‘다리를 안으로 넣었다 빼기’다. 이 설명에 따르면 고양이는 자유낙하 중 올바른 자세를 취하기 전에 먼저 뒷다리를 뻗었다가 다시 집어넣는 동작을 하며, 이때 상체와 하체가 순차적으로 비틀려 균형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몸 웅크리고 돌리기’다. 이는 고양이가 몸을 굽히면서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반대로 회전시켜 반향을 재설정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두 모델은 고양이가 실제 공중에서 몸을 움직일 때의 데이터와 신체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히라구시 교수와 연구진은 고양이의 해부학적 구조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기증받은 고양이 사체 5마리를 부검하고, 척추에 비틀림 시험 장치를 이용해 회전 토크(돌림 힘)을 측정했다. 또 살아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90㎝ 높이에서 떨어뜨려 고양이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이렇게 녹화된 영상은 프레임별 분석이 이뤄졌다.

살아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90㎝ 높이에서 떨어뜨려 고양이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고양이들은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히구라시 야스오/해부학 기록 제공

그 결과 연구진은 고양이의 흉추는 매우 유연하지만 요추는 더 뻣뻣하고 무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요추는 회전 저항이 강하고 단단한 구조를 지녀 안정적으로 몸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흉추는 요추에 비해 회전 범위가 넓고 비틀림에 최적화된 구조였던 것이다. 이는 고양이가 유연한 상체를 빠르게 돌려 앞발을 땅으로 향하게 한 다음 나머지 하체를 정확하게 비틀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구라시 박사는 “고양이의 흉추는 우리 목처럼 회전할 수 있다”며 “척추 실험 결과 윗몸 척추뼈(흉추)가 무려 360도까지 회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설명했다. 이번 분석 결과는 기존 가설 중 하나인 ‘다리를 안으로 넣었다 빼기’와 일치하는 측면이 있지만, 논쟁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예컨대 두 번째 가설처럼 몸통이 동시에 회전을 시작하더라도, 상체가 더 가볍고 유연하기 때문에 회전이 더 빨리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실험에서는 또 다른 중요한 발견도 있었는데, 많은 동물들처럼 고양이도 움직임이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었다. 살아있는 고양이 두 마리는 각각 총 8회씩 낙하 실험에 참여했는데 한 마리는 8번 모두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고, 다른 한 마리는 8번 가운데 6번을 오른쪽으로 회전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히구라시 박사와 연구진은 이어지는 연구에서 낙하하는 고양이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3차원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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