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모두 '장기전 늪' 우려하지만…출구는 여전히 '안갯속'
이란, 경제·군사 압박 속 호르무즈 봉쇄 카드로 '버티기 전략'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13일(현지시간)로 14일째 이어지면서 양측 모두 장기전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제·정치적 압박이 동시에 커지면서 미국은 전쟁 종료를 언급하기 시작했고, 이란도 새 최고지도자가 강경 노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난 심화와 민심 악화 등 내부적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유가 100달러 돌파·여론 악화…장기전 부담 커지는 美
에너지 시장 충격이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세계 석유의 20%가 차단되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평균 $3.50 이상으로 상승하며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전쟁 여파는 비료,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을 올려 식품값과 건설 비용까지 상승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다시 커지면서 미국 정치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약 60%가 이번 전쟁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균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고립주의를 표방해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을 꺼리는 고립주의 마가 진영에서 이번 전쟁을 두고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쟁 비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정밀 유도 무기 재고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는 점이 장기전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 2주 만에 수년간의 핵심 무기를 소진했다.
미 국방부는 조만간 추가 전쟁 자금 최대 500억 달러(약 73조 9500억 원)를 요구하는 안을 백악관과 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경제·군사 압박 속 호르무즈 봉쇄 카드로 '버티기 전략'
이란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서방에 타격을 주지만 동시에 이란의 '유일한 밥줄'을 끊는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란은 국가 재정의 80%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전쟁 전부터 경제난이 심각했던 이란은 현재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고 생필품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다. 전쟁이 장기화돼 민간인 사상자까지 늘면 비난의 화살이 지도부로 향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반정부 시위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군사적 부담도 쌓이고 있다. 이란이 자랑하는 미사일과 드론 전력 역시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전날 이번 작전으로 현재까지 이란 내부의 약 6000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친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의 집중포화로 세력이 급격히 약화돼 있다.
출구 전략 찾는 美…가족 잃은 이란 새 최고지도자 "복수"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미국은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에서는 "전쟁이 거의 끝났다"는 등 '전쟁 종료'에 대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캐럴라인 래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목표가 완수되면 그것이 이란의 완벽한 항복"이라며 이란의 명시적 항복 선언이 아니라 미국의 판단으로 전쟁을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다소 변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이란 국민이 정권을 무너뜨릴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며 "설령 정권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훨씬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체제 전복을 목표로 했던 전쟁 초기와 달리 군사력 약화로 기대치를 다소 낮춘 모습이다.
반면 이란은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는 개전 초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친 알리 하메네이를 잃고 집권했다. 만약 이 시점에서 바로 굴복한다면, 이란 내부의 강경파와 혁명수비대(IRGC)로부터 지도력을 의심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모즈타바는 이번 전쟁으로 부친뿐 아니라 아내와 자녀까지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그에게 이 전쟁은 국가적 과제이자 개인적인 복수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첫 공식 성명에도 이러한 기조가 드러났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반드시 활용해야 할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미국 내 여론을 악화시키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날 것으로 보고 버티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우리가 죽으면 전 세계 경제도 함께 죽는다"는 전략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출구전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조기 종료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엇갈린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군사 작전이 끝나기도 전에 조기에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란의 공격 능력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폭격을 중단하고 이번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이란 역시 정권이 무너지지 않았으므로 "미국의 침략을 막아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단계적으로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나 카타르, 오만 등이 중재자로 나서서 물밑 협상을 이끄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미국은 이란의 정권 교체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과 대리 세력 통제를 요구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이란의 동결 자산 일부를 해제하고, 이란은 국제사회의 핵사찰을 수용하는 방식의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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