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기뢰 이미 호르무즈 해협에 깔린 듯… 美싱크탱크 “10개 미만 추정”
美 전쟁연구소 “중국 관계 때문에 대량 살포 어려울 듯”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미 기뢰를 부설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기뢰 제거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전쟁이 끝나더라도 해협 안전이 확보될지에 대한 글로벌 상선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란 측은 기뢰 부설을 부인한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11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지난 며칠 사이 호르무즈 해협에 십여 개의 기뢰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기뢰 부설 위치는 대부분 파악한 상태”라면서도 미군이 이 기뢰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기뢰 설치로 이 좁은 수로를 다시 개방하는 일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같은 날 전황 보고서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10개 미만의 해상 기뢰를 부설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ISW는 이란이 5000~6000개의 기뢰를 보유한 것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라크 경제에 타격을 줄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은 이란의 우방국이며, 이라크는 이란이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우회 통로로 이용해 온 국가다. 그러나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기뢰의 무차별성 때문에 대량 살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의 폭발물 기뢰는 미국에 비해 열세인 이란의 해군 전력을 보완하는 전력이다. 미군 함선에 타격을 입힐 뿐 아니라 해협을 지나는 상선에 공포감을 줘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란은 계류형, 해저형, 부유형 등의 기뢰를 보유하고 있다. 계류형은 돌기가 있는 원형 장비를 사슬에 묶어 바다 한가운데에 닻으로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수면에 보일 듯 말 듯 떠 있다가 선박과 접촉하면 폭발하는 재래식이다. 폭약 중량은 약 120㎏이며 중·소형 선박을 표적으로 한다. 대표적인 계류형으로 ‘마함-1’(Maham-1)이 있다.
해저형 기뢰는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선박 엔진의 소음이나 자기장에 기폭 장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란이 보유한 첨단 기뢰인 ‘마함-2’는 수심 10~50m 해저에 설치되며 250톤 규모 잠수함과 함정 격파용으로 사용된다.
소형인 부유형 기뢰는 해류를 타고 떠다니기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다. 이란은 또 잠수부가 직접 배에 설치하는 흡착 기뢰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잠수함, 전함 외에도 소형 고속정을 이용해 기뢰를 설치한다. 앞서 미국은 기뢰를 부설하는 이란 해군 함정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했으나, 이란이 민간 선박 사이에 숨은 소형 배를 통해 기뢰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다. WSJ는 “이란은 주로 어선과 비슷한 소형 배에 잠수부를 태우고 기뢰를 설치한다. 이런 비공식 해상 민병대의 배를 미군이 식별해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상 기뢰는 이란이 세계 경제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단순한 무기”라고 했다.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掃海) 역시 쉽지 않다. 기뢰의 자기장 탐지를 피하는 함정을 투입해 기뢰를 제거하는데, 이 작업에만 수십 일이 걸릴 수 있다. 기뢰 제거 비용도 부설 비용의 최소 10배이다.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은 12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분쟁 상황에서는 어떤 수역에서든 기뢰를 제거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고 했다.
더욱이 미군은 작년 중동 지역에서 기뢰 제거 임무를 수행하던 마지막 소해함을 퇴역시켜 기뢰 제거 역량이 전반적으로 약화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군은 전통적인 소해정 대신 연안전투함에 실린 소형 무인 수상정을 이용해 기뢰를 제거하는 미래형 전술 체계를 갖추겠다고 했지만 실전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이란은 과거 페르시아만에 기뢰를 부설해 미국 함선에 타격을 입힌 바 있다. 1988년 4월 미 해군의 미사일 탑재 호위함 새뮤얼 B 로버츠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운항 도중 계류형 기뢰인 ‘사다프-02’(SADAF-02)와 충돌한 사례가 있다. 이 폭발로 선체에 구멍이 나고 하부 갑판이 침수됐으며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해군과 공군력을 동원한 사마귀 작전을 전개해 이란에 보복한 바 있다.
다만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했다는 보도에 대해 “전혀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페르시아만 인근 남부 해역의 우리 영해 내에서 해역과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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