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AI, 韓 경제 살릴 유일한 희망…철학 중시 교육 체계로 변해야”

윤희훈 조선비즈 기자 2026. 3. 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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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비서를 도입해 보고서 작성을 돕는 툴을 개발했습니다. 데이터 컨트롤타워로 데이터 검색까지 도와줍니다. 해외 펀드 운용사(GP)의 보고서를 토대로 월간 운용 보고서 작성까지 지원합니다.”

최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김연수 훈련생이 키움투자자산운용과 함께 개발한 ‘AI 챗봇’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김 훈련생은 해당 AI 비서를 시범 운영해 본 결과, 통상 40분가량 소요되던 보고서 작성 시간이 10분 내외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오타 등 휴먼에러(사람의 실수)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현재 AI 챗봇을 실무에 도입해 활용 중이다. 김 훈련생은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주도하는 ‘빅데이터 핀테크 AI 고급 전문가 과정(ABS)’을 통해 AI 챗봇 개발에 참여하게 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대학에서 AI 전반에 대한 교육을 받은 뒤, 기업 연계 실무형 프로그램인 캡스턴 과정을 밟는 게 특징이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 고민하는 AI 프로젝트를 맡아 실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걸 목표로 한다. 발표회 현장에서 류 교수를 만나 ‘AI 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전 UCLA 경제학과 조교수, 전 통계청장, 전 UN 통계위원회 의장단, 전 OECD 통계정책위원회 의장단 / 윤희훈 기자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개발 공급과 함께 중요한 게 수요 예측이다. 양쪽의 균형이 맞아야 혁신의 속도가 빨라진다. 앞으로 소버린 AI를 쓸 사람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

새 정부가 2025년 발표한 ‘경제성장 전략’의 핵심이 ‘AI 대전환’이었다.

“저성장 시기,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AI라고 본다.”

왜 그런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 다녀왔다. 경제학자는 갈 일이 없는 행사다. 나도 살면서 이번에 처음 가봤다. 정말 많은 걸 느꼈다.

내가 기술 자체를 평가할 능력은 안 되지만, 로봇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걸 봤다. 현장에서 시연한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응용된다면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겠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CES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중국의 파워가 굉장하다고 느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로봇 기술이 굉장히 발전했다. 지금은 미인 선발대회처럼 로봇이 춤추고, 악수하고 있지만, 향후 다양하게 활용되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AI를 빼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졌다. 지금 인터뷰도 AI 녹음기가 녹취록 작성을 도와줄 것이다.

“산업 전 영역에서 AI가 도입될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생존하려면 AI를 무조건 알아야 한다. 모르면 배워야 한다.”

청년 이후 세대는 새로운 걸 습득하는 게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실패할까 봐 두렵다’ 혹은 ‘새롭게 배우는 게 어색하다’면서 계속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감수를 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가장 위험하다. 무조건 끼어들어야 한다. 두려워해선 안 된다.”

기업 내에서도 직급별로 AI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개인적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AI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AI 대전환 청사진을 세우고, 개발 전문가 채용을 결정하려면 CEO가 AI를 모르면 안 된다. 조금 둔하지만 활용할 줄 아는 CEO와 AI를 전혀 모르는 CEO는 다르다.”

‘AI를 전혀 모르는 CEO’가 왜 문제가 되는가.

“최근 한 대형 로펌에서 AI를 활용해 법률 자문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했다. 로펌 내부 회의에서 해당 AI 서비스를 ‘인하우스(자체) 개발’을 할지, 리걸 서비스를 개발한 IT 회사의 플랫폼을 이용할지, 아니면 외부 업체와 공동 개발을 할지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의사 결정을 할 변호사가 AI를 잘 모르니, 판단을 못 내리는 상황이 됐다. AI에 대한 기본 이해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반대로 ‘조금 둔하지만 활용할 줄 아는 CEO’의 사례도 있었나.

“치과 병원을 운영 중인 한 치과 의사가 우리 스쿨에 지원했다. ‘의사 선생님이 왜 오셨냐’고 묻자 ‘내 병원이 보유한 환자 진료 기록의 이미지 데이터와 텍스트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AI를 개발하면 효과적일 것 같다’고 답하더라. 이처럼 CEO의 사고에 따라 현장에서 필요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런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기술진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시대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한 CEO가 내게 말하길, 과거 10년 전부터 ‘이런 형태로 AI를 도입해서 자동화를 해보자’고 실무진에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10년 동안 들은 얘기가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였다고 하더라. 이 CEO는 우리 스쿨에서 AI 자동화 혁신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소버린 AI(Sovereign AI·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AI)’ 개발이 화두다.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개발 공급과 함께 중요한 게 수요 예측이다. 양쪽의 균형이 맞아야 혁신 속도가 빨라진다. 앞으로 소버린 AI를 쓸 사람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AI는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지 예측이 안 되는 영역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

소버린 AI 개발에 앞서 AI 윤리 등을 먼저 고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실용주의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과 산업 발전에 어떻게 활용할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AI 발전으로 교육의 방향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앞으론 상상력과 인문학적 소양, 철학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콘텐츠를 사례로 들면 아이디어가 중요해졌다. 영상 등 테크니컬한 영역은 AI가 사람보다 더 잘 만들지 않나.”

지금의 교육 방식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어려서부터 애들을 학원에 보내는데, 학원에서 철학이나 인문학적 소양이 쌓이겠나. 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운동하면서 남을 이해할 줄 알고, 팀워크를 기르는 게 중요한데, 우리 교육은 여기와 거리가 있다.

대학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대학 교육은 고등학교까지 공부한 것을 기초로 4년 동안 교육한 뒤, 굿바이하지 않나. 옛날에는 인생을 전후 단계로 나눠, 전 단계에서는 배우고, 후 단계에서는 노동시장에서 써먹는 구조가 통했다. 이런 구조가 교육 시스템에도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노동시장에 투입된 후에도 계속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

평생 교육의 시대가 된 것 같다.

“현재 서울대에서 운용 중인 AI 교육 프로그램을 지방에서도 벤치마킹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방 벤처 기업은 인력 고용이 쉽지 않은데, 지방대 학생에게 캡스턴 참여 기회를 주고, 같이 프로젝트를 해보고, 실제 채용도 하는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다. 지방 기업 혁신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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