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 英·日 연구진, AI로 착륙지 포착] 달에서 종적 감춘 루나 9호, 60년 만에 찾았다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에디터 2026. 3. 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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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반세기 만에 다시 유인(有人) 달 탐사를 추진하는 가운데 60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옛 소련의 탐사선이 달에서 발견됐다. 영국과 일본 연구진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루나 9호로 추정되는 물체가 남긴 흔적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선이나 곧 우주비행사들을 싣고 달에 가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2호가 실제 모습을 포착할 수 있을지 모른다.

1966년 2월 3일 오후 6시 45분(그리니치 표준시) 옛 소련의 무인(無人) 우주선인 루나 9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연착륙했다. 루나 9호는 소련의 2세대 달 탐사선인 예-6(Ye-6) 프로그램의 12번째 우주선이다. 11전 12기로 만든 연착륙 성공이었을 뿐만 아니라 최초로 지구 밖 천체의 표면 사진을 보낸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루나 9호는 착륙 직후 연락이 끊겨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1. 달 탐사선 크기 비교. 루나 9호는 지름이 58㎝에 불과해 지구나 탐사선의 카메라로 찾기 어려웠다. / 비탈리 예고로프 2. 루나 9호 착륙 지점 좌표 비교. /npj 우주 탐사·비탈리 예고로프·CIA

아폴로 자료 학습한 AI, 루나 9호 착륙지 지목

지구에서 고고학자들이 조상이 남긴 유적을 찾듯, 과학자들도 달이나 화성으로 갔다가 종적을 감춘 우주선과 장비를 찾고 있다. 이들이 바로 우주 고고학자다. 당시 소련 언론은 루나 9호의 착륙 지점을 공개했지만, 지구의 천체망원경이나 달 궤도를 도는 탐사선들도 루나 9호를 찾지 못했다. 우주 고고학자들은 발상의 전환과 끈질긴 추적 끝에 루나 9호로 추정되는 물체를 찾아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행성과학센터의 루이스 피노 교수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과학연구소의 야노 하지메 박사는 기존 연구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을 쓴 것이다. 연구진은 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프레스 저널(npj) 우주탐사’에 발표한 논문에서 AI가 미국의 달 정찰 궤도선(LRO)이 과거 아폴로 우주선들이 착륙한 지점을 찍은 사진을 학습하고 이전에 분석한 적 없는 사진에서 루나 16호 착륙 지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60년 전 소련 신문 프라우다와 타스통신은 루나 9호의 착륙 지점 좌표를 북위 7.13도, 서경 64.37도로 보도했다. AI는 그 주변 가로세로 5㎞ 영역을 탐색한 결과, 북위 7.03도, 서경 64.33도에서 인공 물체로 추정되는 신호를 포착했다. 하강 모듈로 추정되는 물체 외에도 약 100~200m 내에서 여러 물체가 함께 발견됐다. 이는 루나 9호의 실제 착륙 과정과 일치하는 배치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과학자들은 루나 9호가 착륙 과정에서 역추진 엔진을 가동했을 때 표면의 먼지를 날려버린 곳은 주변과 빛 반사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2009년 달로 간 LRO는 달 상공 50㎞를 선회하면서 0.5m 크기 물체도 식별할 수 있는 카메라로 달 표면을 촬영했다. 이렇게 찍은 영상을 분석해 과거 아폴로 우주선들의 흔적을 찾아냈다. 하지만 루나 9호는 찾지 못했다. 이번에 AI를 도입해 빛 반사율 차이로 인공 물체를 찾는 방법이 옳았음을 다시 입증했다.

3. 달에 착륙하고 패널을 전개한 루나 9호 상상도. /사이언스 포토 라이브러리 4. 루나 9호 착륙 기념으로 1966년 11월 발행된 소련 우표. /소련 우체국 5. 러시아의 과학 저술가인 비탈리 예고로프가 2016년 과학 대중화 행사인 괴짜 소풍(Geek Picnic)에서 강연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러시아 과학 저술가는 수작업으로 찾아내

루나 9호는 높이 2.7m, 무게 1.5t의 커다란 우주선이었지만, 최종적으로 달 표면에서 작동한 것은 지름 58㎝, 무게 100㎏의 작은 공 모양 캡슐이었다. 루나 9호 착륙 모듈은 달 표면 약 5m 높이에서 엔진을 끄고 캡슐을 위로 방출했다. 당시 착륙선은 시속 22㎞로 달에 충돌했지만, 임무 캡슐은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착륙 직전 반대 방향으로 방출됐고, 동체를 둘러싼 에어백이 터져 충격을 흡수했다.

루나 9호 캡슐은 여러 차례 튕긴 후 ‘폭풍의 대양’ 지역에 자리 잡고 꽃잎 모양의 동체 패널을 펼쳤다. 430㎏의 착륙 모듈은 근처에 추락했다. 루나 9호는 지금처럼 태양 전지판이 없어 배터리로 3일만 작동했다. 이때 착륙지 주변을 찍은 파노라마 사진을 전송하고 방사선을 측정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달 표면이 깊은 먼지 바다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루나 9호는 지반이 단단함을 증명했다.

러시아의 과학 저술가인 비탈리 예고로프도 2월 4일(현지시각) 미국의 블로그 사이트인 텔레타이프에 루나 9호의 착륙지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련 언론이 발표한 루나 9호의 착륙지 주변 50㎞ 반경을 탐색한 결과, 북위 7.86도, 서경 63.86도에서 루나 9호로 추정되는 이미지를 찾았다고 했다.

예고로프는 기존에 알려진 루나 9호의 좌표가 실제 루나 9호가 보내온 주변 풍경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LRO가 찍은 영상으로 만든 3D 지형 데이터와 루나 9호가 보낸 풍경 사진 속 지형을 수작업으로 대조해 루나 9호가 있어야 할 곳을 계산했다. 사진 속 풍경의 입체 지형을 분석해 사진사가 어디 있는지 찾아낸 셈이다. 예고로프가 주장하는 루나 9호 발견 지점은 소련 언론이 발표한 공식 좌표에서 북동쪽으로 25㎞ 정도 떨어져 있었다.

후속 탐사에서 최종 확인될 듯

예고로프가 찾은 착륙 지점은 앞서 영국과 일본 과학자들이 제시한 곳과 다르다. 어느 쪽이 맞는지, 아니면 둘 다 잘못 잡았는지는 추가 탐사로 확인해야 한다. 예고로프는 3월 찬드라얀 2호로 해당 지역을 촬영할 계획인 인도 과학자들에게 이번에 찾은 좌표를 전달했다. 그는 “찬드라얀 2호의 카메라 해상도는 0.25m급에 달해 이론상 우주선의 형태를 식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LRO로 루나 9호 착륙지 후보를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일본 과학자들은 1월 논문에서 “AI의 머신러닝(기계학습)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이상 현상을 효율적으로 분리하지만, 물리적 해석과 검증에는 여전히 분야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며 “루나 9호를 확인하려면 LRO가 그 지역을 다시 촬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고로프는 민간 우주 기업 출신으로 현재 ‘초록 고양이’란 뜻의 젤레니코트라는 필명으로 우주 산업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그는 2025년부터 해외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다고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외국 요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가 전쟁보다 평화적인 우주 탐사에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바람처럼 언젠가 우주 관광객이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장소를 둘러보는 날이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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