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정책’ 트럼프 관세 심판한 美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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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이하 대법원)은 2월 20일(이하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수입품에 부과한 광범위한 상호 관세 조치에 대해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위법’이라고 6 대 3으로 판결했다. 상호 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본 1·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미국 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 진보 성향 대법관이 3명으로 보수 우위 구도인데, 이번 판결에는 보수 성향 대법관 3명도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트럼프는 1977년 제정된 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관세를 부과했으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서를 통해 “금액, 기간, 범위에 제한이 없는 전례 없는 관세 부과 권한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권한을 행사하려면 의회의 명확한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상호 관세는 사실상 ‘무효’가 됐지만, 트럼프는 2월 20일 판결 직후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모든 국가에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루 뒤인 2월 21일엔 이를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수개월에 걸친 숙고 끝에 터무니없고 형편없이 작성된 판결”이라며 “극도로 반미(反美)적인 관세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필자는 대법원 판결을 옹호하며, 무역 적자는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며 관세 부과가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대법원 판결은 정당한 조치였다. “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결하며, 마침내 보수 성향 대법관 가운데 절반이 트럼프의 노골적인 행정권 남용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경제나 외교 문제에 특별한 권한이 없다”고 밝히며, 미국 헌법 제3조가 규정한 사법부의 본분에 충실했다. 판단 초점은 오로지 트럼프의 관세정책 합법성 여부에 맞춰졌다.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뜻을 모은 이번 6 대 3 판결(위법 6, 적법 3)은 법치주의가 최악의 경제정책을 심판하는 최후의 보루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대법원 논리는 미국인이 정규교육 초기에 배우는 단순한 원칙에 기반한다.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헌법은 과세 권한을 오직 의회에만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결론은 분명하다. 트럼프 정부가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세는 실제로 미국 기업과 가계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점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다수 의견서에 명시했듯, 대법원은 “관세정책에 대한 대통령 권한을 이처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예일대 로스쿨에 작은 사무실 하나를 두고 있을 뿐, 법률 분야에 특별한 전문성이 없음을 밝힌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경제적 함의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함의는 세 가지 핵심 이유에서 법원의 기본적인 논리와 부합한다.
첫째, 트럼프가 IEEPA를 발동하고 무모하게 관세 몽둥이를 휘두를 명분으로 내세운 무역 적자는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다. 미국은 1976년 이후 매년 제조업에서 무역 적자를 기록해 왔다. 2025년에는 트럼프가 관세를 대폭 인상했음에도,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가 1조2000억달러(약 1760조4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마주한 진정한 비상사태는 극심한 저축 부족이다. 2025년 미국의 순국내저축(Net Domestic Saving)은 국민소득(National Income)의 0.2% 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국내 저축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은 해외 잉여 자본을 끌어오기 위해 막대한 국제수지 및 무역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 정책이 키운 거대하고 만성적인 연방 재정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축 부족은 앞으로도 막대한 무역 적자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둘째, 관세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달리, 관세는 외국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수입업자가 납부하는 세금이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작성한 소수 의견서는 “의회는 통상적으로 대통령에게 미국과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상당한 권한과 재량을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정반대 결과를 초래했다.
② 뉴욕 연방준비은행 경제학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관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의 거의 90%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전가됐다. 케빈 해싯(Kevin Hassett)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 연구를 폄하했지만, 이는 해싯의 아첨족 성향을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이런 태도는 트럼프 정부 주요 경제 관료 사이에서 흔히 나타나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연방준비은행 결론은 트럼프 관세의 영향을 분석한, 다른 신뢰할 만한 대부분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글로벌 차원에서 함의가 있다. 트럼프는 세계화와 규범에 기반한 무역 체제를 지지하는 이른바 ‘글로벌리스트’를 강하게 비판해 왔을 뿐 아니라, 그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는 오랫동안 미국에 큰 이익을 가져다준 동맹까지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그의 주요 공격 대상은 유럽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다. 대상은 그들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는 자기 첫 임기 중 주요 성과로 내세웠던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마저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 상품 교역의 무려 54%가 유럽, 캐나다, 멕시코와 이루어진다. 미국이 이들 국가와 교역하는 이유는 트럼프 주장처럼 글로벌리스트가 미국을 약화시키기 위한 음모를 꾸몄기 때문이 아니다. 경제적 필요 때문이다. 미국이 성장을 지속하려면 외국 자본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그 대가는 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의 강력한 효율성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트럼프의 관세는 세계무역 체제에 큰 충격을 가했다. 중국처럼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국가가 미국 무역 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전체 무역 적자 규모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에 머물며 미국 제조 업체와 노동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유럽, 캐나다, 멕시코, 중국과 경제적 연결을 끊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그렇게 할 경우 이들 국가의 무역 흐름이 다른 곳으로 전환될 뿐이며, 그 결과 지금까지 미국이 누려 온 효율성과 안보상 이익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예상할 수 있듯, 대법원 판결 이후 분노한 트럼프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10%의 새로운 임시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이를 15%로 인상했다.
대법원은 트럼프의 전방위적 관세 체제를 판단하면서 이러한 경제적 고려를 다루지 않았고, IEEPA 발동에 필요한 국가 비상사태의 타당성도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IEEPA에 기반한 관세가 위헌이라는 제한된 범위의 판결만으로도 미국 정치권과 국제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미국의 정책은 복수심에 불타고 무지한(vindictive and uninformed) 독재자 지망생(wannabe autocrat)의 변덕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로버츠 대법원장의 말이 핵심을 짚었다. “상식이 시사하는 바를 의회 관행이 확인해준다.” 대법원은 법치주의를 수호함으로써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언제쯤 자체적인 판결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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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통령이 국가 안보나 경제 분야에서 ‘특이하고비상한 위협(unusual and extraordinary threat)’이 발생했다고 판단할 경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국과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이다. 이란, 북한, 러시아, 시리아 등 적대국이나 테러 단체 제재에 활용돼 왔다. IEEPA 제정 후 약50년간 어떤 대통령도 이 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월 12일 ‘관세는 누가 지불하는가?’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는 2025년 1~11월 기준, 관세 비용의 약 90%를 미국 가계와 기업이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기업이 관세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트럼프 주장과 상반된 결과다. 존 윌리엄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월 3일 콘퍼런스 행사 연설에서 “관세는 이미 미국의 수입품 가격을 의미 있게 올렸으며, 완전한 영향은 아직 다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논문 내용이 “경제학 1학기 수업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분석에 기반한 매우 당파적인 것”이라며 “이 논문과 관련된 사람들은 아마 징계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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