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곳에 나무 심으면 지구 기온 더 오른다”

절반만 심었는데 효과는 같다
ETH 취리히·겐트대·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면적이 두 배 차이 나는 두 시나리오의 냉각효과가 동일했다. 총 894만㎢ 규모(한반도 약 40배)의 조림(숲 조성) 시나리오와 440만㎢ 규모의 조림 시나리오 모두 2086~2100년 기준 지구 평균기온을 약 0.13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은 더 넓었지만 고위도 지역 위주여서 탄소흡수로 인한 냉각효과 상당 부분이 상쇄됐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어 기온을 낮추자는 논의는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현재의 탄소 감축 속도만으로는 파리협정의 1.5도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다. 숲을 조성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식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탄소 제거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나무를 어디에 심느냐에 따라 냉각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어디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지 분석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대기와 육지의 기온 변화만 고려한 기존 연구들과 달리 해류/수온 변화까지 반영한 최초의 연구다. 연구진은 해양 반응을 포함하면 육지의 온도 변화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고 밝혔다. 해양이 고정된 조건일 때는 온난화로 나타나던 효과가 해양 반응을 반영하면 냉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 시나리오는 면적과 지역 분포가 크게 다르다. 'Bastin 시나리오'(894만㎢)는 위성·현장 데이터와 기계학습을 결합했다. 고위도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 조림 가능성을 부여했다. 'Moustakis 시나리오'(926만㎢)는 기후·토지 이용 시나리오 수천 개를 종합했다. 조림 가능 면적의 상당 부분이 열대 지역에 집중돼 있다. 'Hurtt 시나리오'(440만㎢)는 국제 기후연구에서 표준으로 활용되는 토지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추정치다.

고위도엔 심을수록 역효과
나무를 심으면 기온이 내려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나무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실효과를 줄이고 나무가 지표면의 온도 자체를 직접 바꾼다. 연구진은 두 번째 효과가 지역에 따라 냉각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온난화(가열화)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고위도·극지방에 나무를 심으면 눈이 덮여 있던 땅이 짙은 숲으로 바뀌면서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오히려 온도가 올라간다. 흰 눈은 햇빛을 강하게 반사하는 성질(알베도. albedo)이 높다. 지표면이 밝을수록 태양에너지를 튕겨내 지구를 식히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그 위에 어두운 색의 나무가 들어서면 반사 효과가 줄고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면서 지표 온도가 높아진다. 연구진은 이 같은 온난화(가열화)효과가 탄소흡수로 인한 냉각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하고, 고위도 일부 지역에서는 온난화(가열화)효과가 냉각효과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열대·아열대 지역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는 알베도 문제보다 증발산 효과가 강하다. 나무는 뿌리로 흡수한 토양 수분을 잎을 통해 대기 중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주변 온도를 낮춘다. 사람이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원리와 같다. 아마존, 아프리카 남동부, 동아시아 등에서 이 냉각 효과가 특히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지역들이 지표면 온도를 직접 낮추는 효과와 탄소흡수를 통한 냉각효과를 동시에 제공하는 최우선 조림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북미 중부, 시베리아 등 고위도 지역은 나무를 심을수록 오히려 온도 상승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흡수량만 계산 말고 위치 따른 온도 효과 반영해야"
현행 파리협정과 REDD+(개발도상국의 산림 보전을 지원하는 국제 기후 협약) 등이 산림의 탄소 흡수량만 계산할 뿐, 조림 위치에 따른 온도 효과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탄소를 많이 흡수하더라도 고위도 조림으로 인한 온난화가 그 효과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