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우승 트로피를 기억하는가' 김시우, 1R 52위 출발… 셰플러·매킬로이 동반 침몰한 TPC 소그래스, 이제부터가 진짜다

김시우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 더플레이어스 스타디움코스(파72·7천352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천500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1개, 보기 2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로 마감했다. 출전 선수 123명 중 조던 스피스 등과 함께 공동 52위다. 단, 4명이 1라운드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로 이들의 경기가 마무리되면 최종 순위는 다소 변동될 수 있다. 이날 비로 인해 경기가 일시 중단되며 잔여 1라운드는 다음 날 이어진다.
공동 선두 그룹은 매버릭 맥닐리, 리 호지스, 사히스 시갈라, 오스틴 스머더먼(이상 미국), 제프 슈트라카(오스트리아) 5명이 5언더파로 형성했다. 이 중 스머더먼은 18번 홀에서 약 4.5m 버디 퍼트 하나를 남겨둔 채 다음 날 경기를 이어간다. 이 퍼트를 성공시키면 스머더먼이 단독 선두로 1라운드를 마치게 된다.
공동 10위 그룹이 3언더파 69타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시우와 선두권의 간격은 6타. 공동 10위권과의 차이는 4타다. 역대 이 대회에서 4타 차 역전 우승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 추격의 문은 열려 있다.
2017년 이 대회 챔피언인 김시우에게 올해는 9년 만의 타이틀 탈환 도전이다. 대회 개막 전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채널이 우승 후보 1순위로 그의 이름을 호명했을 만큼 기대치는 높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남은 3라운드에서 공격적인 버디 사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날 라운드에서 더 눈길을 끈 건 최강자들의 동반 부진이었다. 2023·2024년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이븐파 72타로 공동 40위에 머물렀고, 2019년과 지난해 이 대회를 제패한 디펜딩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오버파 74타로 공동 69위까지 밀려났다.
셰플러와 매킬로이 모두 이 대회 3회 우승이라는 역사적 기록에 도전 중이지만 첫날만큼은 TPC 소그래스에 완전히 장악당했다. 대회 역사상 3회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잭 니클라우스가 유일하다.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던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첫 홀인 10번 홀을 파로 마친 뒤 11번 홀 티샷을 앞두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을 선언했다. 저스틴 토머스 등 4명은 4언더파 68타로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 중 임성재와 김성현은 3오버파 75타, 공동 82위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 코스의 명물 17번 홀(파3·143야드)이었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은 이날 하루에만 공 18개를 집어삼켰고 평균 타수는 3.33타에 달했다. 122명의 선수 중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선수는 단 11명에 그쳤다.
가장 극적인 희생자는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였다. 그는 16번 홀까지 3언더파로 순항했지만17번 홀 티샷을 연속으로 수면에 날려 이 홀 한 곳에서만 4타를 잃었다. '아일랜드 그린의 저주'가 단 한 홀에서 그의 하루를 무너뜨린 것이다.
18번 홀(파4)도 선수들에게 가혹했다. PGA 투어에 따르면 셰인 라우리(아일랜드)가 이 홀에서 볼을 물에 빠트리며 2003년 이후 이 홀에서 통산 1000번째 물 빠진 공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라우리는 이 홀에서만 4타를 잃으며 이븐파에서 4오버파로 급락했고 40위권 순위도 공동 99위로 수직 하강했다.
숫자가 말해준다. 이날 TPC 소그래스는 단순히 어려운 코스가 아니라 선수들의 집중력과 담력을 원초적으로 시험하는 무대였다. 김시우의 1오버파는 그 맥락에서 다시 읽혀야 한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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