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660m’ 쉼없는 K-특수지의 심장이 뛴다
펄프 물에 녹인 종이 원재료 ‘지료’
초지기 거쳐 건조…롤 형태로 완성
월 8000톤 고부가 특수지 생산능력
‘특수코팅 기술’ 고난도 공정도 척척

지난 5일 오전 10시. 충남 천안에 자리 잡은 한솔제지 천안공장 입구에는 거대한 카고 트럭들이 밀려들었다. 트럭 적재함에는 흰색 상자 모양의 펄프가 빼곡히 실려 있었다.
펄프는 멀리서 보면 스티로폼 블록 같아 보인다. 펄프는 2㎜ 안팎의 두께에 가로 90㎝ 세로 70㎝ 높이 50㎝정도의 크기로 운반된다. 이 묶음 하나를 ‘펄프 베일’이라 부른다.
흰색이라 가벼워 보이지만 무게는 성인 남성 몸무게의 3배가 넘는 250㎏이나 된다. 펄프 베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종이의 양을 A4용지로 환산하면 약 270㎏에 해당하고 이는 A4용지 500매 묶음 약 100개 분량이다.
펄프는 물속에서 풀어져 종이의 원재료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펄프를 감싸고 있는 포장지 역시 펄프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별도로 포장을 뜯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이같이 생긴 펄프 베일 덩어리는 물속으로 그대로 들어가 녹는다. 모터 분쇄작업을 거친 ‘죽’ 형태의 소재는 ‘지료(Paper stock)’라고 불린다. 지료의 구성은 펄프 약 1%, 물 약 99%다. 종이 1톤을 생산하는 데에는 약 20톤의 물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종이는 사실상 물 위에서 만들어지는 산업에 가깝다.
안전모를 쓰고 생산동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소음이 쏟아졌다. 기계음과 진동이 뒤섞였다. 공기를 가르는 고압의 바람소리와 ‘윙~’하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공장을 가득 채웠다. 공기는 뭉근하고 습한 종이 냄새로 가득했다. 이곳 기계들은 하루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는다.
한솔제지 천안공장의 심장, PM52를 직접 봤다. PM은 페이퍼 머신(Paper Machine)의 약자다. 5는 천안공장을, 2는 이 공장에서 두 번째로 들어선 기계를 의미했다. 천안공장엔 PM(PM51. PM53)이 3기, CM(51, 52, 53)이 3기가 설비돼 있다. CM은 코팅머신(coating machine)의 약자다. PM52는 폭 8m, 높이 9m, 길이 100m에 이르는 거대 장비다. 건물 하나가 통째로 기계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규모다.

PM은 초지기로 불린다. 제지업에서 종이를 연속적으로 빠르게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기계가 초지기다. 이 가운데 ‘초(抄)’는 뽑을 초, 또는 뜰 초로 불린다. 종이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당시 물에 풀어진 지료를 뜰채로 떠서 종이를 만들었던 것이 단어의 의미가 됐음직 했다. 공장 관계자는 ‘종이를 만든다’는 표현 대신 ‘종이를 ‘뽑는다’고 한다.
첫 번째 공정은 지료를 쇠그물 형태의 와이어 위에 뿌리는 작업이다. 이후 공정은 ‘물 짜내기’다. 아직 물기가 많은 종이를 거대한 롤러 사이로 통과시키며 물을 물리적으로 짜낸다. 이 실린더 내부에는 증기가 흐르고 있으며 표면 온도는 최대 130도까지 올라간다.
종이는 이 뜨거운 실린더를 따라 이동하며 수분을 날려 보낸다. 처음 지료 상태에서 99%였던 물은 이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진다.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약 1% 정도의 수분이다.
전분은 주로 옥수수 녹말가루를 사용하는데, 전분 처리를 하는 이유는 종이의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고 인쇄 적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후 다시 한 번 더 전분을 말리는 건조 작업이 이어진다.
초지기 내부를 흐르는 종이는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이날 공장의 생산 속도는 분당 약 660m. 한시간에 40㎞가 넘는 길이의 종이를 생산하는 셈이다.
건조와 표면 처리까지 마친 종이는 거대한 롤 형태로 감긴다. 종이 롤은 천천히 회전하며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 고객사의 요청에 맞춰 롤의 폭도 잘라진다. 슬리팅 공정이다.
특수지가 되는 진짜 여정은 코팅 공정부터다. 천안공장은 CP 3대를 설비하고 있다. 예컨대 편의점 계산대에서 흔히 받는 영수증의 소재인 감열지(感熱紙)는 이 코팅 공정을 통해 완성된다.
한솔제지는 장항, 대전, 천안, 신탄진 등 국내 여러 거점에서 인쇄용지, 산업용지, 특수지, 감열지 등 다양한 종이를 생산한다. 그 중 천안공장은 특수지 전문 공장으로, 팬시지와 정보용지, 감열지 등을 집중 생산한다. 특수지는 부가가치가 높은 종이인데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이다. 같은 설비에서 여러가지 종류의 종이를 생산하다는 작업은 같은 종이만을 계속 찍어내는 작업보다 공정 운영 난이도가 높아진다.

모든 공정을 마친 종이는 포장 라인으로 이동한다. 포장이 끝난 종이 롤은 다시 지게차에 실려 출하 대기 공간으로 옮겨진다. 천안공장에서 출하되는 종이는 월 8000t 이상이다. 공장 내부에는 약 1만3000t 규모의 재고가 보관돼 있다. 약 한 달 반 정도 생산량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거대한 롤들이 줄지어 쌓여 있는 모습은 작은 창고라기보다 하나의 종이 도시처럼 보였다. 천안=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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