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위기 고슴도치...‘초음파’로 구한다
주요 사망 원인 자동차 사고 예방 기대
야생동물 보호 위한 새로운 과학적 접근

초음파 기술을 이용해 고슴도치의 로드킬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슴도치가 인간이 들을 수 없는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차량이나 장비에서 초음파를 발생시켜 동물이 도로에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보호 기술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유럽 고슴도치는 멸종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종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의 최대 3분의 1이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초음파 장치로 교통사고 저감 가능성 발견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11일 초음파 기술을 이용해 고슴도치의 도로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Biology Letter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고슴도치가 매우 높은 주파수의 초음파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험에서는 덴마크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보호 중인 고슴도치 20마리를 대상으로 청각 반응을 측정했다. 전극을 이용해 뇌와 귀 사이의 신호를 측정한 결과 고슴도치는 4kHz에서 85kHz 사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약 40kHz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Hz~20kHz로 이 범위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보다 훨씬 높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CT 스캔을 통해 고슴도치의 귀 구조도 분석, 고슴도치가 박쥐처럼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잘 전달하는 특징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유럽 전역에서 감소 중인 고슴도치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고슴도치가 현재 유럽에서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종이기 때문이다. 유럽 고슴도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준위협(Near Threatened)' 등급으로 분류된다.
옥스퍼드대 생물학과 연구에 따르면 유럽 여러 국가에서 고슴도치 개체수는 최근 10년 동안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도 상황이 심각하다. 1995년 약 150만 마리로 추정되던 개체 수는 2016년 약 52만 마리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식지 파괴, 도시화와 농업 확대, 먹이 감소, 교통사고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다. 연구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의 최대 3분의 1이 교통사고로 죽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년 약 33만 5000마리의 고슴도치가 도로에서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노팅엄트렌트대학교(NTU)와 야생동물 보전단체 PTES가 국제학술지 Animal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도로는 차량과의 충돌 사고 위험과 함께 고슴도치 서식지를 분리하는 생태적 장벽이기도 하다. 먹이, 은신처, 짝을 찾기 위해 이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개체군을 고립시켜 멸종위험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교통 인프라는 고슴도치 개체 밀도를 약 30% 감소시킬 수 있으며 지역 개체군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고슴도치뿐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도로와 교통망 확장은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 충돌 사고와 서식지 단절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계와 협력해 장치 개발 과제
지금까지 고슴도치 보호를 위한 해결책으로는 도로 아래 야생동물 터널 설치, 녹지 연결 통로, 도로 경고 표지판, 차량 속도 제한 등이 고려돼왔다. 이 방법들은 일부 지역에서는 효과가 확인됐지만 비용이나 관리 문제로 널리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이번 초음파 기술 기반 해결책을 새로운 대안으로 보며 다음 단계는 자동차 업계와 협력해 실제 차량에 적용 가능한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석 연구원인 옥스퍼드 대학교 야생동물보전연구소 소피 룬드 라스무센 박사는 "고슴도치를 자동차에서 멀리 떨어지게 할 효과적인 장치를 설계할 수 있다면 유럽 고슴도치의 도로 교통 위협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단순히 한 종의 생태를 밝히는 것을 넘어 야생동물 보호 전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