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강대강 대치’에 피멍 드는 세계경제
유가 하룻새 9% 급등…요소값 2주새 134弗↑
파종 앞둔 글로벌 농가 비료값에 ‘전전긍긍’
‘노벨상’ 스티글리츠 “美 스테그플레이션 위험”
![페르시아만 북서부 이라크 영해에 있는 유조선이 12일 이란 수상 드론에 피격당한 뒤 불타고 있다. [AP]](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ned/20260313115006117opwy.jpg)

하메네이 정권의 연장선이라 평가됐던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가 세계를 향해 내놓은 첫 공식 메시지는 미국·이스라엘을 향한 ‘초강경 대응’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국제유가 급등 우려에 “미국은 석유 생산국이어서 (유가 상승이) 큰 돈을 버는 일”이라며 “이란의 핵 보유 저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석유를 볼모로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들어 미국을 압박한다는 이란의 전략에 미국이 굴하지 않겠다는 반박을 한 셈이다. 진작부터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던 이스라엘도 이란 정권 전복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새 목표로 삼고 전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의 여지도, 조기 종전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강대강 대치는 세계 경제를 ‘S의 공포’의 위협으로 몰아넣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이란 전쟁이 미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의 위험에 직면하게 했다고 경고했다. 유가 뿐 아니라 비료값, 원자재값 등도 급등세를 보이며, S의 공포를 앞당기고 있다.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 선출 나흘만인 12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며 “전쟁 상황과 국익에 따라 이를 즉각 활성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순교에 대한 보복을 피하지 않겠다”며 보복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미군의 폭격으로 아버지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뿐만 아니라 아내와 누이, 조카 등 가족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미군의 오폭으로 추정되는 이란 남부 미나브 포등학교 여학생들의 폭사 사태를 언급하며 이들을 순교자로 칭했다. 그러면서 “적에게 보상을 얻어내야 한다. 그들이 보상을 거부하면 그들의 자산을 똑같이 빼앗고 쳐부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예상됐던 강경 대응을 공식화 하자, 미·이스라엘도 이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라 유가가 오르면 우리는 큰돈을 번다”고 게시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연일 거세지는 유가 상승 국면에 개의치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는 이어 “대통령으로서 훨씬 더 중요하고 관심 있는 일은 악의 제국인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 중동은 물론 전 세계를 파괴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결코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에 대한 작전을 초기 의지대로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이날 현지 언론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이란 전쟁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맞서게 될 가격 지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없다”고 답변했다. 비용 부담과 무관하게 전쟁은 계속될 것이란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11일 미 의회 브리핑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이란 전쟁 첫 6일 동안 최소 113억달러(약 16조원)를 전쟁 비용으로 썼다.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촬영된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무즈타바 하메네이의 첫 성명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 [AFP]](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ned/20260313153211498obuj.jpg)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개전 후 처음으로 현지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이란 국민이 50년 가까이 자신들을 억압해 온 잔인한 폭군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세 번째 전쟁 목표를 추가했다”며 정권 전복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어느 쪽에서도 협상이나 긴장 완화, 조기 종전 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양상이다.
이 같은 강대강 대치는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된 팟캐스트 ‘머니터리 매터스’에서 미국에 전쟁으로 인한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를 경고했다. 그는 “물가는 일차적으로 관세 탓에, 그리고 이제는 전쟁 탓에 상승하고 있는 반면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며 “증시 충격, 유가 충격, 식품가격 충격, 관세 충격을 고려할 때 미국 경제는 매우 험난한 시기를 앞두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장에 대해서도 그는 “미국 경제는 인공지능(AI)이라는 단기통 엔진에 의존해 굴러왔다”며 “이는 건전하고 분산화된 경제라고 볼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유가가 상승할수록 산유국인 미국은 돈을 많이 번다는 트럼프의 호언장담도 사실이 아니라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의 에너지 섹터는 유가 급등으로 수혜를 보겠지만,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늘어난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것이란 기대는 “환상에 가깝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동의 석유 파동으로 인해 1974년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점을 언급하며 “비유하자면 당시 세계 경제에 수류탄이 투척 된 셈이었고, 세계 경제는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이 올라가더라도, 이 효과가 경제의 다른 분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몸살은 유가 외에 원자재 가격과 농산물 생산가 상승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하필 북반구의 파종기를 앞두고 발발한 전쟁으로 인해 비료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질소 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 가격은 지난달 27일 1t당 458.29달러에서 지난 12일 592.84달러로 2주 만에 29% 급등했다.
농기계와 농산물 운송에 쓰이는 디젤 가격도 상승세다. 트랙터와 농기계, 농산물 운송 트럭에 사용되는 경유 가격은 최근 일주일 사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농가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 사진 속에선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CVN 72)의 비행갑판에서 이륙 준비를 하는 제133 전자 공격 비행대대(VAQ 133) 소속 EA-18G 그롤러 전투기의 모습을 담고 있다. [AFP]](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ned/20260313153212138utpe.jpg)
‘S의 공포’는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일본도 수입 원유의 90% 이상이 중동산이다. 농업 중 시설원예(비닐하우스)는 중동산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당장 수출 타격, 생활물가 급등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0.31% 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에너지의 59%를 중동산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유럽은 생산 조정 신호를 내놓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 집약 산업 단체 유니덴은 “유럽 가스 현물 가격이 즉시 80% 상승했다”며 “일부 기업들은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축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수입 에너지 공급망 타격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밎고, 수출 공급 축소 내지는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도현정·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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