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發 모회사 책임론… 노란봉투법, 판교식 조직운영 흔드나

변인호 기자 2026. 3. 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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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이 IT·게임업계를 흔들고 있다.

이윤수 법무법인 서온 변호사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IT·게임업계는 기존의 자회사·외주 활용과 고용 유연화 관행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모회사나 원청이 인사·예산·근로시간·배치전환 등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명목상 법인 분리만으로는 책임을 차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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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이 IT·게임업계를 흔들고 있다. 자회사 구조조정을 본사가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분사·외주·전환배치로 인력을 운용해온 업계 관행 전반이 도마에 올랐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하루 전인 12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 본사가 나서 자회사인 디케이테크인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카카오 자회사 디케이테크인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카카오 100% 자회사인 디케이테크인은 지난해 11월 카카오와의 품질보증(QA)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로 해당 업무를 맡던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노조는 디케이테크인이 이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IT·게임업계에서 처음 제기된 모회사 책임론 사례다. 노란봉투법은 개정 노동조합법의 별칭이다.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기존에는 직접 고용 계약을 맺은 회사만 사용자로 봤다. 개정법은 다르다. 직접 계약을 맺지 않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회사라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부위원장 겸 네이버지회장은 "서비스를 위해 일하는데도 자회사, 손자회사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 온 잘못된 관행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며 "카카오와 게임사를 포함한 IT기업들은 구성원을 존중하고 이용자를 만족시키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IT·게임업계 노조 관계자들은 디케이테크인 같은 사례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NHN의 경우 지난해 10월 자회사 NHN에듀의 모바일 알림장 서비스 '아이엠스쿨'을 종료한 뒤 해당 직원들의 전환배치와 고용안정을 놓고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게임사들은 프로젝트 단위나 자회사 형태로 독립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인력을 정리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넷마블 계열사 잼팟은 2월 24일 프로젝트 종료를 이유로 직원 13명을 대기발령시키고 업무에서 배제했다. 넷마블 노조는 이를 사실상 해고 수순이라고 반발했다. 2024년부터 엔씨소프트·크래프톤·컴투스·위메이드 등도 잇따라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이런 과정에서 본사·지주사와 노조 간 갈등이 더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윤수 법무법인 서온 변호사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IT·게임업계는 기존의 자회사·외주 활용과 고용 유연화 관행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모회사나 원청이 인사·예산·근로시간·배치전환 등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명목상 법인 분리만으로는 책임을 차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식 법무법인 청출 변호사는 "IT·게임업계에서 빈번한 분사와 자회사화, 전환배치 같은 조직변경 자체가 곧바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에는 모회사나 본사가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했다면 별도 법인 소관이나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섭을 일률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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