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자가 쏘아올린 ‘검찰개혁 내전’…이재명·정청래·김어준의 힘겨루기

강윤서 기자 2026. 3.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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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두고 명·청 갈등 ‘재점화’…엇박자 반복, 당·청 핫라인 실종?
내전의 뇌관으로 떠오른 ‘공소 취소 거래설’…‘음모론’에 ‘탄핵 거론’까지
‘뉴이재명’ 등장에 무리수 둔 김어준…‘유튜브 권력·팬덤’ 부메랑 맞은 與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여권의 내전(內戰)이 시작됐다. 이재명의 청와대, 정청래의 민주당, 김어준의 유튜브. 여권의 명실상부한 권력 투톱과 핵심 스피커로 꼽히는 이들이 검찰 개혁을 두고 공개 설전을 벌였고, 이들을 따르는 지지자들 사이에는 균열이 생겼다. 1차전은 '모두의 대통령'을 꿈꾸는 이재명 대통령과 '지지층의 결집'을 추구하는 정청래 당대표 사이 미묘한 신경전으로 불거졌다. 2차전은 장외로 번졌다. 민주당 지지층이 모여드는 김어준씨 방송에서, 검찰에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대신 보완수사권을 유지하게 해주는 이른바 정권 핵심 관계자발(發) '공소 취소 거래설'이 제기되면서 갈등의 불씨는 더 커지는 모습이다.

이는 모두 진보진영의 오랜 염원인 검찰 개혁에서 촉발됐다. 정부는 3월3일 "당에서 수렴한 의견을 대부분 반영했다"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 등 당내 강경파는 정부안을 조목조목 반대하며 반발했다(표 참조). 이에 김어준씨는 줄곧 강경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당-청 갈등에 부채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권력의 세 축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당·정·청이 검찰 개혁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팬덤정치가 새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ChatGPT 생성이미지

명-청 갈등, 신뢰 없으니 조율도 없나

1차전은 그 자체로 당-청 갈등 양상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3월7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대통령이나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 없다"며 사실상 당 강경파에 경고장을 날렸다. 그러나 정 대표는 다음 날(8일)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깃발이자 상징이다. 깃발이 찢어지지 않도록, 상징이 얼룩지지 않도록 잘하겠다"면서도 "입법권은 당에 있기 때문에 조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9일 새벽 다시 한번 긴 글을 올리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좀 더 직접적인 메시지를 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명-청 신경전이 '시스템적 결함'과 '정치적 입장 차'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먼저 시스템적 차원에서는 현재 여권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3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①고위 당·정·청 채널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가 좁혀지지 않고 있고 ②홍익표 정무수석과 한병도 원내대표 등 당·청 핵심 정무라인도 이를 조율하지 못하고 있으며 ③이 대통령이 전 국민 앞에서 당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내보낸다는 것 자체가 당대표에 대한 신뢰가 약함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당·청 간 이견은 발생할 수 있지만, 당·정·청이 고위급 비공개 회의 등에서 물밑 조율해 정리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파열음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점이 가져오는 나비효과라는 분석도 많다. 복수의 여권 인사에 따르면, 검찰 개혁안 자체에 대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근본적 시각차가 생겼다고 한다. 당대표 시절 이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주요 성공 방정식은 '검찰의 피해자' 서사였다. 지난해 대선 승리를 위해 '초강경'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 개혁)을 앞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숙의 과정'을 강조하며 "검찰이 밉다고 감정적으로 보완수사권은 안 된다고 미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는지 살펴보자"고 했다. 이에 청와대 측에선 '대통령이 당심을 넘어 민심을 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전한다.

반면 정 대표는 상대적으로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층에 방점을 찍은 정치를 강조한다. 그는 진보진영의 최우선 가치가 된 검찰 개혁이라는 당론을 이어받았고, 이 대통령이 그랬듯 해당 당론을 '지지층 결집'의 핵심 도구로 활용해 당권을 잡으려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쌓인, 검찰을 향한 오랜 분노에 더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한층 증폭됐다. 이들을 대표하는 정 대표가 '초강경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그동안 민주당이 구축한 세계관과 가장 부합한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개혁 완수'를 지방선거의 승리 전략으로 세우고, 당권 연장까지 끌고 가려는 모습이다.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전략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방송하고 있는 모습 ⓒYouTube 화면캡처

與 "거래설? 3류 창작소설도 못 돼" 불쾌감

대통령과 당대표의 이런 입장 차는 지지층 균열로 이어졌다. '뉴이재명'과 '올드 이재명' 등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로 여겨지는 이 대통령이 검찰 개혁에 제동을 걸면서 여권 지지층도 흔들렸다. 이 대통령이 앞세우는 '통합' 노선을 따르는 세력과, 이를 비판하는 세력으로 분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분열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이며, 그 화약고에는 김어준씨가 자리한다. 당-청 갈등이 '정치의 영역'이라면, 김씨가 쏘아올린 2차전은 '음모론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논란의 '공소 취소 거래설'은 3월9일 처음 제기됐다.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들에게 이 대통령의 공소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씨는 또 '검찰이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해주는 대가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내용을 취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는 "큰 취재를 했다"며 공감했다. 다음 날 같은 방송에 출연한 전직 방송기자 홍사훈씨도 해당 의혹에 대해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3류 창작소설 급에도 못 들어가는 내용"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대표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역풍이 커지자 김씨는 3월12일 방송에서 '거래설은 사전 조율된 내용이 아니었다'고 발을 뺐고, '탄핵'을 거론한 홍씨도 "(장씨가) 대통령 탄핵 사안으로 갈 수 있는 얘길 던지며 아무 근거도 내놓지 않는 건 문제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씨의 수습에도 여권 내부 분열과 힘겨루기는 이미 시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용주 맥 정치연구소장은 "당 지지층을 매일 교육시키는 소위 '조교' 격인 김어준이 야당에서 제기할 법한 주장을 전달했다는 것은 자충수다. 앞서 조국혁신당 합당 논쟁이나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공방전에 이어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는 김씨가 '뉴이재명'이라는 지지층 세력 분화 속에서 조급해졌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무리수"라고 진단했다. 이어 "냉정하게 봐야 할 점은 지지자들은 '김어준'이라는 사람보다 그의 플랫폼에 출연하는 '정치인'에 열광하는 것이며, 출연하는 정치인들도 김어준이 아닌 지지자들과 닿기 위해 나가는 것"이라며 "김씨는 정치인 행세가 아닌 언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비선출 권력' 김어준, 與의 부메랑 됐다

하지만 '정치인'과 '비정치인'이라는 명확한 경계와 달리, 김씨는 이미 민주당 정권의 상왕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꾸준히 유튜브 권력에 올라타 왔다. 김민석 총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수많은 장관이 주요 이슈 때마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혹은 친여 성향의 유튜브에 출연해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여론 형성의 효과를 얻고, 이들 채널은 의제 설정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상당한 권력을 얻게 됐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에 촉발된 선출권력과 비선출권력 간 충돌은 그 후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 대표가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앞날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이번 거래설은 집권 초기부터 민감한 사안을 통해 대통령을 흔들려는 세력 간 권력투쟁이라는 점에서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열린우리당 논란과 비슷하다"면서도 "지금 이재명의 그립감이 당시 노무현의 그립감보다 강하기 때문에 정청래 대표가 이 틈을 타 정치적 이득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 대표는 당대표라는 직함만 있을 뿐 세력은 작다"며 "김어준 세력이 정 대표를 편들어주기 때문에 약간의 후광 효과는 생기지만 그렇다고 정 대표가 이 대통령과 선을 그을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대표는 결정적 순간마다 김씨와 함께 당내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으나, 원내에서 합리적 신중론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 대통령의 지적을 반영해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기류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검찰 개혁에 관여한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처음에는 공소청 수장의 명칭을 검찰총장으로 한 것을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법안 내용 중 논란 여부를 확인한 뒤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공소시효 등에 따라 필요한 경우, 검찰의 직접 수사가 아니라 확인 차원에서의 예외적 허용은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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