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규제의 함정… 산지 '개간농지'에 투기꾼 몰려든 이유 [추적+]
기후위기로 더 중요해진 식량안보
농지 유지ㆍ관리도 식량안보의 축
하지만 관리 엉망인 산지 개간농지
개간 후 5년 지나면 용도 변경 가능
점검ㆍ기록ㆍ보고도 제대로 안 돼
개발 제한하고 관리 실태 점검해야
지방 산지엔 어떻게 그렇게 주택과 공장이 많을까. 산지를 개발하는 게 그렇게 쉬울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산지를 농지가 아닌 개발용지로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산지를 농지로 개간한 후 5년 내라면 까다로운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지방 산지에 주택ㆍ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선 배경은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답은 '5년 내'란 규정에 있다.
![농지를 잘 관리하고 지키는 건 식량안보에 직결된 문제다.[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thescoop1/20260313095833158zowk.jpg)
그럼 가장 현명한 대응책은 뭘까. 현재로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식량자급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게 상책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도는 47.9%(농림축산식품 통계연보)다. 1970년(86.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식량자급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 이유다.
식량자급도 개선을 위해선 적정 수준의 농업종사자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농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농지는 수요가 늘더라도 갑자기 공급을 늘리기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농지는 매년 감소세다. 2019년 158만1000헥타르(㏊=1만㎡)였던 농지 면적은 2024년 150만5000㏊로 5년 만에 4.8% 감소했다. 1970년(229만8000㏊)과 비교하면 34.5% 줄었다. 식량자급도가 하락하고, 농지가 줄고 있다는 건 단순 구조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안보의 기반이 매우 부실해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농지가격은 상승세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포털에 따르면, 2010년 3.3㎡(약 1평)당 평균 6만7109원이던 농지가격은 2022년 11만9734원으로 78.4% 상승했다. 농지가 개발용 토지로 활용되면서 투기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우리나라 농지 관리가 너무 엉망"이라면서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필요하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위법 행위를) 전수조사하고, (농사를 짓지 않는 땅에는) 매각명령을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현행법(농지법)에 명시된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의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농지 확보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그런데 정부가 하나 더 주목할 게 있다. 기존 농지의 전용을 막는 일 못지않게 새롭게 탄생하는 농지의 전용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단 점이다. 산지를 개간한 농지 얘기다.
![[사진|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thescoop1/20260313095834468brhm.jpg)
하지만 그린벨트로 묶인 산지를 주택이나 공장을 짓는 용도로 바꾼다는 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산지가 주택ㆍ공장용 개발용지로 바뀔 수 있었던 건 우회적인 통로가 열려 있어서다.
그 경로는 다음과 같다. 일단 산지를 개간해서 농지로 전환한다. 주택ㆍ공장을 짓기 위한 용도로 전환하는 것보다 비교적 수월하다. 그다음 "개간농지는 5년 이내에 개간 목적을 변경해서 사용할 수 없다"는 개간사업 추진에 관한 규정(농림축산식품부 고시)을 근거로 5년 후 개간농지를 다른 용도로 변경한다.
5년만 지나면 농지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으니 '무사통과'나 다름없다(허가에서 신고로 변경). 농지법과 그 시행령 역시 "농지전용허가를 받은 농지를 5년 이내에 다른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려는 경우,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개간사업 추진에 관한 규정이든 농지법 시행령이든 '5년'만 지나면 패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 농지든 개간농지든 5년간 용도를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제한 게 되레 투기꾼을 부추기는 근거 규정이 된 셈이다. 현재 유튜브에 산지 개간농지의 용도 전환 방법을 알려주거나 임야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차고 넘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산지 개간→농지화→5년 경과→개발용으로 전환'이 가능하면 산림 투기가 늘어날 게 뻔해서다. 산지를 개간해 농지로 사용하도록 하려는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식량안보와 농지 보전의 목표와도 충돌한다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개간 투자의 '회수 시점'을 최대한 늦춰서 투기적 유인을 억제하고, 실제 영농이 정착할 시간을 확보하는 장치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 '개간사업 추진에 관한 규정'이나 농지법 시행령의 용도 변경 가능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거다. 실제로 개간사업 추진에 관한 규정, 농지법 시행령의 규제 기간은 각각 10년(2016년까지), 8년(2002년까지)으로 5년보다 길었다.
용도 변경 가능 기간을 통일할 필요성도 있다. 산지 개간농지와 관련한 현행 법률과 규칙들을 살펴보면 농지법 시행령은 5년, 공유수면법은 10년, 개간업무지침 예시에서는 10년, 개간사업 추진에 관한 규정은 5년, 농지 양도소득세 감면 기간은 8년 등으로 기간의 정합성이 없다. 이러면 행정에서의 혼란이 우려된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thescoop1/20260313095835768lidv.jpg)
이런 맥락에서 개간농지의 '연 1회 이상 점검'을 의무 이행성과 지표로 관리하고, 통합 데이터에 기반해 다양한 정보(개간 승인ㆍ준공, 농지 대장, 건축허가, 개발행위허가, 산지 전용 등)를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산지 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산지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산지 개간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허가해주는 게 순리다. 지금 필요한 건 개발보단 규제다.
장상화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원
ohtong1@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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