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 머리 잘 돌아가는 날, 40분 더 일하는 효과…‘꿀잠’이 비결

곽노필 기자 2026. 3. 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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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잠 잘 잔 다음날 집중력 좋아지고
우울감 있을 땐 업무 능률 떨어져
정신적으로 예리한 상태에 있을 때는 하루에 약 40분 정도 더 일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능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매일 아침 맞는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다 같은 하루는 아니다. 어떤 날은 일이 척척 잘 풀리지만, 어떤 날은 보고서 몇줄 쓰기도 버겁다. 목표를 달성하는 날과 그렇지 못한 날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를 정신적 예리함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특정 시점에 얼마나 명확하고 집중력 있게 사고하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가리키는 용어다. 흔히들 하는 말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날은 일이 수월하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걸까? 정신적 기복은 실제로 얼마만한 성과 차이로 나타날까?

캐나다 스카버러 토론토대 연구진이 대학생 184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인지 과제를 수행하는 실험을 한 결과, 정신적으로 예리한 상태에 있을 때는 하루에 약 40분 정도 더 일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능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정신적으로 예리한 날에는 과제 완료든 저녁 식사 준비든, 목표를 세우고 달성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휴대폰으로 매일 약 10분의 시간을 주고 여섯가지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예컨대 패턴 순서 기억하기, 버튼 누르고 싶은 충동 억제하기, 정해진 시간 안에 숫자 더하기, 순서대로 점 연결하기 등이었다. 연구진은 6가지 과제에서 받은 점수를 참가자들의 그날 정신적 예리함을 나타내는 지표로 삼았다.

연구진은 또 학생들에게 매일 저녁 다음날 달성하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 두 가지를 적어내고, 다음날 저녁 목표 달성률(0~100%)을 보고하도록 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목표 달성률은 평균 62%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주관적으로 생각한 목표 달성 미달률은 더 컸다. 학생들은 자신이 의도했던 것의 절반(52%) 정도만 한 것으로 생각했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그날그날의 기분, 수면, 동기 부여 정도 등을 물어 정신적 예리함을 평가하는 비교 지표로 활용했다.

컨디션 난조 앞에선 성실성도 소용 없어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종합분석한 결과, 몇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정신 집중이 더 잘 될 때 더 많은 목표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학업과 관련해서 더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정신적 예리함이 떨어지는 날에는 일상적인 일조차 미루거나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각자의 성격과는 상관이 없었다. 성실성, 끈기, 자제력 같은 성격 특성은 평균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예측하는 요소이지만, 이른바 컨디션이 안좋은 날(off day)에는 통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조사를 통해 나타난 정신적 예리함의 효과를 정량화한 결과, 하루에 약 30~40분 추가 근무를 하는 것과 같다는 걸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효과는 학업뿐 아니라 에세이 제출, 저녁식사 준비 등 모든 일에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반면 뇌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똑같은 정도로 일의 능률을 떨어뜨렸다. 이는 정신적 예리함이 가장 좋을 때와 가장 나쁠 때의 차이가 하루 약 80분에 이른다는 걸 뜻한다.

흥분감을 느낄 때는 정신적 예리함이 떨어진 반면, 불안감을 느낄 때는 높아졌다. 픽사베이

흥분감은 주의산만, 불안감은 집중력 높여

무엇이 정신적으로 예리한 날과 무딘 날을 가르는 걸까?

분석 결과 평소보다 잠을 더 잘 자고 난 다음 날, 그리고 하루 중 이른 시간(오전)에 정신이 더 맑은 경향이 있었다. 인지 기능은 날이 저물어갈수록 저하됐다.

감정 상태가 끼치는 영향도 컸다. 일부는 예상치 못한 양상을 보였다. 예컨대 의욕이 넘치고 집중력이 좋을 땐 정신적 예리함이 높아졌고, 우울할 땐 낮아졌다. 놀라운 건 흥분감을 느낄 때는 정신적 예리함이 떨어진 반면, 불안감을 느낄 때는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적당한 수준의 불안감은 오히려 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흥분감은 기분은 좋지만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주일 내내 장시간 근무를 한 후에는 예리함이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단 하루 장시간 근무할 경우엔 영향이 없었다.

연구를 이끈 센드리 허처슨 교수(심리학)는 “하루 이틀 정도는 밀어붙여도 괜찮을 수 있지만 휴식 없이 오랫동안 자신을 갈아 넣으면, 결국엔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말했다.

허처슨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신적 예리함을 유지하는 요소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 둘째는 장기간 번아웃을 피하는 것, 셋째는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덧붙여 정신적으로 둔해진 날에는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날은 그냥 운이 안따를 수도 있는데 그런 날은 자신에게 약간의 여유를 주는 날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논문 정보

Day-to-day fluctuations in cognitive precision predict the domain-general intention-behavior gap.

DOI: 10.1126/sciadv.aea8697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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