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기름값’ 유감

‘기름’이라는 단어가 쓰인 것은 오래 되었다. ‘기름’의 어근(語根)은 ‘길’이고, ‘음’은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다. 그러니까 원래는 ‘길음’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발음이 ‘기름’으로 나는 관계롤, 그대로 연철(連綴)하여 ‘기름’으로 쓰게 된 단어다. <계림유사(鷄林類事)>라는 책에 의하면 “油曰幾林(기름은 고려말로 기름이라고 한다)”고 되어 있다. <훈몽자회訓蒙字會>라는 책에도 ‘기름 油(유)’라고 되어 있으니 그 유래가 자못 오래 되었다고 본다. 예전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기름을 의미했던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由 자 옆에 물(水)을 뜻하는 ⺡변이 있는 까닭이다. 한편 기름을 고(膏)라고 표기한 것도 있다. 예를 들면 <구급방언해(救急方諺解) : 세조 12년 1466>에 보면 ‘골 맹글어(爲膏 : 기름 만들어)’라는 표현이 있고, <救急簡易方 : 선조 8, 1489>에도 ‘골 맹글어(爲膏)’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골’은 기름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길’과 ‘골’은 같은 어원을 지닌 단어라고 본다. 과거에 ‘이명0고약(膏藥)’이라는 유명한 약이 있었다. 굳은 기름처럼 된 것으로 환부에 붙이면 나중에 고름이 다 빠져나오는 약이다. 나이 많은 독자들은 모두 기억할 만큼 많이 알려진 고약이다. 어린 시절에 김치가 오래 되어 시면 그 위에 흰곰팡이류가 끼는데, 이것을 ‘골마지’라고 했다. 여기서 ‘골’도 같은 어원으로 본다. ‘곪다’도 골(고(膏기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골>골옴>고름’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름은 식물성기름(油)과 동물성기름(膏)이 있는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유(油)로 통합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 글에 의하면 식물성기름은 abura(유(油) 동물성기름을 aburu(자(炙 :고기 구울 자)해서 얻기 때문에 거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서정범, <새한국어어원사전> 참조) 아마도 고기 구울 때 뚝뚝 떨어지는 기름과 유사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이런저런 연유로 해서 식물성이든 동물성이든 할 것 없이 요즘은 기름 유(油) 자로 통합되었다.
그러면 이제 사전에 나온 기름의 정의를 보자. ‘불에 타기 쉽고 물에 쉽게 용해되지 않으며 물보다 가벼워서 수면에 엷은 층을 이루어 퍼지는, 약간 끈끈하고 미끈미끈한 액체’라고 나타나 있다. 예문을 보자.
요즘처럼 어려운 때 기름값을 올렸다간 국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살 것이다.
이번 일이 성사되려면 상사에게 기름을 쳐야 한다.
기름이 잘잘 흐르는 햅쌀을 쌀독에 가득 담았다.
위의 예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인 기름의 의미에서 ‘뇌물’까지 확장되어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름이 흐르다(윤택하고 풍부하다)’, ‘기름을 끼얹다(행동을 부추겨 더 심하게 하다)’ 등과 같이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서민은 그저 기름값이 1,200원 대까지만 내려 주면 원이 없겠다. 아이고!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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