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증시·덮쳐오는 물가…전쟁 장기화 땐 ‘퍼펙트 스톰’ [김학균의 시장읽기]
물가 방치도 긴축도 어려운 중앙은행의 정책 딜레마
(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주식시장이 널뛰듯 움직이고 있다. 하루 건너 급등과 급락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주가뿐만 아니라 국제 원유 가격, 환율도 이례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진폭은 크지만 일정 방향으로 가격이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추세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변동성 장세다. 이는 금융시장이 지정학에 대해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저 과거의 학습효과에 따라 반응할 따름이다. 1991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2003년 미국의 이라크 2차 침공, 그리고 2025년의 미국-이란 충돌에 이르기까지 주식시장은 중동의 정정 불안으로부터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전쟁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해석은 역사에 대한 오독이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지 않고 조기에 종결되면서 세계 경제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기에 주식시장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을 따름이다. 만약 이번 중동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시장의 반응은 과거와 다를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은 트럼프 정부가 일으켰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원유 저장고를 비롯한 산업 인프라 파괴가 수반됐다. 이런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이란으로부터의 '실재적 위협'이 존재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전쟁 장기화로 가장 큰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오곤 하는데, 물가 불안은 정치인의 무덤이다.

물가 불안이란 '정치인의 무덤'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고통지수'(misery index)라는 지표를 고안했다. 고통지수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정의된다. 실업은 돈을 벌지 못하는 데서 오는 괴로움이고, 물가 상승은 가지고 있는 돈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데서 오는 고통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통령들은 대체로 연임에 성공했다. 단임에 그친 소수의 대통령들은 대부분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혔다. 1976년 대선에서 패한 제럴드 포드, 1980년 대선의 지미 카터, 1992년 대선의 조지 H W 부시, 2024년 대선에서의 카멀라 해리스 등은 모두 인플레이션이라는 쓰나미에 휩쓸려 선거에서 패했다. 때문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할 것이란 기대는 충분히 가져볼 만하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유가 급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쟁이 만들어내는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어 금융시장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은 경기 호조에 따른 '수요 견인형 인플레이션'(demand pull inflation)이 아닌 외부 충격에 따른 '비용 전이 인플레이션'(cost push inflation)으로 봐야 한다. 과잉 수요가 아니라 공급망 교란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물가가 상승한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할까?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 정책은 역내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물가 상승의 원인인 중동전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은 종종 비용 전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성급한 긴축으로 대응해 왔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정책 당국의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전쟁과 비슷한 성격이 있었다.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라는 차이가 있지만, 지진으로 인한 공급망 파괴는 전쟁과 비슷한 후폭풍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자동차와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이는 국제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유럽에서도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높아졌다. 당시 ECB(유럽중앙은행)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다. 2011년 4월과 7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는 성급한 긴축이었다. 과잉 수요가 아닌 거의 전적으로 공급 충격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해 긴축으로 대응하자 이미 취약해져 있던 남유럽 경제는 더 위축됐다. 결국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이른바 'PIGS'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다시 불거졌다.

공급망 붕괴라는 '청구서'
두 번째 사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미국의 통화 정책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물가는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당시 연방준비제도는 이를 공급망 병목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인식 아래 기준금리 인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2022년 초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연준은 뒤늦게 급격한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연이어 단행했다. 그 결과 금융시장은 급격히 흔들렸다. 금리 급등은 글로벌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했고, 주식시장은 사실상의 경착륙을 겪었다.
두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비용 전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은 늘 딜레마에 직면한다. 물가 상승을 방치할 수도 없지만, 성급한 긴축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 특히 전쟁이 만들어낸 공급 충격은 통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판단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지금의 미국-이란 전쟁 역시 금융시장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공급망 교란에 따른 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여파로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은 다시 한번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비용 상승이 만든 인플레이션에 대해 통화 긴축으로 대응하는 순간, 정책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사태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는 '전쟁의 장기화' 여부다. 전면전이 길어질수록 중앙은행은 섣부른 긴축과 물가 방치 사이에서 혹독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며, 이는 곧 글로벌 금융시장에 걷잡을 수 없는 연쇄 충격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번 중동전쟁의 조기 종결 여부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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