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야 韓쇼트트랙 잘 부탁해” “민정 언니가 닦아놓은 길 잘 따라갈게요”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6. 3. 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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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김길리 동반 인터뷰
대표팀서 환상의 호흡 선보여
여자 300m 계주 금메달 합작
최,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新
김, 처음 출전해 金 2개·銅 1개
성공적인 은퇴식·데뷔전 치러
최 “지금 해야 할 것에 집중하고
자신감 쌓아가는 게 중요하더라”
김 “실패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
늘 새로운 목표 향해 나아가겠다”
서로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낸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왼쪽)과 김길리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금메달과 은메달을 1개씩 따낸 최민정과 2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목에 건 김길리. 이보다 더 완벽했던 동계올림픽 은퇴식과 데뷔전이 있었을까.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최근 서울에서 만난 두 선수는 서로를 보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을 때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민정은 “제가 더 나은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길리와 함께 올림픽을 준비하고 경쟁한 것보다 멋진 일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재능과 끼가 넘치는 길리가 한국 쇼트트랙을 잘 이끌어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 쇼트트랙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우상에게 극찬을 받은 김길리는 “어릴 때부터 TV로 보던 민정 언니와 함께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민정 언니가 닦아놓은 길을 잘 따라가보겠다”고 답했다.

성남시청에서 한솥밥을 먹고 KB금융그룹, 나이키에 후원을 받는 등 여러 공통점이 있는 두 선수가 처음 만난 건 2014년이다. 최민정이 16세, 김길리가 10세였을 때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에 오르고 국가대표로 발탁된 최민정의 훈련 장면을 한국체육대 빙상장에서 지켜본 초등학생 김길리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를 압도하는 최민정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다.

2018년 평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최민정이 펼친 ‘금빛 질주’를 본 김길리는 태극마크를 꿈꿨다. 그리고 첫 만남으로부터 12년이 흐른 올해 두 선수는 마침내 같은 올림픽 무대를 누볐고, 여자 계주 3000m에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금메달을 합작했다. 최민정은 개인전에서도 여자 1500m 은메달을 추가하며 올림픽 메달 7개를 기록했다. 이는 동·하계 올림픽 통산 한국 선수 최다 메달 신기록이다. 김길리는 여자 1500m 금메달, 여자 1000m 동메달을 추가하며 올림픽 데뷔전에서 2관왕에 올랐다.

최민정은 “처음에는 쇼트트랙을 취미로 시작했던 만큼 동계올림픽 3회 출전·7개 메달 획득 등의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내 자신과 매일 싸웠다”며 “어느날 내 경기를 보고 희망과 즐거움을 얻었다는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다.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길 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슬럼프와 부상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고 세계 최고가 된 비결은 현재에 집중한 것이었다. 최민정은 “좋지 않은 결과를 생각할수록 털고 나오기 어렵다.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천하다 보면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자신감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김길리는 앞으로 10년 넘게 달릴 특별한 힘을 얻었다. 그는 “메달을 목에 거는 오랜 꿈이 현실이 된 순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끝이 아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였다”며 “운동을 하다 보면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음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지금 이 시간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외치며 버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선수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가치로는 성실함과 도전 정신을 꼽았다. 김길리는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훈련을 어떻게 소화하는지에 따라 받아들이게 될 성적표가 달라진다. 또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과 작별을 고한 최민정은 김길리를 포함한 후배들에게 기본을 지키고 주변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민정은 “누구나 다 알지만 가장 하기 어려운 게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오늘 하루 정도는 건너뛰어도 괜찮겠지와 같은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꾸준히 하면 내가 좋아하는 스케이트를 오랜 기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이라는 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 역시도 그동안 KB금융그룹 등에 너무 많은 지원을 받았다. 언제나 도움을 주는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민정의 뒤를 이어 한국 쇼트트랙 전설 계보를 이어가게 된 김길리는 후배들에게 꿈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민정 언니를 보며 꿈을 키워온 한 선수로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기쁜 일”이라며 “경기장 안과 밖에서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선수가 돼보겠다”고 다짐했다.

상승세를 탄 김길리는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막하는 ISU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뒤 처음 치르는 공식 대회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반면 최민정은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쇼트트랙의 빙판 위에는 여전히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길 위에서, 김길리가 다시 질주를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낸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왼쪽)과 김길리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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