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과 트라우마…'멸문지화' 수사 막을 구조개혁을

지난 1월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개혁안을 논의하던 중, 검찰을 향한 날 선 비판이 쏟아지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반발하며 내놓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는 한마디는 역설적이게도 검찰개혁을 간절히 염원해온 시민들에게 깊은 불신과 의구심만 더 강하게 심어주었다. 개혁의 대상인 거대 권력 기관을 향해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는 믿어도 된다'는 식의 논리는 본질을 비껴가도 한참 비껴갔기 때문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자칫 '사람만 잘 바꾸면 시스템은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위험한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검찰개혁은 특정 인물의 도덕성이나 통제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누가 그 자리에 앉더라도 권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불가역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 장관 논리의 핵심은 검찰의 권한을 무리하게 박탈하기보다 적절한 인사권 행사와 장관의 통제력을 통해 검찰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람에 의한 치환'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이는 냉정하게 말해 시스템 개혁의 본질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가깝다. 검찰의 무소불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합해 있는 한, 그 칼끝은 언제든 민주적 통제 기구를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장관이 보완수사권 존치를 주장하며 '경찰의 비대화' 우려와 '수사 감시'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결국 검찰의 손에 칼을 쥐어준 채 날만 무디게 관리하겠다는 안일한 인식의 발로일 뿐이다. 오히려 그러한 우려는 검찰의 권한을 온존시키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도리어 경찰의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엄격한 수사-기소 분리를 단행하고, 제3의 감시 기구 도입을 강력히 촉구하는 근거가 되어야 마땅하다.
진정한 개혁은 단순히 칼의 날을 무디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칼이 놓인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있다. 이것은 결코 권력기관끼리 밥그릇을 나누는 싸움이 아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려주라는 민주주의의 명령이다. 정 장관이 진정으로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인적 쇄신에만 매달리는 '관리형 장관'의 모습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지금 정 장관에게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검찰이 설령 '악의'를 품는다 해도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조차 없도록 구조를 해체하는 결단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개혁의 선봉에 섰던 조국 전 장관의 일가족이 도륙되는 참상을 목도하며 경험한 그 공포가 개혁의 발목을 잡는 트라우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참혹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무부 장관은 지체 없이 검찰개혁의 선봉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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