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김희애 사는 170억 집, 원래 10평 사원아파트였다

윤성현 2026. 3. 1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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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3구역 속 단 하나 새 아파트
단 56가구, 가구별 전용 엘레베이터
사생활 보호 원하는 연예인 등 거주
압구정 대림 아크로빌 전경. [DL이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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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대한민국 재건축 1번지이자 전통의 부촌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필두로 한양, 미성 등 1970~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이곳에 유독 이질적인 아파트가 하나 있다. 바로 대림 아크로빌이다.

대림 아크로빌은 압구정 전체에서도 가장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압구정 3구역 한복판에 솟아 있는 나홀로 아파트다. 압구정 내 수많은 동 중에서 오직 현대아파트 65동 단 한 개 동만을 리모델링해 이 곳이 만들어졌다.

10평 독신자 사원 아파트였던 곳, 단 56가구 위한 최고급 주거공간으로

대림 아크로빌의 모태는 1978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에 지어진 현대건설의 독신자 사원아파트(65동)다. 당초 이 건물은 10.5평 남짓한 단일 소형 평형으로만 쪼개져 있어, 사원들의 기숙사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무려 455가구가 빽빽하게 모여 있던 이 건물을 당시 대림산업 건설산업부(현DL E&C)가 매입, 232㎡(이하 전용면적) 4가구, 243㎡ 52가구(각각 81·85평형)의 초대형 평형 등 단 56가구만을 위한 최고급 주거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국내 공동주택 리모델링 역사상 마포 용강아파트에 이은 두 번째 사례였다. 또한 여러 세대의 벽을 허물어 하나로 합친 ‘세대 통합형’으로는 국내 최초다.

건축 혁신도 여러 측면에서 도입됐다. 기존의 답답했던 중복도형 평면을 일반 아파트와 같은 판상형 구조로 전면 수정해 일조량과 채광, 통풍을 극대화했다. 또한 두 세대를 합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집안 한가운데 남게 되는 수많은 기둥을 숨기기 위해 기둥과 기둥 사이를 수납공간으로 설계하고 벽을 교묘하게 배치하는 최신 디자인이 적용됐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가구별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입주민의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한 것은 물론, 리모델링 아파트 최초로 내진 설계까지 도입했다. 미국 9·11 테러 당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주변 건축물들의 구조 안전 진단을 맡았던 세계적인 구조 전문업체 ‘골드스타인 어소시에이츠(Goldstein Associates)’로부터 ③80년 구조 성능 인증서까지 받아내며 당대 최고 기술력의 결정체로 인정받았다.

“압구정 3구역에서 실거주 여건이 가장 쾌적하면서, 향후 초대형 재건축의 수혜까지 고스란히 노릴 수 있는 그야말로 ‘황금 매물’이죠. 가구 당 1대 전용주차가 가능해 매일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압구정 구축 단지들 사이에서 비교적 쾌적하게 주차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압구정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강호동·김희애·재계 인사 다수 거주…전세가도 압구정 ‘최고 수준’

이처럼 ‘고급 아파트의 표준’으로 치밀하게 기획된 만큼, 대림 아크로빌을 선택한 거주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사생활 보호와 쾌적한 주거 환경을 최우선으로 삼는 유명인들에게는 완벽한 은신처가 된 것이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국민 MC’ 개그맨 강호동과 배우 김희애 등 유명 방송인들이 2000년대 초반 분양을 받아 현재까지 오랜 기간 거주 중이다. 2022년에 방송인 이지혜가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 이사한 집을 공개하며 강호동과 같은 아파트 이웃임을 밝혔다.

기업인들 역시 다수 거주 중이다. 범LG가(家)인 구본욱 LK삼양 대표, 허서홍 GS리테일 사장 등이 대림 아크로빌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6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단지 특성상 매매 거래는 극히 제한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가장 최근 거래는 7년 전인 2019년 6월, 243㎡(12층)가 48억 9000만원에 손바뀜된 것이 마지막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매물의 호가는 저층이 155억 원, 중층 매물이 170억원에 달한다. 실제 거래가 멈춰 있는 동안에도 압구정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호가는 3배 넘게 수직 상승했다. 대림 아크로빌의 대지지분은 36.58평 수준으로 정비구역내에서 두번째로 많다.

같은 압구정 3구역 안에서도 한강뷰를 낀 압구정 구현대(1·2차) 10동 ‘로열동·로열층(RR)’ 198㎡ 매물이 165억원에 나와 있지만, 대림 아크로빌의 호가는 이를 웃돈다. 압구정 1~5구역 전체에서 호가가 가장 높은 매물은 3구역내 가장 대지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압구정 현대 아파트 76동 245㎡(대지지분 37.75평)로 현재 호가 200억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대림 아크로빌은 이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호가다.

뛰어난 정주 여건 덕분에 전세 가격 역시 압구정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40억원(14층)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고, 올 1월에는 25억8300만원에 갱신 계약이 이뤄졌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8월, 바로 인근의 압구정 구현대(1·2차) 아파트 10동이 19억7000만원(7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전셋값이 두 배 이상 훌쩍 차이 난다.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되어있는 대림 아크로빌 매물 호가. [네이버 부동산 캡처]

아파트 외벽에 단지명 없이 ‘65’만 붙은 사연

분양 당시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지금은 폐지된 ‘동시분양제’ 시행 당시, 대림 아크로빌은 평당 2305만~2410만원에 분양됐다. 가구당 분양가가 20억원을 훌쩍 넘기며 당시 대한민국 역대 5번째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웠다. 고분양가 논란 탓에 잠시 미분양 사태를 겪기도 했다.

대림 아크로빌에도 독특한 ‘흑역사’가 하나 있다. 바로 아파트 이름도 정하지 못한 채 분양된 단지라는 점이다.

당초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압구정 아크로빌’이라는 새롭고 세련된 이름으로 분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지를 공유하고 있는 주변 현대아파트 6~7차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압구정 현대라는 상징적인 단지 안에 다른 브랜드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강남구청은 분양 승인을 내주면서 “새 이름을 정하지 않은 채 분양하고, 입주자가 추후 결정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압구정 주민들의 확고한 지역 정체성과 현대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묘한 갈등의 여파로, 지금까지도 대림 아크로빌의 건물 외벽에는 ‘대림’이나 ‘아크로빌’이라는 브랜드 로고 대신 오직 ‘65’라는 숫자만이 붙어 있다.

압구정3구역 투시도. [서울시 제공]

65동의 운명은 조만간 또 한 번의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할 예정이다. 단지가 속한 압구정 일대 재건축 구역들이 올해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에 돌입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압구정 3·4·5구역은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를 냈으며, 이 3개 구역의 총 공사비만 무려 9조원을 넘어선다. 특히 대림 아크로빌이 포함된 압구정 3구역(현대 1~7차, 10·13·14차, 현대빌라트 등)은 가장 규모가 큰 대장주다.

이에 따라 기존 아파트를 모두 허물고 최고 65층, 30개 동, 5175가구의 초호화 매머드급 단지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만 5조5610억원(3.3㎡당 1120만원)에 이르며, 시공사 입찰 보증금만 2000억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불린다.

압구정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림 아크로빌은 압구정 3구역 내에서도 전용면적이 넓고, 리모델링을 거치며 건물 가치까지 더해져 감정평가액이 타 동 대비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재건축이 완료된 후 조합원 분양 단계에서 단지 내 최고급 펜트하우스를 배정받을 확률이 76동과 더불어 가장 높은 핵심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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