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쿠르드 정당, “전쟁 초대받길 기다리는 조직 아니다”

쿠르드는 자신의 국가를 갖지 못한 세계 최대 규모의 민족 집단 가운데 하나다. 3000만~4000만명이 튀르키예·시리아·이라크·이란의 쿠르드 지역에서 거주한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쿠르드를 무장시켜 지상전에 투입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동안 누구도 관심 두지 않던 이란 내 쿠르드 거주 지역인 쿠르디스탄주의 조직들이 적극 소환되고 있다.
이란 쿠르디스탄 민주당(PDKI)은 이란 쿠르드 정당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당이다. 1945년 이란 서부 도시 마하바드에서 창당된 후 159일 만에 ‘쿠르디스탄 공화국’을 세웠다. 1946년 1월부터 12월까지 단 1년간 존재했던 쿠르드 국가 ‘마하바드 공화국(Republic of Mahabad)’이 이에 해당한다. PDKI 지도자인 무스타파 히즈리는 최근 쿠르드의 대이란 지상전 투입 논의 과정에서 트럼프가 유일하게 접촉한 이란 국적 쿠르드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그 외 접촉한 이들은 모두 이라크 쿠르드 자치 지역 인사들이다). 2월22일 출범한 ‘쿠르디스탄 정치군사동맹(이란 쿠르드 정당 7개 가운데 6개 가입)’의 의장 역시 PDKI 지도자가 맡고 있다. 3월9일 PDKI 대외관계부장 히와 바흐라미와 이메일과 와츠앱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PDKI 지도자 무스타파 히즈리가 미국 초청으로 워싱턴에 간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
미국에는 우리 당 대표부가 이미 수십 년째 업무를 보고 있다. 그들은 미국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건 비밀도 아니다. 우리 지도자의 워싱턴 방문이 임박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
PDKI 군대가 이란 내부에 이미 포진해 있다는 사실과 별개로, 이란에 대한 지상전이 시작되면 동참할 생각인가?
우리 페슈메르가(군대)가 이란 쿠르디스탄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우리는 그 땅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이란 안에서 이전보다 확장된 군사작전이 전개될 경우 우리 역할도 확대되는지에 대한 질문이라면, 이렇게 답하겠다. 우리는 (지상전 등) 전쟁에 초대받길 기다리는 조직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전략적으로 판단한다. 쿠르드 민중을 보호해야 할 사명을 갖고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이다.
현 전쟁 국면에서 쿠르드 동맹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쿠르드 동맹 출범은 최근 일어난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다. 짐작하다시피 우리 쿠르드인들은 물론 전 세계가 모두 이란의 미래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시기다. 이럴 때 협력과 소통, 그리고 단일한 정치 대오를 정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동맹에 참여한 모든 정당이 정치적·군사적·전략적 이슈를 두고 토론하며 협력 중이다. 우리는 또한 이 같은 동맹이 이란의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길 바란다.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아흐와즈(Ahwaz) 지역 아랍계 정당들과 시스탄-발루치스탄의 발루치 정당들도 우리 쿠르드 동맹이 발족한 걸 보고 유사한 동맹을 결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편집자 주: 이란의 아랍계 무장단체인 ‘아흐와즈 인민민주전선(Ahwaz Popular Democratic Front, ADPF)’은 3월7일 성명에서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어떤 군대나 운동과도 연대할 수 있음을 선언한다”라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이어 “이 정권을 끝내기 위해 ‘국제군(international forces)’을 포함한 모든 세력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린다”라고 덧붙였다. 외국 군대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쿠르드 동맹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PDKI의 기본 입장으로 답하자면, 재건된 민주 연방국가 이란에서 쿠르디스탄이 의미 있는 자치를 누리는 것이다. 이게 실현되려면 현 정권은 타도돼야 한다. 이 정권은 자발적으로 권력을 나눌 생각이 없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지난 40여 년이 이를 증명한다. 쿠르드의 진정한 권리와 현 이란 정권의 지속은 양립할 수 없다.
쿠르드 동맹은 이란 내 다른 조직들과 협력할 수 있나? 아니면 쿠르드 공동체 내에서만 작동하는 동맹인가?
당연히 협력한다. 쿠르드 동맹은 대외관계에서 쿠르드만을 위한 배타적 동맹을 의도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는 열려 있다. 쿠르드인들의 자치권을 선명하게 인정한다면 우리는 이란의 민주적 야당 세력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 과거 이란 야당 그룹과 협력할 때의 경험에 비춰보면, 그들은 쿠르드인들의 권리를 나중 문제로 다루는 경우가 있었다. 아니면 정권교체 이후 해결할 협상용 소재로 전락시키기도 했다. 우리는 그런 프레임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쿠르드 이슈는 부차적 문제(secondary issue)가 아니다. 앞으로 도래할 민주적 이란에서 기본 이슈로 다뤄야 한다.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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