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에 세금을?” 너무 쉬운 길은 아닐까

이오성 기자 2026. 3. 1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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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세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한국에서도 대통령 발언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WHO의 설탕 과세 권고 대상은 가당 음료에만 머물지 않는다.
2016년 6월8일 미국 필라델피아 시청 앞에서 설탕세 반대 시위가 열렸다. ⓒAP Photo

설탕이 담배와 ‘동급’이 될 상황에 처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하면서부터다. 현재 담배에만 부과 중인 국민건강증진법상 건강부담금을 설탕을 포함하는 가당(加糖) 제품에도 부과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제안이었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입법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첨가당 함량이 음료 100L당 1㎏ 이하인 경우 100L당 1000원을 부과하고, 100L당 20㎏을 초과한 경우 100L당 2만8000원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첨가당 함량이 100ml당 5g 이상 8g 미만인 경우 1L당 225원, 8g 이상인 경우 1L당 300원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과세 대상은 설탕, 시럽 등 첨가당이 들어간 ‘가당 음료’다.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 설탕이나 시럽이 첨가된 주스, 에너지 음료 및 스포츠 음료, 바나나우유 등 설탕이 함유된 유제품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료 전반에 해당된다. 김선민 의원의 법안을 적용할 경우 콜라 1캔당(245ml 기준) 세금 73.5원이 매겨질 것으로 추산된다.

설탕세를 내야 하는 주체는 소비자가 아니다. 두 법안 모두 납세자는 ‘제조·가공·수입하는 자’이다. 식품기업 및 수입업체에 납세의 부담이 생긴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일정 규모(영국의 경우 연간 100만ℓ) 이하를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의 경우 세금이 면제된다. 마트, 카페 등 음료를 판매하는 매장에 대한 세금 역시 부과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제안이 갑작스럽지만 설탕에 대한 과세는 세계적 추세다. 설탕첨가음료세(프랑스), 청량음료산업부담금(영국), 특별소비세(멕시코) 등 나라마다 부르는 용어는 제각각이지만 ‘과세’의 성격은 동일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설탕첨가음료세 이용에 관한 글로벌 보고서 2025〉(Global report on the use of sugar-sweetened beverage taxes, 2025)에 따르면 전 세계 설탕세 도입 국가는 116개국에 이른다. 이 세금의 논의는 2016년 WHO 권고로 본격 시작됐다.

'2023 서울디저트페어'의 한 부스에 진열된 판매용 탕후루. ⓒ연합뉴스

영국의 경우 2018년 청량음료산업부담금을 도입했다. 설탕 함량이 100ml당 5~8g인 음료에는 L당 0.18파운드(약 360원)의 낮은 세율이, 100ml당 8g을 초과하는 음료에는 L당 0.24파운드(약 480원)의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설탕부담금을 도입한 배경에는 심각해지는 아동 비만 문제가 있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10~11세 아동의 약 20%가 비만 상태였으며, 저소득층 아동의 비만율은 고소득층의 2~3배에 달했다. 정부는 부담금을 통해 음료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강력한 정책수단을 채택했다. 그 결과 음료 제품의 설탕 첨가량이 줄고 어린이들의 비만율과 충치 치료 횟수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멕시코는 더 빨랐다. 2014년부터 설탕 함유 음료에 L당 1페소(약 83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멕시코 역시 비만과 당뇨 등 시민들의 건강 문제가 악화하면서 특별소비세를 도입했다. 시행 즉시 설탕 음료 판매량이 감소하고 생수 소비가 늘어나는 등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면서 멕시코는 설탕세 시행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멕시코 정부는 2026년부터 세율을 L당 3.08페소로 인상하고 이를 통해 늘어나는 세수 전액을 보건의료 예산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로’ 음료도 과세하는 국가 등장

비만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의 경우 버클리·필라델피아 등 몇몇 지역에서만 탄산음료세(soda tax)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음료협회를 중심으로 한 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에 쉽게 확산되지 못했다. 미국 음료협회는 “설탕음료세는 식료품 가격을 급격히 상승시킨다. 세금은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 뿐”이라고 반발하며 설탕음료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미국 보건복지부와 농무부가 발표한 ‘식이 지침’은 한 끼 식사에 포함된 첨가당이 10g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전례 없이 강한 권고안을 내놨다. 특히 출생 직후부터 만 4세까지 영유아에게는 ‘첨가당 완전 섭취 금지’를 권고했다.

앞서 WHO 자료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아프리카의 설탕세 도입 흐름이다. 가나·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 아프리카 국가 상당수가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다. ‘굶주린 대륙’으로 알려진 아프리카는 식습관 교육 부재 탓에 값싸고 열량 높은 정크푸드와 가공식품을 많이 접한 결과 역설적으로 극심한 비만율 증가에 시달리는 지역이 됐다. 남아공의 경우 성인 남녀 비만율이 각각 15%, 40%에 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남아공 정부는 2018년 건강증진 부담금(Health Promotion Levy)을 통해 설탕 음료의 가격을 인상하고 소비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말레이시아·타이·필리핀 등에서 설탕세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베트남도 2027년부터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설탕세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설탕이 담배처럼 ‘만병의 근원’이라는 인식에 대한 반론이다. 설탕 외에도 기름진 음식, 운동량 부족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비만율이 증가함에도 설탕만을 악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비만율이 2022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임에도 굳이 정부가 나서서 과세 정책을 시도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업계는 설탕에 대한 과세가 결국 소비자가격 부담으로 이어지리라고 예상한다.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 사용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설탕에 대한 염려’가 만연한 상황에서 설탕세 도입은 식품기업의 인공감미료 사용을 대폭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2023년 아스파탐을 발암성 물질로 분류하면서 국내에서도 논란이 커진 적이 있다. 멕시코의 경우 2026년부터 그동안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던 ‘제로, 라이트’ 등 인공감미료 사용 음료에까지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단맛 음료 전체를 과세하겠다는 기세다.

WHO의 설탕 과세 권고 대상은 ‘가당음료’에만 머물지 않는다. 케이크·초콜릿 등 당류가 포함된 식품 전반에 이른다. 탕후루·두바이쫀득쿠키 등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디저트류에 대한 과세도 언젠가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의 식품영양학자 대릴 지오프리는 2024년 국내에 출간된 〈설탕중독〉에서 “설탕은 중독성이 코카인의 8배에 달하는 마약”이라고 규정한다. 그런 만큼 식생활에서 설탕을 없애려 하지 말고 ‘좋은 음식을 더하라’고 제안한다. 과일, 허브, 향신료 등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설탕세 과세보다 훨씬 더디고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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