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가 인질로 잡힌 이유[점선면]
선(맥락들):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은 전쟁
면(관점들): 이 전쟁,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돛단배 모양의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최대 도시 두바이의 랜드마크로 잘 알려져 있죠. 최근 이란이 UAE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이 호텔에 불이 났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두바이 국제공항도 공격받아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지됐고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배우 브래드 피트 등의 별장이 있는 부촌 ‘팜 주메이라’ 한복판에는 이란 미사일을 격추하는 과정에서 잔해가 떨어지며 4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부자들이 모여드는 안전한 피난처’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왜 이란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아닌 UAE를 공격했을까요? 오늘 점선면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불똥이 UAE에 튄 이유를 파헤쳐볼게요.
점(사실들): 미국-이란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UAE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는 다름 아닌 UAE입니다. UAE 국방부에 따르면 이란이 UAE를 향해 1700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고 합니다. UAE는 그중 90% 이상이 요격되거나 전투기·헬리콥터에 의해 격추됐다고 밝혔는데요. 요격된 미사일 파편이 인구 밀집 지역으로 떨어지면서 피해가 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란이 UAE에 발사한 미사일·드론 수,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것보다 많습니다. UAE는 지난 8일 기준 이란이 UAE를 향해 이스라엘보다 두 배나 많은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시도했다고 발표했고요. 이란 역시 이스라엘보다 UAE를 비롯한 걸프 국가(걸프협력회의 6개 회원국)에 더 많은 공격을 시도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8일 전력의 60%를 걸프 국가들의 미군 기지와 ‘전략적 이익’을 겨냥해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40%를 이스라엘을 향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선(맥락들):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은 전쟁
이란이 이스라엘이 아닌 주변 걸프 국가, 그중에서도 UAE를 공격하는 건 의도된 전쟁 전략입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면전에서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래서 다른 방식의 전략을 택한 것인데, 바로 전 세계 자본과 물류가 모이는 허브인 두바이를 공격해 세계 경제에 혼란을 주겠다는 거죠.
실제로 이번 이란의 공격으로 두바이는 금융·관광 중심지와 안전한 자금 피난처라는 평판이 깨지면서 그동안 유치했던 해외 자본이 유출되고 있고요. 국제공항과 항구가 공격받으며 물류가 마비됐습니다. UAE 수도인 아부다비 인근 세계 최대 규모 정유단지에도 불이 나 생산이 일시 중단됐고요.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 국제사회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전쟁을 멈추라고 압박하게 되리라 보고 이 같은 전략을 짠 거죠. 이란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해 전 세계 원유 수송로를 마비시키려는 것도 같은 의도를 지닌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의 전략을 두고 “이제 잃을 것이 없는 이란이 정치적·경제적으로 적대국들을 소진시키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소모전”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에브테삼 알 케트비 에미레이트 정책 센터 회장은 “이란의 걸프 국가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개입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면(관점들): 이 전쟁,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한국 역시 이번 전쟁으로 경제적인 피해를 본 대표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전쟁 발발 이후 석유 수입에 타격을 받는 중국, 인도, 일본 등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유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목적과 목표도 모호한 이 전쟁 때문에 왜 이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피해를 받아야 할까요. 미국의 오격으로 170여명의 이란 초등학생들이 희생당한 건 감히 경제적인 피해와 비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암울하게도 이 전쟁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는 이 전쟁을 두고 경향신문 칼럼에서 “이란의 체제 존속이 걸린 생존 전쟁”,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전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대근 우석대 석좌교수는 칼럼에서 “지금 세계는 전쟁을 최후 수단이 아니라 최초 수단으로 쓰는 자로 인해 폭력과 파괴의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전쟁,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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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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