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의거기념관이 구입해 전시한 지역 미술작가 작품들이 품은 뜻
20점 중 2점은 구매, 한 점은 대여 결정
“현대 의미로 해석한 3.15의거 느끼도록”

10일 국립3.15민주묘지는 곧 있을 66주년 3.15의거 기념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기념물과 주변을 청소하고 기념관 내외부도 단장하고 있다. 기념관 안 3.15의거 관련 자료와 기록들 사이에 설치된 마산 출신 설치미술가 최수환 작가의 오토마타(자동인형) 작품 '당신과 나' 앞에 서 있다.
"이게 무슨 뜻이고?" 연장자로 보이는 남성이 말하자 옆에 있던 남성이 대답한다. "옆에 작품 설명 읽어보이소!" 설명을 읽고 다시 작품을 살피던 연장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서로 입장을 생각하자는 거가? 그런가 보네." 옆에 있던 이도 호응한다.

최 작가의 작품 옆에는 김나리 작가의 '돌덩이'가 있다. 김 작가는 3.15의거와 관련해 기억했으면 하는 말과 문장들을 돌덩이에 적어놓았다. 그 옆으로 3.15의거 시위 상황을 재현한 축소 모형(디오라마)을 마주하는 작품은 정호 작가의 '어떤 사람들'이다. 오래된 창문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당시 누군가 창문을 통해 시위 장면을 내다보고 있음을 상상하며 만들어졌다.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자유당에서 벌인 부정선거에 저항하는 학생들과 시민이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경찰이 든 무기에 맞서서 돌덩이를 쥐고 맨몸으로 나섰다. 김 작가는 그 돌덩이에 민주주의 의미를 되새기는 글을 적었다. 1·2차 의거 과정에서 희생된 16명의 열사를 뜻하는 16개 돌덩이는 1전시실 무학초등학교 담장 총격 현장을 재현한 담벼락 아래에 있다.
애초 김 작가는 담벼락의 총탄 흔적을 돌덩이로 막고 싶었다. 그는 김주열 열사 동상이 있는 바닷가 앞에서, 마진철 철도 앞에서, 전남에서 직접 돌덩이를 주웠다. 전남을 선택했던 이유는 당시 3.15의거에 나섰던 시민 중에 김주열 열사 등 전남에서 이주해온 학생과 노동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돌을 주우면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었다.

정 작가는 지난해 전시에서 작품 5점을 선보였다. 그 중 '어떤 사람들'은 오래된 창문, 나무, 천을 이용해서 1960년대 가정에 있을 법한 창을 구현했다. 창문 너머로 거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시선, 마음을 재현했다. 정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고 3.15의거에 대해 탐구하면서 작품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당시를 체감할 수 있는 것으로 승화하고자 했다.
전시가 끝난 후 국립3.15민주묘지관리소는 작품 중 '돌덩이'와 '어떤 사람들' 2점을 구매하고 '당신과 나'는 상반기까지 대여하기로 했다. 관리소에서 미술품을 구매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구매한 작품을 통해 3.15의거를 재현하고 역사를 기념하는 기념관 역할에서 확장해 현대적으로 의미로 재해석하려는 의미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성철 국립3.15민주묘지관리소장은 "김 작가의 돌덩이 작품을 보면, 당시 갈등 구조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이 3.15의거 의미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업을 소장하고 선보여서 3.15의거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작가의 '어떤 사람들'은 영구 설치가 결정된 후 변화한 지점이 있다. 이전 전시보다 축소 모형과 거리를 더 두고 설치했다. 또 닫혔던 창문을 2분의 1가량 열어 고정했다. 이는 지난해 전시 실무를 맡았던 이윤희 관리소 부소장과 기념관 해설사의 제안이었다.
정 작가는 "기념관 현장에 있고 상황을 잘 아는 실무자 의견을 반영했다"며 "이 또한 민주주의 절차 중 하나로 볼 수도 있는데, 거리를 두면서 작품 의도가 더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전시에 기획을 맡았던 최 작가는 "보통 공공기관에서는 미술작품을 구매하고 설치하는 걸 어렵다고 받아들인다"며 "지난해 전시와 이번 작품 구매는 국립3.15민주묘지 측이 적극적으로 작품 의미를 살펴보고 협조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난해 전시처럼 3.15의거를 시민이 쉽게 접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이고자 한다"면서 "지난 전시 작품을 영구 설치하는 것도 어쩌면 또 다른 전시를 열 가능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