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자축구 선수들은 왜 망명하는가…정치 압박·감시·가족 위협 속 ‘극단적 선택’

이란 선수들의 해외 망명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오랜 기간 반복돼 온 구조적 현상이다. 최근 호주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기간 일부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망명을 선택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3일 CNN 보도에 따르면 이란 선수들의 망명 배경에는 정치적 압박, 체제 선전 강요, 강한 감시 체계, 그리고 가족을 겨냥한 위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스포츠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다. 이란 정부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국가 체제와 이념을 홍보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표현하도록 요구받거나 특정 인물을 지지하는 행동을 강요받기도 한다.
2021년 노르웨이에서 열린 세계파워리프팅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이란 선수 아미르 아사돌라자데는 군 지도자 카셈 솔레이마니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 착용을 거부했다가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귀국하면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결국 그는 새벽에 숙소를 빠져나와 노르웨이에서 망명을 신청했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해외 원정 때도 엄격한 감시를 받는다. 대표팀에는 ‘하라삿(harasats)’로 불리는 보안 담당 인원이 동행해 선수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정치적 지침을 준수하도록 관리한다. 망명 시도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일부 선수들은 해외 출국 전에 재산이나 금전적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가 돌아오지 않으면 가족이 경제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망명은 개인에게 매우 큰 결단이기도 하다. CNN은 “선수들은 탈출 과정에서 체포될 위험뿐 아니라 고향과 가족을 영원히 떠날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한다”며 “실제로 일부 선수들은 수년 동안 탈출 기회를 고민하다가 여러 차례 실패를 겪은 뒤에야 망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란 사회에서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전직 이란 레슬링 선수 사르다르 파샤에이는 “많은 이란 국민은 국가대표팀을 국민의 팀이 아니라 정부의 팀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선수들은 스포츠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에서는 모든 것이 정치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여성 선수들이 겪는 제약은 더 크다. 과거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였던 시바 아미니는 히잡을 쓰지 않은 채 해외에서 축구를 하는 사진이 공개된 뒤 협박을 받았고 결국 귀국하지 못했다. 그는 이란 여자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을 국제 규정상 유지하기 위한 ‘형식적 존재’처럼 취급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호주에서 망명을 신청한 이란 여자 축구 선수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인도적 비자를 받아 체류할 수 있게 됐지만,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란 선수들의 망명은 단순한 스포츠 이슈를 넘어 정치와 인권 문제가 얽힌 복합적인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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