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심장’ 만드는 풍산, 초호황 속 매각설 나온 속사정
[비즈니스 포커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매각 대어’로 떠오르며 불을 뿜던 풍산의 주가가 차갑게 식었다. 매각설을 둘러싼 진실 공방 속에 방산 섹터 전반의 조정 기류까지 겹치며 주가는 10만원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천당’ 찍고 내려온 주가, 10만6100원 마감
3월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풍산은 전 거래일보다 2.93% 하락한 10만6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3월 초 매각 추진 보도가 나오자마자 10.45% 급등하며 13만원 선을 돌파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다.
단기간에 주가가 치솟은 만큼 ‘먹을 만큼 먹었다’는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형님 격인 방산주들이 고점 부담에 동반 하락하며 풍산의 발목을 잡았다.
주가를 흔든 건 매각설의 ‘진위’였다. 3월 초 외국계 IB인 라자드와 삼일회계법인이 매각 주관사로 선정됐다는 구체적인 소식이 들려오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탄약 부문을 떼어내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거나 대형 방산 기업에 인수될 경우 풍산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풍산과 지주사인 풍산홀딩스가 각각 “사실무근” 및 “미확정” 공시를 내놓으며 상황은 반전됐다. 여기에 방산 섹터 전반의 고점 부담에 따른 조정 분위기가 겹치며 주가는 빠르게 냉각됐다.
이날 종가 기준 풍산은 10만6100원을 기록하며 3월 초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외국계 IB를 통한 매각 추진 보도와 사측의 공식 부인이 엇갈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는 내려앉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뜨겁다. K9 자주포 수출 호조로 155mm 포탄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기 때문이다. 풍산의 방산 부문은 2025년 매출 1조1868억원을 기록하며 전사 영업이익의 70% 안팎을 책임지는 핵심 ‘캐시카우’로 등극했다. 증권가에서는 풍산의 탄약 사업부 가치를 최대 3조9000억원까지 보기도 한다.

알짜 사업 매각설 불씨 지피는 ‘미국인’ 아들의 존재감
시장이 사측의 부인에도 매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는 이유는 풍산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장남 로이스 류(류성곤) 씨를 비롯한 오너 3세들은 모두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 시민권자다.
문제는 현행 방위사업법이다. 외국 국적자가 방산업체의 임원이 되거나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법적으로 ‘미국인’인 이상 가업을 잇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승계의 변수는 국적뿐만이 아니다. 류 회장의 장남 로이스 류가 수석부사장으로 경영수업을 받는 미국 자회사 PMX인더스트리는 관세장벽과 원재료 부담에 짓눌려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1989년 무역장벽을 넘기 위해 아이오와주에 세워진 PMX는 미국 조폐국에 소전을 공급하는 핵심 기지지만 최근 구리 관세 폭탄과 원재료 부담에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구리 완제품에 대한 50% 관세 부과 여파로 고객 주문이 급감하며 가동률이 55.8%까지 떨어졌고 2025년 3분기 누적 순손실은 전년 대비 136%나 급증했다. 실적 부진 장기화로 풍산이 20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서고 있는 가운데 로이스 류 수석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풍산이 기업가치가 정점인 현재 방산 부문을 최소 1조5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대에 매각하고 국적 규제가 없는 신동 사업 중심의 ‘첨단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사측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나 승계 구조상 발생하는 원천적 한계로 인해 실제 매각 추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라고 했다.
IB 업계는 류 회장이 방산 부문의 몸값이 정점인 지금을 매각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155mm 포탄의 수출 마진이 30%를 상회하는 현재, 방산 부문을 현금화해 승계 재원을 마련하고 국적 규제가 없는 신동(비철금속) 부문을 2차전지 소재 등 첨단 기업으로 재편하는 시나리오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앞세워 자주포(K9), 장갑차(레드백), 다연장로켓(천무) 등 세계적인 플랫폼을 보유한 한화가 탄약 생산 기술까지 내재화할 경우 무기 체계부터 소모품까지 일괄 공급하는 ‘토털 디펜스 솔루션’을 완성하게 된다.
다만 한화가 인수할 경우 국내 탄약 시장의 독점 논란이 불가피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드론 탄약이 몸값 더 높여…한화, 유력 인수 후보 물망
특히 방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저비용 고효율’의 드론전으로 급변하면서 풍산이 선점한 드론 전용 탄약 등 미래 먹거리는 탄약 사업부의 몸값을 더욱 천정부지로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에서 이란의 대규모 드론 공습과 이에 대응하는 이스라엘의 방어 체계는 전 세계 국방 관계자들에게 ‘미사일보다 무서운 것은 쏟아지는 드론 떼’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수십억원대 미사일 대신 수백만원짜리 드론이 적의 핵심 시설과 전차를 파괴하는 ‘비대칭 전력’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지점에서 풍산의 역발상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대다수 기업이 드론 기체 개발에 매몰될 때 풍산은 드론의 실질적인 살상력을 결정짓는 ‘임무 장비(Payload)’, 즉 탄약에 집중했다. ‘총이 무엇이든 결국 적을 쓰러뜨리는 건 총알’이라는 본질을 공략한 전략이다.


풍산은 드론 전용 탄약 개발을 마치고 연내 시험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라인업은 소형 고폭탄부터 장갑차를 뚫는 대전차탄까지 다양하다. 특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목격된 군집 드론 침투를 막기 위한 ‘30mm 전방분산탄(SPREAD)’은 안티 드론 시장의 핵심 병기로 꼽힌다.
풍산은 기체와 탄약의 결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메이저 업체의 드론 기술을 이전받아 자사 탄약과 통합하는 ‘패키지 판매’ 방식을 택했다. 인터페이스 오류를 없애 명중률을 높이면서 조립 공정을 줄여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다목적 전투 드론 ‘MCD-7’은 임무에 따라 탄약 모듈을 자유자재로 갈아 끼울 수 있는 설계가 특징이다. 풍산이 보유한 소구경 탄약부터 155mm 포탄까지의 방대한 생산 인프라는 드론용 소형 탄약의 대량 생산에서도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보장한다.
드론 탄약이라는 ‘미래 먹거리’가 가시화될수록 방산 부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용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제로 탄약 부문 매각을 진행한다면 글로벌 수요가 높고 규제로 인해 국내 경쟁사가 없다는 점 때문에 매수자가 많을 것”이라며 “자금 여유가 있는 국내 방산 기업들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지분 산정 기준에 따라 탄약 부문의 가치가 최대 3조9000억원까지 평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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