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뱅인데 왜 기억 안 날까…케이뱅크의 고민

올해는 케이뱅크에 역사적인 한 해다. 사상 첫 연임 행장이 나왔고 몸값을 낮춘 끝에 삼수 만에 상장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하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확고한 ‘플랫폼’ 이미지를 구축한 가운데 케이뱅크는 서비스 차별화 부족과 가상자산 예치금 의존, 규제 등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상장했는데 급락?
케이뱅크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8300원이었다. 상장 당일 주가는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며 988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공모가 대비 약 19% 오른 수준이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장 후반으로 갈수록 주가는 빠르게 상승폭을 반납했다. 결국 케이뱅크는 83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공모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후 흐름은 더 좋지 않았다. 상장 다음 거래일인 3월 6일 주가는 7000원대 중반까지 밀리며 공모가 아래로 내려왔다. 9일에는 6930원까지 떨어지며 공모가 대비 16.5% 하락했다. 10일에는 7510원으로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도 영향을 미쳤지만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 주가가 1.2% 하락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케이뱅크의 낙폭은 상대적으로 컸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 주가 부진의 배경을 단일 요인보다는 여러 변수의 영향이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 가계부채 총량규제로 공격적인 영업이 쉽지 않은 데다 2023년 2.24%였던 순이자마진(NIM)이 지난해 1.2%대까지 하락하는 등 수익성 지표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가상자산 시장 침체 등 외부 환경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상장 이후 예상되는 매물 부담도 주가 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재무적 투자자(FI)와 기관투자자 물량 가운데 상당수가 단기간 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 최대주주인 비씨카드(지분율 31.23%)는 보유 지분에 대해 1년간 보호예수를 설정했지만 우리은행·NH투자증권·한화생명보험 등 주요 FI는 보호예수 기간이 3~6개월로 짧아 이 물량이 조기에 나올 수 있다. 이들 FI가 보유한 지분은 전체 발행주식의 절반 이상이다.
또 공모주를 배정 받은 기관의 물량 가운데 49.5%는 의무보유확약이 없고 일부 확약 물량은 상장 후 1~3개월 내 매도가 가능해 향후 일정 기간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임직원에게 부여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물량도 변수다. 행사가 6500원인 스톡옵션이 약 184만 주 규모로 남아 있는 만큼 주가 흐름에 따라 추가 매도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수급 부담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주가가 강하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장 이튿날 보고서를 내고 케이뱅크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기업공개(IPO) 후 대출 확대 여력이 생겨 수익 개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가계부채 총량규제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로 인해 가계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소기업대출이 성장의 돌파구지만 금융기관 간 기업대출 취급 경쟁 심화 속에서 빠르게 대출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카뱅·토뱅 사이 낀 케이뱅크
“코인 거래 말고는 이용해본 적이 있을까요.”
케이뱅크를 두고 금융권에서 종종 나오는 말이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 시장을 대표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토스뱅크도 토스 앱을 기반으로 빠르게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반면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1호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일단 고객 규모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26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인 두 명 중 한 명이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케이뱅크 고객 수는 약 1500만 명으로 인터넷은행 가운데 두 번째 규모지만 가장 늦게 출범한 토스뱅크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토스뱅크 가입자 수는 약 1400만 명 수준이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간편송금과 모임통장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앞세워 모바일 금융 플랫폼 이미지를 구축했다. 토스뱅크 역시 지금 이자 받기나 평생 무료 환전 등 기존 금융권의 관행을 바꾼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혁신적인 인터넷은행 이미지를 형성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소비자에게 강하게 각인된 대표 서비스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업계 최초로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히트 상품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수신 상품인 플러스박스(파킹통장)도 한때 높은 금리로 고객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최근에는 금리가 연 1%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차별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업비트 은행’ 꼬리표
케이뱅크를 따라다니는 또 다른 별칭은 ‘업비트 은행’이다.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가 케이뱅크 성장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 문제로 한동안 대출 영업이 중단되는 등 성장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2020년 업비트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휴를 맺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업비트 이용자들이 거래를 위해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하면서 단기간에 대규모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2020년 이후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신규 계좌 개설이 급증했고 2021년 한 해에만 고객 수가 480만 명 이상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당기순이익은 836억원으로 전년(225억원) 대비 약 3.7배 증가했다. 업비트 예치금 유입이 본격화한 2021년 케이뱅크 자산은 전년 대비 207.9% 증가하며 출범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자산 규모는 2020년 4조원에서 2025년 3분기 약 33조원으로 8.25배 성장했다.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협력은 법인 시장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케이뱅크의 가상자산 법인계좌 수는 급격히 늘어 지난해 8월 말 기준 100좌를 돌파했다. 2024년 말 49좌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초기에는 지방검찰청, 세무서 등 49개 국가기관이 압류 자산 현금화 등을 위해 계좌를 개설했으나 최근에는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 사랑의열매 등 비영리법인과 지방자치단체까지 고객층을 확대했다.
한때 케이뱅크 전체 수신의 절반 이상이 업비트 예치금으로 채워졌으며 현재도 가상자산사업자(VASP) 예금 비중은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비트와의 제휴 계약이 올해 10월 만료될 예정이다. 연장 여부와 조건에 따라 수신 구조와 수수료 수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비트와 제휴가 다시 이어진다 해도 한편에선 이 같은 구조는 동시에 취약점을 갖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 상황에 따라 고객 활동성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 거래 규모가 줄고 관련 자금 흐름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변동성에 따른 대규모 자금의 유출입은 케이뱅크의 유동성 관리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한 업비트에 가입했더라도 케이뱅크 계좌 잔액이 0원인 ‘휴면 고객’이 많다는 점도 수익성과 활성도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에 대한 이용료 지급도 케이뱅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그동안 사실상 무원가 자금으로 활용되던 업비트 예치금에도 상당한 규모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자 비용 증가는 케이뱅크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업비트 예치금 관련 비용은 2023년 약 95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연간 100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급증하며 수익성 지표 하락으로 이어졌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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