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사이드] 같은 전산 오류인데… 빗썸·토스, 법적 쟁점은 달랐다

토스뱅크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전산 오류로 이용자가 예상치 못한 이익을 얻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법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겉으로는 모두 ‘시스템 실수’처럼 보이지만, 이용자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는 사건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토스뱅크에서는 지난 10일 약 7분 동안 엔화 환율이 시장 환율(100엔당 약 930원)의 절반 수준(약 472원대)으로 표시되면서 대규모 환전이 이뤄졌다. 환전액은 100억대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빗썸은 지난달 6일 62만원 상당 이벤트 보상 대신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했다. 당시 시세 기준 약 60조원 규모였다.
두 회사 모두 전산 오류를 인정하고 원상 복구에 나섰지만 법적 쟁점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빗썸은 ‘잘못 들어온 자산을 돌려줘야 하는가’가 핵심인 반면, 토스뱅크는 ‘이미 체결된 환전 거래를 취소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라는 것이다.
◇빗썸 “잘못 들어온 자산” vs 토스 “이미 체결된 거래”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구조상 비교적 단순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용자가 직접 거래를 신청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거래소 측의 실수로 자산이 사전 공지와 다르게 이용자 계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법적으로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반환’ 규정이다.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었다면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빗썸 사건 역시 이 원칙에 따라 결론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형사 책임과 관련해서는 일부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과거 잘못 들어온 가상자산을 이동하거나 처분한 행위에 대해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실제 처분 방식이나 행위에 따라 다른 범죄가 문제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토스뱅크의 환율 오류 사건은 법적 구조가 훨씬 복잡하다. 은행이 잘못된 환율을 표시했고, 이용자는 그 화면을 보고 직접 환전 버튼을 눌러 거래가 체결됐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은행과 이용자의 의사가 합치돼 거래가 성립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전산 오류였으니 없던 일로 하자”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래 취소를 정당화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스뱅크는 전자금융거래법 제8조의 ‘오류 정정’ 규정과 이용 약관 등을 근거로 환수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만으로 이미 체결된 거래를 바로 취소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김병국 법률사무소 번화 변호사는 “전자금융거래법 규정만으로 거래를 취소해 곧바로 환수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실제 오류인지, 또 이용자가 그 오류를 인식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동 환전 기능을 이용한 소액 거래처럼 이용자가 오류를 인식하기 어려웠던 사례까지 일률적으로 같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비정상적인 환율임을 알고 대규모 환전을 반복했다면 반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환수 방식·약관 효력도 또 다른 논란
환수 방식 역시 또 다른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이미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환전한 엔화를 사용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정원 한뜻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은행이 약관이나 내부 규정을 근거로 반환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고객 계좌에서 강제로 돈을 다시 인출하는 문제는 또 다른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며 “거래 취소 가능성은 결국 재판을 통해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약관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김병국 변호사는 “은행에 유리할 때는 책임을 면하고 불리할 때는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라면 약관규제법상 무효가 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김정원 변호사도 “약관이 곧바로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거래 경위와 이용자 유형에 따라 불공정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형사 책임도 토스뱅크가 더 불확실
형사 책임 문제 역시 두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빗썸 사건은 잘못 들어온 가상자산과 관련한 대법원 판단이 일부 존재하지만, 토스뱅크 사건은 이용자가 화면에 표시된 환율을 보고 정상 절차로 거래한 경우까지 형사 처벌이 가능한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특히 비정상적인 환율임을 알고 여러 차례 환전한 경우를 컴퓨터를 사용한 사기 등으로 볼 수 있는지는 사실관계와 고의 입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국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는 사기나 기망 문제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이용자가 실제로 사기의 고의를 가지고 거래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며 “실무적으로 형사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역시 고의 입증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적용이 쉽지 않고 관련 판결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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