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 모자 쓴 광신도들…대륙 휩쓴 AI ‘포모’ [정다은의 차이나코어]
“흡사 80년대 유사과학 열풍같아”
빅테크 공포 마케팅에 포모 심화
보안·비용 등 문제 속속 제기되자
정부도 규제 내세워 제동 나서

“모자는 바뀌었지만 사람은 그대로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는 흥미로운 비교 사진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진 상단에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오픈클로의 상징인 빨간색 랍스터 모자를 쓴 교사와 학생들이 “2026년 인류는 창조자와 방관자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문구를 비장하게 응시하고 있습니다. 아래에는 80~90년대 중국을 휩쓸었던 ‘기공(氣功) 열풍’ 당시 알루미늄 냄비를 머리에 쓰고 우주의 기운을 받아 질병을 치료하고자 했던 수많은 ‘광신도’들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현재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는 오픈클로 열풍의 이면을 정조준한 것인데요. 개발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랍스터 키우기 열풍’에 뛰어든 가운데 한편으로는 실체 없는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픈클로가 마치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만능 도구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일반인 중 환경 구축과 설치 과정에서 70%가 어려움을 겪고, 설정 단계에서 다시 20%가 포기합니다. 최종적으로 메모리와 프롬프트 최적화 고비를 넘기고 실제 사용에 성공하는 사람은 5%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임원은 과거 대형 모델 상호작용에 월 100위안(약 1만 8000 원) 정도 들었다면, 오픈클로는 월 600위안(약 11만 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부 기업가는 토큰 사용량이 100달러를 초과할 경우 차라리 클로드 코워크 같은 기성 솔루션을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조언할 정도입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보안입니다. 오픈클로는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를 읽고 외부 서비스에 접근해 작업을 수행하는 디지털 복제본 역할을 합니다. 해킹을 당할 경우 단순한 금전적 피해를 넘어 사용자의 사고 과정(작업 기억), 행동 패턴(운영 습관 및 행동 선호도), 연락망, 실행 권한(파일, 시스템 및 애플리케이션 운영 권한)까지 통째로 도난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 오픈클로의 정보 유출 감시 게시판 데이터에 따르면 3월 3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23만 개 이상의 오픈클로 관련 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됐고 이 중 약 8만 8000 건이 데이터 유출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온라인상에선 벌써 오픈클로 유료 삭제 서비스까지 등장했습니다. 중국 IT전문매체 TMT포스트는 “과거에는 기업이 너무 빨리 움직여 주가가 하락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너무 빠른 행보가 한 세대 전체의 디지털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 커촹반일보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생성형 AI 업체들이 ‘랍스터 열풍’의 수혜를 가장 먼저 누리고 있습니다. 오픈라우터 통계에 따르면 오픈클로 사용 순위 상위권은 스텝 3.5 플래시, 키미 K2.5 등 중국산 모델들이 차지했습니다. 특히 스텝 3.5 플래시의 사용량은 30일 전보다 20배 이상 폭증했죠. 미니맥스의 ‘M2’ 시리즈 메시지 모델의 일일 평균 토큰 소비량도 최근의 랍스터 열풍으로 인해 지난해 12월 대비 6배 이상 늘었습니다.
JD 클라우드의 관련 서비스 사용자는 단 일주일 만에 300% 이상 늘었고, 바이두 스마트 클라우드 역시 춘절 이후 일일 사용자 수가 1만 명에 육박하는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IDC 차이나의 리서치 디렉터인 루옌샤는 “현재 많은 사용자들이 오픈클로 같은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엄청난 토큰 호출을 발생시켜 대형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의 수익을 직접적으로 증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광풍이 위험 수위에 도달하자 AI 에이전트 활성화에 적극적이던 정부도 결국 제동을 걸었습니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최대 은행을 포함한 정부 기관과 국유기업들이 보안상 이유로 오픈클로를 설치하지 말라는 경고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국가컴퓨터네트워크 비상대응기술조정센터 역시 오픈클로의 기본 보안 설정이 매우 취약해 시스템을 완전히 장악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험 경고를 발표했습니다.
관영 매체 인민일보도 대중은 보안 의식을 높이고 개인 정보를 철저히 지키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SNS) 중 하나인 샤오홍슈도 지난 10일 SNS 중 처음으로 처음으로 AI 관리 계정 단속 정책을 도입했습니디.
제동 속에서도 오픈클로가 가져올 업무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는 주목할 만합니다. 오픈클로가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향후 기업가치가 수백조 원에 달하면서도 직원 수가 100명도 안 되는 기업이 배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직원 수가 시가총액과 반비례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이번 열풍은 1인 기업(OPC)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베테랑 투자자 류용은 TMT포스트에 “AI 산업이 결국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과 다수의 1인 기업으로 양극화될 것이며, 중간 규모의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오픈클로 시대에도 승자독식의 원칙은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듯 보이지만, 정상은 항상 소수의 몫이라는 것이죠. TMT포스트는 “AI가 장이밍 같은 인물을 10명 더 배출할 수는 있어도, 10만 명을 배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냉정한 현실 직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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