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잡기 대책 ‘가격 상한’ 전문가들은 신중론 [석유 최고가격제]

김세영 기자 2026. 3.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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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시행되는 석유 최고가격제]
단기 안정 가능…장기적으론 시장 훼손
상한가 설정 시 가격 상향평준화 가능성
정유사 손실 보전 땐 재정 부담 확대
차 한 대만이 대전 유성구 C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김세영 기자

[충청투데이 김세영 기자] 약 30년 만에 시행되는 '석유 최고가격제'의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일시적 충격을 완화하는 수단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기능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석유 최고가격제에 앞서 유류세 인하 등 기존 정책 수단이 먼저 가동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창권 대전대 물류통상학과 교수는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정책 수단을 쓰는 것은 필요하지만 최고가격제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유류세 조정이나 비축유 공급 같은 기존 정책 수단을 먼저 시행한 뒤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최고가격제를 선제적으로 꺼내 들면 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 1997년 석유가격 자유화 이후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 통제의 부작용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시장에 강하게 개입하는 정책인 만큼 장기적으로 가격 구조 자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상한가가 설정되면 일부 주유소의 가격 경쟁이 심해지고, 오히려 평균 가격이 상향 평준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부작용으로 정유사에 대한 손실 보전 문제가 꼽힌다.

유 교수는 "정유사가 손해를 감수하며 공급할 수는 없는 만큼 결국 정부에 손실을 입증하고 보전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재정으로 메워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삼모사 성격을 띤다. 때문에 가격 통제보다 정유사 가격 구조나 공급 관행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시장 수급 구조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 최고가격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정책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 속에서 형성되는데 지금과 같이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초과수요나 공급 감소 등 시장 불균형이 발생한다"며 "시장 불균형이 발생하면 생산자 권한이 강화된다. 쉽게 말해 이른 아침부터 주유소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 심화하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가격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염 교수는 "세금은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재원인데 이를 활용해 기름값을 낮추는 방식으로 보조하게 되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국민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경제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방향보다 석유 소비가 많은 분야의 수요를 줄이고 공급을 늘리는 방식의 정책을 택해야 한다"며 "또 정유사들이 원가와 무관하게 가격을 올리는 담합 행위가 있는지 지속해서 단속하고 시장 경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세영 기자ks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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