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수용능력 확인 삭제가 뺑뺑이 해법?…“아니다”

정광성 기자 2026. 3.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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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시행 앞둔 응급의료 핫라인 설치 취지 무색…현장혼란 우려
응급의료계 “정치공방 아닌 시범사업 협조로 문제점 확인·보완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일부 소방 공무원들이 응급실 뺑뺑이 해법으로 '응급실 수용능력 확인 삭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자 응급의료 현장에서 '해법은커녕 오히려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명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이 올해 5월 12일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시행도 전에 제도의 핵심 취지를 흔드는 방식의 문제 제기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소속 일부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국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의 재개정안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소속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 11일 국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의 재개정안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

응급의료계 관계자 A는 "법 취지 자체가 '수용능력 확인 및 신속한 인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것인데, 시행도 전에 수용능력 확인 취지를 약화하거나 삭제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마치 응급실 뺑뺑이 해결책처럼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 12일부터 시행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의3(응급의료 전용회선 운영 등)는 응급환자의 신속한 수용능력 확인과 인계를 위해 응급의료기관과 119구급대 간 직통 연랑망을 제도화한 조항이다.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의 장이 구급대원 등 환자 이송자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 전용회선을 의무적으로 개설·운영하도록 했으며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이를 24시간 상시 운영할 수 있도록 담당 부서 또는 전담 인력을 둬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본질은 병원과 구급 현장 사이의 이른바 '핫라인'을 법제화해 환자를 실제로 받을 수 있는지 신속히 확인하고 적정 의료기관으로의 이송과 인계를 돕자는 데 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이 병원과의 연락 지연, 수용 가능 여부 확인의 비효율성이었고, 이를 개선하자고 여야 합의로 법을 만들고 공포까지 마친 것"이라며 "정작 시행은 해보지도 않은 채 핵심 기능을 흔드는 주장을 먼저 꺼내는 것은 제도 개선이라기보다 현장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또 응급의학과 전문의 B는 응급실 뺑뺑이는 구조적 문제로 병원만 그 원인인 것처럼 접근하면 실질적 해법이 나올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B는 "응급실 뺑뺑이는 단순히 병원 한쪽의 문제가 아니라 이송, 선별, 수용, 전원 등 응급의료체계 전반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며 "일부 소방 공무원들의 주장처럼 병원만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접근해서는 실질적인 해법이 나올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응급환자 이송 현장에서 소방의 역할과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뺑뺑이 문제에 소방은 아무 책임도 없는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며 "환자 분류와 이송 판단, 병원 선정, 현장 소통 과정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만큼 각 주체가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현재 호남권 등에서는 관련 제도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우선 시범사업에 협조하면서 문제점을 확인·보완한 뒤 국회가 후속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응급실 관계자 C는 "지금 필요한 것은 시행 전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시범사업과 제도 운영을 통해 실제 병목 지점을 확인하는 일"이라며 "그 결과를 토대로 미비점을 손보는 것이 입법의 순서지 시작도 하기 전에 법의 핵심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응급의료체계에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의 직역 이기주의나 정치적 셈법이 응급의료 논의에 개입하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실질적 해법은 각 주체가 제도 정착에 협조하고,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냉정하게 보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