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살다 보면 영어는 저절로  늘 줄 알았지

이은지 2026. 3. 1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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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아예 못해도 캐나다에서 살 수 있다. 애석하지만 사실이다.

어학원 꼭 다녀야 할까?

캐나다에 살아 보면 알게 된다. 한국이 얼마나 도파민 터지는 나라인지. 캐나다는 겨울이 길다. 11월부터 3월까지 무려 일 년의 절반에 가까운 기간이 겨울처럼 느껴진다. 춥다 보니 겨울에는 재미있는 일도, 그렇다고 일자리도 마땅치가 않다. 캐나다 사람들은 겨울에 도대체 뭐 하고 노냐고 물었더니 현지인 친구 왈, 그냥 집에 있단다.

입국 한 달 차 혼자 도서관에서 영어공부를 하던 나는 생각했다. 어차피 공부할 거라면 어학원이라도 다니는 게 낫지 않나? 무엇보다 매일(강제로)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끌렸다. 그렇게 포부 넘치게 등록했건만…, 어학원을 다닌 지 4일 만에 주눅이 들어 버렸다. ES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통합 영어 교육 과정) 수업 중 안 그래도 어려운 문법을 영어로 배우니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더듬더듬 표현을 바꿔 가며 질문했지만, 강사가 한참이나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20명 가까이 되는 학생이 모두 나를 주목했고 정적이 흘렀다. 급기야 다른 학생이 내 영어를 영어로 통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속상한 마음에 호주에서 워홀 중인 친구에게 털어놓았더니 "그거 인종차별 아니야? 가르치는 입장이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라며 나를 위로했다. 당연히 인종차별은 아니었고, 당시 그는 임시 강사였고, 자질이 다소 부족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당당해지기로 했다. 나는 외국인이니까 기죽을 필요 없었다.

그래서 '어학원 꼭 다녀야 할까요?'라는 질문에는 정말 간단하게 답할 수 있다. 자금적인 여유가 있고, 혼자서는 공부를 하지 않는 의지박약이거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싶거나,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추천한다. 하지만 만약 예산이 부족하고 혼자서도 영어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의지의 한국인이자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는 사교적인 성격이라면 굳이 다니지 않아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는 쉽게 어울리지 못했을 다양한 연령대와 국적의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어학원에서는 매일 다른 액티비티가 진행되는데, 혼자라면 놓치기 쉬운 토론토의 크고 작은 여러 행사를 체험할 수 있다. '세계 여성의 날'에는 장미꽃을 선물 받고, 성패트릭데이에는 초록색 아이템으로 온몸을 치장해 함께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래밭을 구르며 비치 발리볼도 해 보고,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메이플시럽 농장을 견학하기도 했다.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아이슬란드 여행도 떠났다.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Editor's Tips
어학원 현지 등록이 더 싸다?

이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어학원에서 주기적으로 유학원에 프로모션 가격을 제공하기 때문에 시기가 맞는다면 유학원을 통해 등록하는 것이 저렴하다. 유학원을 이용한다고 해도 꼭 출국 전 한국에서 미리 등록할 필요는 없다. 현지에 있는 유학원을 통해서도 등록할 수 있어서다. 대부분의 어학원에서 하루 무료 체험 수업도 가능해 현지에 와서 커리큘럼, 수강생 국적 비율, 액티비티 등을 직접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여전히 영어와의 고군분투

캐나다에서 1년 반을 살았다고 하면 주변에서 돌아오는 반응은 한결같다. "이제 영어 완전 잘하겠네?" 사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이쯤이면 원어민이 되어 있을 줄 알았지. 하지만 그때의 나는 영어를 못해도 캐나다에서 살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만약 당신이 한인타운에 산다면 마트에서도 식당에서도 은행에서도 한국어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본능을 자극하지 않으면 사람은 자연스레 게을러진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야 언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고 하던데 평소에도 주로 듣는 편인 나는 꾸준히 영어를 입 밖으로 내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영어 실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려면 외국인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모임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 '밋업(Meet Up)'을 사용해 언어교환 모임에 나갔다.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대화하는 방식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외국인 친구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다. 한 아이돌그룹 콘서트에서 만난 친구와는 다른 케이팝 콘서트를 보러 가기도 했고, 소극장 밴드 공연 스탠딩 옆자리에서 함께 뛰던 친구들과는 놀이공원 메이트가 됐다. 서버로 근무하던 레스토랑에서 매번 같은 요일에 같은 메뉴를 시키는 손님에게 먼저 건넨 스몰톡이 인연이 되어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마음만 열려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친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1년 반 동안 살았던 내 영어 실력은 어떠냐고? 여전히 영어할 때 긴장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기는 하지만…, 항정살이 돼지고기 어느 부위인지 설명 가능. 음식점 전화 포장 주문 손님 응대 가능. 버벅거리기는 해도 통신사 해지 방어 통화 상대 가능. 옆집 고양이가 내 품으로 돌진할 때 고양이 집사와 스몰톡 완전 가능.

■캐나다 3월 추천 여행지,
오로라 성지 옐로나이프를 즐기는 방법 5

오로라를 만나고 싶다면 태양 활동 극대기인 바로 지금, NASA(미 항공우주국)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역 옐로나이프를 추천한다.

옐로나이프에서 만난 오로라. 투어를 활용하면 가이드가 인생숏을 남겨 준다. 빨간색이나 하얀색을 입어야 사진이 잘 나온다

1. 오로라를 만날 확률 98%
옐로나이프는 오로라가 쉽게 형성되는 북위 60~70도에 위치하며, 쾌청한 하늘과 낮은 습도,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없고 인공 불빛이 적다는 점에서 오로라 관측에 좋다. 올해 봄까지가 약 11년 주기로 찾아오는 태양 활동 극대기여서 더 밝고 강렬한 오로라를 보고 싶다면 4월 초까지가 최적의 시기다. 오로라 관측 확률은 3박 체류시 95%, 4박 체류시 98%에 달한다. 만약 3박 체류한다면 오로라를 찾아다니는 오로라 헌팅 2박과 특정한 장소에서 오로라를 기다리는 오로라 뷰잉 1박 조합을 추천.

2. 낮에는 겨울 액티비티
옐로나이프는 10~20분 정도면 시내를 충분히 둘러보고도 남는 정말 작은 마을이다. 여행자 대부분 오로라가 목적이라 낮에는 여유롭게 보내는 편인데, 다양한 겨울 액티비티를 활용하면 더욱 알차게 여행할 수 있다. 개 썰매 체험, 눈 덮인 숲과 호수를 걷는 스노슈잉, 얼음낚시 등이 가능하며, 겨울철에는 한두 달 전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매년 3월에는 눈과 얼음으로 이뤄진 거대한 스노 캐슬이 세워진다.

옐로나이프 역사를 배우는 노던 헤리티지 센터

3. 옐로나이프의 과거와 현재
노던 헤리티지 센터(Prince of Wales Northern Heritage Centre)에서는 옐로나이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옐로나이프뿐만 아니라 노스웨스트준주의 문화와 생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다. 마을 곳곳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이 가득한 갤러리와 공방이 있다.

옐로나이프에 간다면 우드야드 브루하우스 수제 맥주는 필수

4. 생선요리와 수제맥주는 꼭!
블록스 비스트로(Bullock's Bistro)와 우드야드 브루하우스(Woodyard Brewhouse)는 꼭 들러야 하는 옐로나이프 대표 맛집이다. 블록스 비스트로의 대표 메뉴 피시앤칩스는 촉촉하고 부드러워서 생선을 좋아하지 않아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우드야드 브루하우스에서는 직접 양조한 수제 맥주 여러 종류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샘플러 추천.

5. 기념품으로 다이아몬드 어떠세요?
옐로나이프는 현재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다이아몬드 생산지다. NWT 다이아몬드 센터(NWT Diamond Centre)는 우수한 품질의 다이아몬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서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용으로 하나씩 구입해도 좋다. 다이아몬드 채굴과 세공 과정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으니 구매 계획이 없어도 방문해 보시길. 일단 무료로 주는 핫초코가 따뜻하고 달달하다.

*이은지 여행작가
살아 보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이 너무 좋아 무작정 떠난 전직 여행기자. 이젠 여행기자에서 '기' 한 글자 빼고 여행자로서의 삶을 만끽하는 중이다.

글·사진 이은지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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