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국제업무지구 매각 ‘장기 지연’ 비상… 정부 ‘1만 호’ 강행이 발목

임성엽 2026. 3. 1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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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전소 부지 매각 지연으로 2030년 로드맵 ‘빨간불’

변전소 부지 매각 지연으로 2030년 로드맵 ‘빨간불’

토지이용계획도.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정부의 일방적인 주택 공급 확대 기조로 인해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토지 매각과 인허가 절차가 장기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서울시와 협의한 6000호 계획이 사전 교감 없이 1만 호로 수정되면서, 전체 용지 계획과 공급 지침 수립까지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올해 하반기 18개 필지에 대한 단계적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토지분양은 민간재원 총량을 고려해 5년간 단계적으로 진행하며, 올해 분양 물량은 최소 3개 많게는 5개다.

시급한 과제는 한국전력 변전소 이전 부지 매각이다. 시는 한국전력과 변전소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업무시설을 도입하는 ‘복합개발 1호’ 사업을 통해 전체 지구의 전력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갑작스러운 주택 확대 발표로 인해 토지 매각의 핵심인 ‘공급 지침’ 확정이 불가능해졌다.

주거 비율이 확정되지 않으면 사업시행자인 코레일이 분양 계획을 수립할 수 없고, 서울시의 승인 절차 또한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각계획 자체가 지연되면, 전력 공급망 구축계획이란 기반시설 조성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2030년 초로 예정된 개발 로드맵까지 연쇄적 장기 지연 압박을 받는 구조다.

현재 서울시는 가구당 평균 35평형(6000세대)을 기준, 주거 비율을 29%대로 설정하고 ‘미래 신중심지’ 위상에 맞춘 밑그림을 완성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1만 세대를 수용할 경우 주거 비율은 최대 50%까지 치솟게 된다.

정부는 용적률을 고정한 채 주거비율은 40%까지 확대, 가구 수만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계획은 더 큰 논란이 야기하고 있다. 가구당 면적을 쪼개는 ‘고밀도 개발’을 강제, 쾌적한 주거 환경 조성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의 핵심 인재들이 선호하는 정주 여건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결국 용산을 세계적 비즈니스 허브는커녕 특색 없는 ‘고밀도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만세대가 밀집된 고밀도 주거동이 병풍처럼 들어서야 하는데, 글로벌 대기업 입장에서 용산은 ‘매력적 비즈니스 요충지’가 아니라, 닭장 아파트식 주거밀집지역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전경. 대한경제DB.

이번 사태는 단순한 주택 공급 문제를 넘어 국가적 기회비용 상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2030년초까지 글로벌 대기업의 아시아 헤드쿼터(본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라는 단기적 수치에 매몰되어 업무ㆍ상업 용지 비중을 줄일 경우, 프라임급 오피스 클러스터 형성 밑그림도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글로벌 대기업 유치 경쟁에서 싱가포르나 홍콩에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종길 서울시의회 의원은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인 용산을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의 무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시민들이 정부 계획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서울시는 국제업무지구 조성의 본래 목적과 국가 경쟁력 확보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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