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서두르려면…“대중교통 요금 낮추고 전기차 보조금 늘려야”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 데 대해 단순히 물가안정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국제정세에 따라 출렁이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에너지 안보’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달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이번 기회에 에너지 전환을 속도전으로 해치워야 할 것 같다”고 당부한 바 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공되지 않은 1차 에너지원별 비중은 석유 39.2%, 석탄 22%, 가스 19.7%, 원자력 13%, 재생에너지·기타 6.1% 순이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80.9%로 압도적이어서 중동 정세나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우리 경제가 쉽게 흔들리는 구조다. 이에 석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에너지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석유화학 등 산업 부문(61.8%)을 제외하면 석유 소비의 대부분은 휘발유·경유 등 수송부문(32.7%)에서 쓰인다. 이에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독일에서 도입해 성과를 낸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인 ‘9유로 티켓’처럼, 우리도 ‘케이(K)-패스’의 혜택을 크게 늘리는 등 요금을 큰 폭으로 내려 대중교통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 정부가 2030년부터 국내 신차의 50%를 무공해차(전기차·수소차)로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더 가속하고, 전기차 보조금도 한시적으로 더 늘리는 등의 수단이 필요하단 것이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에 “이런 방안들이 최고가격제로 석유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훨씬 더 지속가능성도 있고, 국민 생활비 부담 절감과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스를 줄이는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가스는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발전 비중 2위(28.1%)다. 1위가 원전(31.7%), 석탄이 공동 2위, 재생에너지가 3위(10.6%)다. 최근 몇 년 사이 태양광 발전의 증가로 전력 수요 최고점이 낮에서 저녁 시간으로 옮겨졌고, 저녁 시간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유연성 전원인 가스발전의 출력이 올라갔다. 이 수요를 낮이나 심야 등 전력 소비가 낮은 시간대로 옮기면 가스발전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과 관련해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가정용 전기도 산업용처럼 시간대별로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를 만들고, 가상발전소(VPP) 등의 기술을 통해 올해 100만대를 넘은 전기차의 부하를 절반만 다른 시간으로 옮겨도 저녁 시간에 가스발전소 몇 기의 가동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의 가스 난방 수요와 관련해서도 석 전문위원은 “단열과 창호 개선 등 주택의 난방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도 정부 주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린 유럽연합의 ‘리파워유럽’(RePowerEU) 계획처럼, 이번 위기를 재생에너지 확대 가속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권 소장은 “이전에는 ‘재생에너지=탄소중립’이었지만 이젠 ‘재생에너지=에너지 안보’ 공식이 성립되는 상황”이라며 “현 정부가 기존에 목표로 했던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수송·건물 등 주요 부문들의 전기화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윤세종 플랜1.5 정책활동가(변호사)도 “현재 수립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송전망 부담을 줄일) 지산지소 원칙, (전력 수요자를 재생에너지가 있는 곳으로 유도할) 지역별 차등요금제,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는 시간에 전기를 쓰도록 유도하는) 계시별 요금제 등의 장치들을 강화하는 등 재생에너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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