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 다르다더니?”… 같은 생수인데 400원 더 냈다
같은 취수 지역 제품도 유통 구조 따라 가격 최대 약 1.7배 격차
OEM 시장 속 소비자는 물값보다 ‘브랜드 신뢰 비용’ 함께 지불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 냉장고 앞. 가격표를 번갈아 보던 직장인 김모(43) 씨는 결국 더 비싼 생수를 집어 들었다. 익숙한 브랜드라는 이유 하나로 초저가 PB(자체 브랜드) 제품보다 400원을 더 지불한 선택이었다.

◆‘한 지붕 다가족’ 생수 시장…라벨만 바뀌는 생산 구조
유통업계는 국내 생수 시장 규모를 약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제한된 생산 거점 위에 수십 개 브랜드가 얹히는 구조다.
국내 생수 시장에서는 특정 제조 공장이 여러 브랜드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OEM 구조’가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경북 청도의 청도샘물은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와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B) 생수를 함께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경기 연천의 백학음료 역시 아이시스와 유통사 생수를 동시에 병입하는 제조사다. 이 밖에도 동원샘물과 풀무원샘물을 생산하는 포천그린, 스파클과 탐사수를 생산하는 대정 등 주요 생산 거점들이 복수 브랜드 위탁 생산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본 취수원이 같더라도 세부 공정이나 브랜드별 품질 기준, 후처리 방식 등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동일 취수 지역 제품이라도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 방식에 따라 온라인 판매 가격이 최대 약 1.7배 수준까지 벌어지는 사례가 나타났다.
◆브랜드가 만든 ‘가격의 심리학’…품목명도 따져봐야
이 같은 가격 격차의 배경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중심의 시장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차이에는 물 자체의 품질뿐 아니라 광고·마케팅 비용과 브랜드 신뢰도가 반영된다”며 “일부 소비자는 물맛보다 브랜드가 주는 심리적 안도감을 함께 구매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제품의 경우 품목명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먹는샘물’이 아닌 ‘혼합음료’로 표시된 제품은 정수 처리한 물에 미네랄 등을 첨가해 생산된 것으로, 먹는샘물과 적용 법령 및 관리 체계가 다르다. 소비자가 제품 유형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가격 격차의 배경을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다.
◆수원지 확인, 생활비 지키는 가장 쉬운 습관
기후위기 심화와 강화된 지하수 관리 정책으로 신규 취수원 허가는 점점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환경영향평가와 지역 협의 절차가 길어지면서 기존 생산 거점 중심의 시장 구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매일 반복되는 물 소비가 가계 지출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 흐름을 보면 생수를 포함한 비주류 음료 가격은 최근 몇 년간 상승 압력을 받아 왔다. 필수 소비 품목인 만큼 작은 가격 차이도 장기적으로는 생활비 체감도를 크게 좌우한다.
오늘 퇴근길 편의점에서 낱개 생수를 집기 전, 스마트폰으로 동일 취수 지역 제품의 묶음 판매 가격을 먼저 비교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우리가 매일 사는 생수 한 병에는 물값보다 ‘습관의 가격’이 더 크게 붙어 있을지 모른다. 투명한 페트병 뒤편에 적힌 작은 글씨를 읽는 순간부터 생활비 절약은 시작된다.
△라벨 뒷면 ‘수원지’부터 확인
브랜드보다 취수 지역 정보를 먼저 비교하면 제품 특성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조원’ 표시도 함께 점검
PB 상품과 유명 브랜드가 동일 제조 시설에서 생산되는 경우 기본 수질 차이가 크지 않은 사례도 존재한다.
△품목명 ‘먹는샘물’ 여부 확인
‘혼합음료’가 아닌 먹는샘물로 표기된 제품은 지하 암반수 등을 물리적 처리 중심으로 병입한 물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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