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헌스·레너드와 ‘세기의 대결’… 복싱 미들급 통합 챔피언 마빈 해글러
2021년 3월 13일 67세

1980년대 세계 복싱의 인기는 헤비급에서 웰터급·미들급으로 넘어갔다. 슈거 레이 레너드, 로베르토 두란, 토머스 헌스, 그리고 마빈 해글러(1954~2021)가 주연이었다. 이들이 링 위에서 맞대결을 펼치면 ‘세기의 대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해글러는 1980년 WBC·WBA 통합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후 ‘해글러 무적 시대’를 열었다. 1986년까지 12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두란과의 경기는 1983년 11월 10일 8차 방어전으로 열렸다. 해글러는 15회 심판 전원일치 3대0 판정승을 거뒀지만 7연속 KO 방어 기록을 이 경기에서 멈춰야 했다.

“‘세기의 대결’은 해글러의 승리로 끝났다. 사상 첫4개 체급 석권을 노리던 천재 복서 두란의 야망도 현역 최고의 스타로 지목돼 온 해글러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중략) ‘소문난 잔치’ 치고는 ‘별 것 없는’ 한판이었다. 두 슈퍼 스타는 서로 상대를 의식 모험을 피하는 바람에 경기는 다운 한 차례 없는 맥빠진 흐름으로 진행됐다.”(1983년 11월 12일 자 9면)

11차 방어전인 토머스 헌스와 대결은 1985년 4월 15일 벌어졌다. 경기 전 예상은 헌스의 우세였다. 헌스는 두란을 2회 KO로 이겨 상대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였다. 30대에 접어든 해글러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이 나왔다. 경기 전 헌스는 3회 KO승을 장담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세기의 대결’은 마빈 해글러의TKO승으로 끝났다. 16일 낮 12시(한국시각) 세계 10억 복싱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곳 시저스팰리스 호텔에서 벌어진 세계 미들급 통합타이틀 매치에서 챔피언 마빈 해글러(30)가 도전자 토머스 헌즈(26)를 3회 2분1초만에 TKO로 제압, 타이틀 11차방어에 성공했다.”(1985년 4월 17일 자 9면)

승부가 8분 1초 만에 결정된 까닭에 두 선수는 펀치 하나당 4700만원씩 벌었다는 계산이 나왔다.
“도전자 헌즈의 3회 2분 1초 KO패로 끝날 때까지 챔피언 해글러는 173개의 펀치를 날려 96개를 적중(55%)시켰고, 헌즈는 166개 중 94개(57%)를 맞혔다. 두 선수의 파이트 머니는 해글러가 540만달러(46억원), 헌즈가 530만달러(45억원)로 이를 양 선수의 상대 가격 펀치로 나누면 해글러는 한 방에 5만6250달러(4790만원), 헌즈는 5만6380달러(4780만원)씩을 벌었다는 계산이다.”(1985년 4월 17일 자 9면)

해글러는 12차 방어전에서 아프리카의 강자 존 무가비를 11회 KO로 물리쳤다. 무가비는 26전 26KO승을 기록 중이었다.
레너드와 ‘세기의 대결’은 여러 차례 무산되다가 1987년 4월 6일 성사됐다. 레너드는 정면 승부를 피하면서 마지막 30초를 남기고 화려한 연타를 퍼부었다. 강펀치를 날려 상대에게 타격을 주기보다는 자신이 경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전략이었다. 결과는 12회 1대2 해글러의 판정패였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해글러는 이 패배로 3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마무리하면서 사실상 복싱 인생을 끝냈다. 레너드와 재경기를 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자 1988년 6월 “기다리는 데 지쳤다”며 링을 떠났다. (중략) 통산 62승 2무 3패를 기록했다. 그중 52차례가 KO였을 정도로 가공할 펀치력을 과시했다. 맷집도 역대 최강급이다. 공식 경기에서 다운을 단 1차례만 당했다. 1984년 아르헨티나의 후안 도밍고 롤단과의 경기 1라운드에 넘어진 것이 유일했다. 해글러는 “상대가 밀쳐서 넘어졌는데 주심이 다운으로 인정했다”고 불만스러워했다.”(2021년 3월 15일 자 A21면)

해글러는 링에서 은퇴한 후 1990년대 후반까지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2021년 3월 13일 별세했을 때 레너드는 1987년 대결을 회고하면서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다고 느꼈던 경기였다”고 해글러에게 경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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