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대 특검式 ‘막무가내 출국금지’ 막는다
법무부가 형사사건 관련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출국금지 조치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출입국 당국은 그동안 별도의 숙의 절차 없이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과 국세청·병무청 등에서 요청하는 출국금지를 인용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필요 사유 등을 꼼꼼히 심사해 인권 침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형사재판 중이거나 징역·금고형 집행 중일 경우, 또는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1개월 이내로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세금이나 양육비·벌금·추징금 등을 내지 않은 사람도 출국금지 대상이다. 실무에선 통상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 중인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지 못하도록 출국금지를 신청하고, 법무부는 어지간하면 출국금지 조치를 해왔다. 이를 두고 “국민의 기본권을 고려하지 않은 수사 편의주의”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평균 출국금지 결정률은 97.72%였다. 연도별로는 2021년 98.2%, 2022년 98.1%, 2023년 98%, 2024년 97.6%, 2025년 96.7% 등이었다. 출국금지 신청 10건 중 9건 이상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출국금지 요청 건수도 같은 기간 2만9293건에서 3만1332건, 3만6277건, 3만9655건, 4만1737건으로 매년 증가해 5년 사이 42%가 늘었다.
지난해 가동된 3대(김건희·내란·해병) 특별검사팀도 막무가내식 출국금지 조치로 논란을 불렀다. 민중기 특검팀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을 수사하면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6개월 가까이 출국금지해 둔 채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이명현 해병 특검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약 3개월간 출국금지해 놓고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했다. 세 특검은 작년 6~11월 총 852건의 출국 금지를 요청해 그중 849건(인용률 99.6%)이 인용됐다.
법무부는 수사기관이 신청만 하면 출국금지가 이뤄지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먼저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내실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심의위는 출국금지 처분이나 기간 연장 처분을 받은 사람이 이의 신청을 할 경우 심의하는 기구다. 2018년부터 심의위가 운영됐지만, 법적 근거가 없고 심의 건수도 극히 적어서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심의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건이 장기화돼 출국금지 조치가 여러 번 연장된 경우에도 심의위에서 심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는 또 출국금지 요청 대상자가 내사 사건 관련자이거나 정식 수사로 전환됐지만 참고인 신분이면, 수사기관이 그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출국금지 업무 전담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도 법무부는 논의 중이다. 현재 관련 인력은 2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계적으로 출국금지를 결정했기 때문에 2명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의 신청 등을 일일이 검토해 분류하려면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작년 11월 피의자·참고인별 출국금지 요건을 구분하고, 출국이 금지돼야 할 필요성을 수사기관이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범죄수사’를 ‘수사기관에서 입건 개시한 범죄수사’로, ‘당사자’를 ‘피의자’로 고쳐 출국금지 범위를 좁혔다. 출국금지심의위의 위원장을 법무부 차관으로 하는 등 심의위의 운영 기준도 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을 바탕으로 개선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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