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백'①] LS전선 vs 대한전선…해저케이블 기술

우현명 기자 2026. 3.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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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의혹 수사 1년9개월…"결과 따라 법적조치" vs "사실 아냐"
턴키 역량 확보 경쟁…동해 해저케이블 5동 준공 vs 당진 2공장 투자

GL2030 vs 팔로스, 포설선 대결…HVDC 최적화 대형선 추가 건조
미국 전력망 프로젝트 vs 버지니아 해저케이블 공장…북미시장 경쟁
산업계 규모와 장르는 가리지 않겠다. 재계 오너가에서부터 중소기업 생산직 직원까지, 그리고 대기업 대 스타트업은 물론 기술, 제품, 서비스까지 역량만 있다면 모든 산업계를 망라해 1대1 대결을 붙이겠다. 2026년 <신아일보> '흑과백' 코너를 통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산업계 전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
<흑과백> 첫번째 산업계 대결은 'LS전선' 대 '대한전선'의 기술 전쟁이다./ <편집자 주>
LS전선, 대한전선 로고.

국내 전선업계 1위 LS전선과 2위 대한전선이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을 놓고 맞붙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기술과 투자, 글로벌 수주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여기에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경찰 수사가 약 1년9개월로 장기화되면서 두 기업 간 갈등은 이어지는 중이다.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법적조치" vs "사실 아냐"

해저케이블 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기술 분쟁으로까지 번진 건 지난 2024년 6월 경찰이 대한전선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면서부터다. LS전선은 대한전선의 충남 당진 공장의 설계가 자사 설계 노하우를 활용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설계했던 건축사무소가 대한전선 공장 설계에도 참여하면서 설계 노하우가 유출됐다는 주장이다. LS전선은 기술 탈취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S전선 관계자는 "경찰에서 검찰로 기소의견 송치할 것을 기대 중"이라며 "형사 사건 결과에 따라 민사 소송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한전선은 기술 유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은 독자적인 설계와 기술을 기반으로 건설됐고 해저케이블 공장 레이아웃은 핵심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을 탈취할 이유 자체도 없다는 것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아직 경찰에서 수사 중인 상황"이라며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LS전선 동해 사업장(왼쪽), 대한전선 당진 공장(오른쪽) 전경. [사진=각사]

◇동해 공장 증설 vs 당진 공장 투자…턴키 역량 확보

이처럼 양사가 물러서지 않는 배경에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생산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턴키 솔루션' 역량이 수주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양사는 생산 인프라와 시공 능력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S전선은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케이블 생산 기지를 구축해 관련 사업을 선도해 왔다. 2008년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구축한 이후 설비 증설을 이어가면서 생산 능력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에는 동해 사업장에 5번째 해저케이블 공장을 준공하고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4배 이상 늘렸다. 해당 설비에는 수직연속압출시스템(VCV) 라인이 추가돼 장거리 고전압 케이블 생산 능력과 절연 품질이 동시에 강화됐다. 이로써 LS전선은 아시아 최대 수준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생산 설비를 확보하게 됐다.

대한전선 역시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등 생산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6월 해저케이블 1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4972억원을 투자해 HVDC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2공장은 수직연속압출(VCV) 시스템 등 최첨단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1공장 대비 약 5배 수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LS전선이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서 해저케이블을 선적하는 모습. [사진=LS전선]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전선은 당진 공장 내 약 7000㎡(제곱미터) 규모의 HVDC 케이블 전용 테스트 센터를 구축했다. 이 시설에서는 최대 640㎸(킬로볼트)급 육상 및 해저 HVDC 케이블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고 장기 신뢰성 시험과 단시간 과전압 시험 등 핵심 시험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품 개발부터 실증과 인증까지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수행함으로써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고 고객 요구를 신속히 반영할 수 있게 됐다.

◇GL2030 vs 팔로스…해저케이블 포설선 경쟁 '불꽃'

양사는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 확보전에서도 불꽃이 튀고 있다.

우선 적재 용량에서는 LS전선이 앞선다. LS전선은 2021년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을 도입했고 지난해 약 200억원을 투자해 적재 용량을 기존 4000t에서 국내 최대 수준인 7000t급으로 확대했다. 대한전선이 2023년 확보한 팔로스(PALOS)호는 한 번에 선적할 수 있는 용량이 4400t으로 해저케이블을 안정적으로 포설하는 데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다.

기능 면에서는 대한전선이 강점을 가진다. 팔로스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설계 단계부터 해저케이블 포설을 목표로 건조된 CLV 포설선이다. LS전선의 GL2030은 화물 운반용 바지선을 개조한 CLB 포설선으로 자체 동력이 부족해 예인선이 끌어줘야 하는 반면 대한전선의 CLV는 자체 동력으로 최대 9kn(노트)까지 운항이 가능해 시공 속도가 5~6배 빠르다. 기상 변화와 조류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수심에 관계없이 다양한 현장에도 투입 가능하다.
LS전선 자회사 LS마린솔루션이 보유한 포설선 'GL2030'(왼쪽),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 '팔로스'호(오른쪽). [사진=각사]

이에 LS전선은 자회사 LS마린솔루션을 통해 2028년까지 총 3458억원을 투자, 케이블 적재 용량 1만3000t급 대형 포설선을 건조할 예정이다. 신규 선박은 HVDC 전력망 구축에 최적화된 설비를 갖춰 장거리·고전압·대수심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시공이 가능하다.

대한전선 역시 포설선 추가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 금액과 선박 규모는 국내 최대 수준으로 수천억원 규모가 예상된다.

이처럼 양사가 생산 설비와 포설선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해저케이블 산업이 높은 기술력과 막대한 설비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HVDC는 교류(HVAC)에 비해 송전 손실이 적고 장거리 대용량 전송에 유리해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정부 역시 지난해부터 해저케이블을 국가 핵심 자원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관련 시장은 2018년 1조8000억원에서 2030년 약 4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규 LS전선 사장(왼쪽), 송종민 대한전선 부회장(오른쪽). [사진=각사]

◇말레이시아·미국 프로젝트…글로벌 수주 경쟁

양사는 국내외 전력망 프로젝트에서도 존재감을 두고 경쟁 중이다.

LS전선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 전력공사로부터 약 600억원 규모의 해저 전력망 구축 사업을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 앞서 수행한 '랑카위 1차 프로젝트'에 이어 2차 프로젝트까지 연이어 따낸 것으로 설계부터 자재 공급, 포설·시공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의 '동해안–신가평' 송전망 구축 사업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500㎸ 90℃(도) HVDC 케이블을 적용해 공사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동해 지역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국가 핵심 전력 인프라 사업으로 평가된다.

대한전선도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법인 T.E.USA를 통해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지역의 230㎸ 초고압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설계부터 생산, 포설, 접속, 시험, 시운전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풀 턴키 방식 사업이다. 앞서도 대한전선은 미국에서 진행된 모든 500㎸ 초고압교류송전(HVAC) 전력망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320㎸급 HVDC 전력망 프로젝트와 대도심의 노후 전력망 교체 프로젝트 등 고난도 사업에 잇따라 참여했다.

LS전선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에 현지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 중이고 공장에는 높이 201m(미터)의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와 전용 항만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회사 측은 향후 10년간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선제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신아일보] 우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