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1592653589… 원주율, 소수점 아래 몇 자리까지 계산해낼까
작년 미국 기업서 기록 경신… 314조1592억 자리까지 계산
암기 기네스 기록은 ‘7만 자리’… 인도인, 외우는 데만 6년 걸려
고등과학원 등 강연-대회 열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먼은 원주율(π) 암기를 즐겼다. 소수점 아래 762번째 자리부터 숫자 9가 여섯 번 연속 등장한다. 파인먼은 이 구간까지 암송한 뒤 “…999999 그리고 이하 생략”이라고 말하며 농담처럼 끝맺는 것을 즐겼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오늘날 이 구간을 ‘파인먼 포인트’라 부른다.
파인먼은 “원주율 π가 수학과 물리학의 다양한 분야에 등장한다는 사실은 일종의 기적과도 같다”는 말을 남겼다. 틀린 말이 아니다. 소행성 궤도 계산부터 블랙홀 연구까지 원주율은 과학 전반에 걸쳐 빠짐없이 등장한다.
원주율의 매력에 이끌린 건 비단 과학자만이 아니어서 여러 국가가 3월 14일을 ‘파이 데이’로 지정했다. 2019년부터는 유네스코가 ‘국제 수학의 날’로 공식 지정해 전 세계가 함께 기념하고 있다.
파이 데이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건 자릿수 암기다. 현재 기네스 기록 보유자는 인도의 라즈비르 미나로 소수점 아래 7만 자리를 줄줄 외운다. 2015년 9시간 27분에 걸쳐 암송해 기록을 세웠으며 7만 자리를 머릿속에 새기는 데만 6년이 걸렸다.
계산 기록 경쟁은 차원이 다르다. 지난해 12월 미국 서버 전문 기업 스토리지리뷰가 원주율을 소수점 아래 314조1592억 자리까지 계산해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022년 구글이 대규모 클라우드 서버를 동원해 100조 자리를 달성한 지 3년 만에 3배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스토리지리뷰는 이 기록을 서버 한 대로 110일 만에 해냈다.
원주율 계산은 고성능 서버와 고속 저장장치(SSD)의 데이터 처리 한계를 검증하는 극한의 벤치마크로 컴퓨터공학이 닿을 수 있는 물리적 한계를 숫자로 증명하는 작업이다.
컴퓨터가 원주율을 계산할 때 쓰는 알고리즘은 1914년 인도 수학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의 공식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2월 인도과학연구원(IISc) 연구팀은 이 공식이 현대 물리학 이론과 같은 수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연구팀은 라마누잔 공식 17개를 ‘로그 등각 장론’의 언어로 다시 풀어쓰는 작업을 시도했다. 로그 등각 장론은 깊이 확대해도 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척도 불변 대칭성’을 지닌 시스템을 기술하는 이론이다. 물의 임계점, 난류, 블랙홀 등 극한 물리 현상을 설명할 때 등장한다.
연구팀은 두 수학적 구조가 정확히 일치함을 증명하고 이를 이용해 관련 물리량을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계산하는 데도 성공했다.
아닌다 신하 인도과학연구원 교수는 “현대 물리학과 거의 접촉 없이 연구했던 한 천재가 오늘날 우주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구조들을 100년 전에 이미 예견했다는 사실에 그저 경이로움을 느낄 뿐”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계 수학의 날 주제는 ‘수학, 희망을 잇다’이다. 국제수학연맹(IMU)은 13일 오후 10시 글로벌 웨비나를 연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NASA 파이 데이 챌린지’를 통해 소행성 궤도 계산, 달 탐사 로버 이동 거리 등 실제 우주 임무 데이터로 만든 수학 문제를 학생들에게 공개해 원주율의 의미를 알린다.
국내 행사도 풍성하다. 고등과학원은 14일 오후 3시 9분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타일링’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도형으로 평면을 빈틈없이 채우는 타일링 원리를 강연으로 듣고 같은 모양이 단 한 번도 반복되지 않는 ‘펜로즈 타일링’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과학 크리에이터 ‘지식인미나니’와 함께 원주율의 의미와 일상 속 활용 사례를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댓글·퀴즈 참여 등 온라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서울 노원수학문화관은 14일 ‘파이 숫자 외우기 대회’, ‘3.14초 맞추기 체험’, ‘스피로그래프 체험’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광주과학관과 울산수학문화관도 14∼15일 이틀간 원주율 관련 행사를 펼친다.
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국힘 당권파 부글부글 “오세훈에 목맬 필요있나…플랜B 있다”
- 강동구도 꺾였다, 강남 집값 하락세 인근 확산
- “L당 400원 깎아줍니다” 고유가시대 신용카드 ‘주유테크’ 인기
- 모즈타바 첫 성명 “호르무즈 계속 봉쇄…피의 복수할것”
- 패트리엇 한발 쏘면 60억 날아가…美, 이란전 310조원 ‘쩐쟁’ 될수도
- 폭스바겐 “잠수함 사업, 우리와 연계 말라”… ‘60조 캐나다 잠수함’ 팀코리아 수주 호재
- 테이저건 맞고도 꿈쩍않던 190㎝ 거구의 폭행범, 삼단봉으로 제압
- [사설]美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韓 차별-추가조사 막아야
- [사설]吳는 또 등록 보이콧, 공관위는 또 어물쩍… 전대미문의 일
- [사설]국토 장관도 보유세 인상 시사… 거래세와의 균형이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