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1%'의 참담함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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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부세종청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브리핑 앞뒤로 허리를 90도 숙였다.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눈가의 자글한 주름을 봤을 땐 질끈 눈을 감았던 것 같다.
함께 발견됐다는 유류품 648묶음과 휴대폰 4대까지 생각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수습 작업을 한 것이고, 무슨 자신감으로 99% 완료를 발표했던 걸까.
그리고 나는 왜 그 1%를 무덤덤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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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지나 유해 9점 포대 안에서
"누가 이런 잔인한 형벌을" 눈물

9일 정부세종청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브리핑 앞뒤로 허리를 90도 숙였다.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눈가의 자글한 주름을 봤을 땐 질끈 눈을 감았던 것 같다. 정부 각료가 허리 굽히는 걸 여러 번 보아 왔는데도,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말과 잔뜩 숙인 고개는 언제나 어색하다. 사과와 진정성, 일단 나중에 따져보기로 했다.
브리핑은 참담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전남경찰청 등은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을 재조사했다. 현장 잔해 재조사였다. 그 결과로 유해 9점을 발견했다. 참사 희생자로 최종 확인된 1점, 정황상 감식 진행 중인 8점, 1년 넘게 몇 명인지 모를 희생자가 잔해물 보관소 대형 포대 안에 방치돼 있었다는 얘기다.
겹쳐지는 건 참사 발생 이후 국토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사고 현장 수습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국토부는 "잔해 수습이 99% 완료됐다"고 했다. 99%, 1%는 뭐였을까. 당시 참사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 승무원 2명을 제외한 사실상 전원이 사망했고 그들 신원은 모두 확인돼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99%는 사실상 100% 아닌가. 함께 발견됐다는 유류품 648묶음과 휴대폰 4대까지 생각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수습 작업을 한 것이고, 무슨 자신감으로 99% 완료를 발표했던 걸까. 그리고 나는 왜 그 1%를 무덤덤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것일까.
김 장관이 고개를 숙이던 날, 유가족들은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협의회 대표인 김유진씨는 "자식인 저는 시신을 찾기 위해 피눈물을 흘렸는데 왜 1년이 넘도록 잔해 속 쓰레기 더미에 아버지를 방치했느냐"고 오열했다. 포대 안에서 발견된 25㎝ 유해는 김 대표 아버지의 다리뼈였다. "이제 와서 무덤을 다시 파 장례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도대체 누가 이런 잔인한 형벌을 내리는 것이냐"라는 그의 물음에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진 못할 것이다.
재난과 참사 앞에 우리는 운다. 희생자들 사연에 눈물 흘리고, 유족들 아픔을 함께하려 한다. 우리가 그들일 수 있었고, 또 언젠가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느닷없는 외력에 인간의 무력함을 공감한다. 다만 그 유효 기간이 생각보다 짧은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본다.
참사 1년이 되던 날, 참사에 딸을 잃은 심선임(58)씨 사연을 보도했다. 무안공항에서 아침을 맞고 분향소에 들렀다 회사로 출근하는 일상을 소개했다. 검찰개혁을 놓고 티격태격 싸우는 정치인에게는 경제적 후원과 응원의 댓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좋아요'가 넘쳐 흐르지만, 이 보도는 물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 기사에는 댓글 하나 찾기 쉽지 않다. 그나마 1년이 됐다고 현장을 찾은 정치인들 기사 정도나 관심이다.
12일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진술을 거부하고 용산경찰서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피해 유가족들은 여기서도 오열했다. 우리는 2022년 이태원 참사로 159명을 잃었다. 고민이다. 무안공항의 그들, 청문회장의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웃는 날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본 적은 없지만, 한 번이라도 봤으면 하는, 당연히 그래야 할 결말이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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