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판결 내려도 고발당할 위험… 판사들 방어적 재판 우려”
“판사들 형사 재판부 기피 늘고
국민의 신속 재판 권리도 제약”
전국 법원장들이 12일부터 이틀간 충북 제천에 모여 법 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등 ‘사법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 논의에 들어갔다. 사법 3법 중 법 왜곡죄(개정 형법)와 재판소원 제도(개정 헌법재판소법)가 이날 자정을 기해 시행되면서, 법원 내부에서는 “판사를 겨냥한 부당한 고소·고발이 폭증할 것” “대법원이 사실상 ‘상고법원’으로 전락했다” 등의 우려가 터져 나왔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날 오후 2시 충북 제천시 한 호텔에서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열었다. 김시철 사법연수원장 주재로 4시간 10분간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전국 각급 법원장 등 44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기우종 행정처 차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법제도 개편 3법의 통과로 사법 체계의 근간이 변화하고 이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있다”며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간담회 직후 이어진 만찬에 참석했다.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간담회의 핵심 안건은 ‘사법 제도 개편에 따른 후속 조치 방안’과 ‘법 왜곡죄에 따른 형사 법관 지원 방안’이다.
법원장들은 이날 간담회 직후 낸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법 왜곡죄 도입 이후 형사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 등 외부 부담이 증가해 ‘형사 재판부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국민이 누려야 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대안으로 법관들이 법 왜곡죄로 소송에 휘말릴 경우 소송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예산 확충하고,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법 왜곡죄 등에 위축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재판할 수 있도록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해 지원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법관들의 신상 정보가 노출돼 신변의 위협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법원장들은 또 형사 사건을 맡는 법관들에겐 재판연구원을 우선 배치해 지원하고, 수당도 늘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선 일선 법원에서 형사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재판부를 향해 “법 왜곡죄로 고소하겠다”고 위협한 사례가 공유됐다고 한다.
재판소원에 대해 법원장들은 “개정 헌재법(재판소원) 규정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병행되지 않아 재판 실무와 제도 운영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재판 기록 송부 절차, 사법부 의견 제출 방식, 재판소원 인용 시 후속 절차 등을 논의했다.
한편 법원장들은 이날 법안이 공포됐지만, 2028년 3월부터 시행되는 대법관 증원에 대한 대책도 논의했다. 대법관이 26명까지 늘어날 경우 대법관 업무를 지원하는 판사 100여 명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보내야 해 하급심(1·2심)이 부실해지는 것은 물론 재판 지연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년이 지난 법관에게 계속 재판을 맡기는 ‘시니어 법관 제도’ 도입 등이 거론됐다.
법 왜곡죄와 재판소원이 이날 전격 시행되자 법원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1심에서 무죄가 난 사건을 유죄로 뒤집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했다가 대법원에서 깨지면 당장 법 왜곡죄로 고발당할 수 있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어떤 판결을 내려도 고발당할 위험에 놓이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 왔다는 자부심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확정 판결이란 최종 판단 권한이 대법원에서 헌재로 넘어가면서 대법원장은 최고 법원장 아래 상고법원장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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