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암공원 너구리, 길고양이들과 영역다툼
번식기까지 겹쳐 충돌 잦고 고양이 사체도 잇따라 발견
동구청에 민원 접수…야생동물보호법상 개입은 어려워

1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왕암공원에서 몇 년째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챙겨주고 있다는 이른바 '캣맘' A씨는 이달 초 캠핑장 인근 대나무숲에서 낯선 동물을 발견했다.
A씨가 다가가자 중형견 정도 크기의 너구리는 재빨리 대숲 안으로 몸을 숨겼다. 주변을 살펴보자 어둠 속에서 노란 눈빛 여러 개가 반짝였고, 최소 3마리 이상의 너구리가 숲속에 모여 A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A씨는 "관리소장으로부터 최근 너구리가 자주 나타나 고양이 먹이를 먹고 고양이들과 싸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직접 보기 전에는 믿기 어려웠는데 마침 마주쳤고, 이후 너구리와 싸우다 죽은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사체도 잇따라 목격했다"고 말했다.
대왕암공원과 슬도 일대에서 야생 너구리가 목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처음에는 저녁이나 밤 시간대 인적이 드문 외곽에서 간헐적으로 목격됐지만 최근에는 공원 산책로에서도 종종 나타난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대왕암공원 오토캠핑장 관리사무소 직원은 "올해 들어 너구리를 봤다는 이용객 이야기가 종종 들려오고, 온라인 방문 후기에도 너구리를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야생동물인 너구리가 사람이 많은 공원 내부까지 내려온 이유를 대왕암공원 곳곳에 설치된 길고양이 먹이와 봄철 번식기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고양이 먹이를 먹기 위해 내려오면서 이를 차지하고 있던 길고양이들과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공원 인근에서는 외상이 심한 상태로 죽은 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최근 이와 관련한 민원도 동구에 접수되고 있다. 다만 확인 결과 너구리들이 병든 개체로 보이지 않고,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사례도 없어 야생동물보호법상 행정기관이 직접 개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동구 관계자는 "아직 너구리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신고는 없고 길고양이와 먹이를 두고 충돌이 있다는 정도의 민원만 접수되고 있다"며 "관련 민원이 이어지는 만큼 현장을 확인해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