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산업스파이도 간첩… 최대 징역 30년 처벌
기술유출 방조도 3년 이상 징역형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북한)’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한 개정 형법 98조가 12일 공포됐다. 이 조항은 6개월 뒤 시행된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는 북한이 아니더라도, 외국에 핵심 산업기술 등 국가기밀을 유출한 ‘산업스파이’를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개정 형법 98조에는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해 외국 등의 지령, 사주, 그 밖의 의사 연락 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법정 최고형은 징역 30년이다.
법 개정 전에는 국가기밀 유출 대상이 북한으로만 규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산업기술을 중국 등 해외로 유출한 범죄는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었다. 이런 범죄는 주로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 방지법이 적용돼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산업기술보호법은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65억원 이하의 벌금이고, 부정경쟁방지법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법조계에서는 “입법 미비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첨단 산업기술 유출 범죄를 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환영한다. 그동안 법원은 특정 산업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하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피고인도 초범인 경우가 많아 수조원대 피해가 발생하는 범죄 규모에 비해 실제 처벌은 훨씬 가볍게 이뤄졌다.
대검찰청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기소한 기술유출 사건 239건 가운데 46%가 집행유예, 24%가 무죄가 선고됐다. 징역형의 경우도 대부분 6개월~1년 6개월 사이가 선고됐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산업기술 유출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의 실효적 억제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제조회사의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국가 핵심 기술 자료 200여 개를 촬영해 외국에 유출하려고 장기간 보관하다가 적발된 사람은 징역 1년 6개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9월부터 간첩죄 신설 조항이 시행되면, 핵심 산업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사람은 최대 징역 30년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 예컨대 전직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D램 반도체 개발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해 삼성전자에 수십조 원의 피해를 안긴 사건과 비슷한 경우, 간첩죄 적용으로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신설된 간첩죄 조항의 내용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술을 외국 기업으로 빼돌린 경우, 해당 기업을 간첩죄 적용 대상(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으로 볼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또 기업의 산업 기술이 ‘국가 기밀’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산업 기술 유출을 막자는 취지에서 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산업 스파이도 간첩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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