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는 AI 없이 직접 글쓰는 수업 강화

김민기 기자 2026. 3. 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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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고는 좋은 글쓰기서 나와”
하버드, 교수가 1대1 첨삭 후 토론
스탠퍼드, 작문 때 AI 활용 금지

‘좋은 사고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좋은 글쓰기가 필요하다.’

1872년부터 150년 넘게 글쓰기 수업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하버드대의 교육 철학이다. 하버드대는 모든 학생이 ‘논증적 글쓰기 수업’을 필수로 듣도록 하고 있다. 15명이 한 반이 돼 주 2회 듣는다. 학생은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 글의 주제에 맞는 근거를 대는 법, 반론을 예상하고 대응하는 법 등을 배우고 총 세 편의 글을 쓴다. 교수는 학생의 글을 1대1로 첨삭해주고, 학생의 초고를 두고 여럿이 토론을 하기도 한다. 신입생 대상으로 글쓰기 시험을 먼저 진행해 미흡한 학생은 기초 글쓰기 과목을 한 학기 들은 다음 필수 수업을 듣도록 하고 있다. 제인 로젠와이그 하버드대 글쓰기 센터 디렉터는 2024년 언론 인터뷰에서 “글쓰기는 협력적인 작업으로, 종이에 적힌 문장과 머릿속에서 막 형성되고 있는 생각 사이에 다리를 놓는 과정”이라며 “이런 일을 AI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AI(인공지능)가 확산하자 2024년 ‘AI 시대의 글쓰기 수업 지침’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글쓰기 과제는 A 학점을 받을 수 없다. 학생이 직접 쓴 글에 대해서만 좋은 성적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사례를 찾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글쓰기 준비 단계’에서는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때도 학생은 자신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찾게 됐는지, 읽기 자료를 요약한 방법을 명시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AI에 의존해 결과물만 받아보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하버드대뿐 아니라 미국 명문대들 중에는 교육 과정 전반에 걸쳐 글쓰기를 중시하는 곳이 많다. 스탠퍼드대는 2003년부터 세 단계의 글쓰기 수업 시스템을 운영한다. 2학년까지 ‘글쓰기 및 수사학’ 수업 2개(기초·심화)를 이수하고, 이후 전공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스탠퍼드대도 글쓰기 및 수사학 수업에서 AI 활용 정책을 만들었는데, 글을 쓰거나 수정할 때 AI 활용은 엄격히 금지하는 게 원칙이다. ‘문장은 물론 단어 하나도 AI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아이디어를 찾는 초기 단계에서만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코넬대는 1학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생이 AI로 글을 쓴 게 확인되면 표절로 판단한다. 강사는 학생에게 반성문을 내게 하거나, ‘낙제’ 처리할 수도 있다.

[AI 시대, 문해력 위기] 시리즈

<1>학생·직장인 모두 경고등

-AI·휴대폰에만 빠져드니... 국민 10명 중 6명 ‘책맹’

-‘수지 맞다’에 “누가 수지 때렸냐”... ‘고지식하다’ 말하면 칭찬?

-대학도 골머리… ‘문해력 졸업 시험’ 보는 곳도

-MIT의 경고 “AI 에 글쓰기 의지하면 두뇌 활동 저하”

<2>AI 맹신하는 학생들

-한국 중학생 75%, 사실·의견 구분 못해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조문?… 선생님보다 AI 믿는 아이들

-[인터뷰]“문해력 떨어질수록 AI 시대 가짜뉴스 희생양 돼” 슐라이허 OECD 교육기술국장

<3>독서와 직결되는 읽기 능력

-긴 글 자주 읽는 사람이 독해 능력 15% 더 높아

-[인터뷰]“딥 리딩으로 저항하라” 인지신경과학 분야 전문가 매리언 울프 美 UCLA 교수

-“스마트폰에 빠진 Z세대, 부모보다 덜 스마트한 첫 세대”

-연간 독서량 많은 학생들, 어릴 적 부모가 책 자주 읽어줘

<4>교과서도 못 읽는 아이들

- 중학생 92%가 1분에 지문 1개 못 읽는다

- AI·유튜브 요약본만 봐놓고 “선생님, 그 책 내용 다 알아요”

<5>폰 앞에서 무너지는 집중력

-스마트폰에 자꾸만 손이… 70분 책 펴놓고 28분 읽어

-[인터뷰]“문해력 위기는 비만 같은 질병” ‘도둑맞은 집중력’ 작가 요한 하리

<6>심각한 글쓰기 실력 저하

-국가 과제된 문해력… 대통령 직속 국교위에 특위 만든다

-초6이 쓴 민주화운동 감상문에 “개고생한듯 ㄷㄷ” “독재는 에바각ㅠ”

-美 명문대는 AI 없이 직접 글쓰는 수업 강화

<7> ‘4·7세고시' 조기 사교육의 폐해

-두 살때부터 영어 외우느라, 동화책과 멀어지는 아이들

-[인터뷰]“무릎에 자녀 앉히고 종이책을 읽어줘라” 美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

<8> 입시에 밀린 독서

-난쏘공·광장… ‘1쪽 요약본’으로 책 읽는 아이들

-문학책 읽고 에세이 쓰는 미국 학생

-[인터뷰]이병민 서울대 교수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국어 수업을 책 읽는 시간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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